심리학자가 읽어주는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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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반려동물과 관련 특정 견해를 지지 혹은 반대하는 것이 아니며, 임상적 관점에서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에서 관찰된 심리적 측면에서의 조망을 기술하는 내용입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측면이나 혹은 법률적 고려 등은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특정 개개인의 심리적 측면과 과정에만 국한하여 기술하는 것임을 염두에 두면서 보시기 바랍니다.
비교적 젊은 분들이 많이 다니시는 모-IT 관련 회사에서 20분 정도를 모시고 워크숍을 할 때였습니다.
'10년 후 나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 결과 깜짝 놀랄만한 결과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10년 후 나의 미래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참가자의 반 정도가 결혼을 안 한다고 한 것은 그리 놀랠 일도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놀란 점은 20분의 참가자 중에 그래도 결혼을 한다고 하신 십여 명 중에 자녀를 낳겠다는 분은 딱 2분이 계셨습니다.
더욱더 놀란 점은 반려동물을 함께 그린 분이 8분이나 되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5분 정도는 결혼도 안 하고 자녀도 낳을 생각이 없으나 반려동물은 키우겠다고 하셨다는 점입니다.
어느 새인가 반려동물은 우리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8년 발간한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 방안'이라는 보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1,952만 가구 중 29.4%인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3~4가구 중 한 가구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우리에게 반려동물이라는 존재는 생활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우리 생활과 사람들의 심리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로는 성숙하지 못한 반려문화로 인하여 사회적 문제나 이슈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또한 관련 시장이 커짐에 따라서 '강아지 공장'처럼 단지 이익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경우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반려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태도나 행동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심리적 관점 및 심리치료나 감정적 차원에서 보면 유의미하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원래는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보다 '애완동물(愛玩動物)'이라는 표현이 더 먼저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에 사용되는 '완(玩)'의 의미가 '희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사람 중심의 일방적인 놀잇감이나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방적이고 종속적 의미의 애완동물이라는 표현보다는 '함께 한다'는 의미가 더 강조된 '반려동물(伴侶動物)'이라는 표현이 좀 더 사용되고 있습니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동물을 '애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지, 혹은 '반려'의 대상으로 생각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반려'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 동물을 단지 동물이 아니라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단지 행동적 차원뿐 아니라 심리적 차원에서도 진지하게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비록 동물이기는 하지만 가족에게 대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과정과 반응 등을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2010 동물자유연대에서 실시한 '반려동물 소유자 의식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번 키운 개는 얼마나 오래 키웠는가?'라는 설문 문항에 '개가 죽을 때까지'라고 응답한 사람은 12%에 불과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키우지 못한 이유 중 '분실'이 16%나 되었으며, 다른 곳으로 보낸 경우(72%) 중에는 '이사(27%)'와 '짖음(이웃과의 분쟁, 22%)'이 거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경우'에도 '가족'을 보내는 마음과 같이 고통스럽고 힘든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실제로 반려동물을 '진정한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참고. https://www.animals.or.kr/campaign/friend/556)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에 준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보이게 됩니다.
우리는 보통 가족을 위해서는 희생을 마다하지 않으며, 어떤 어려움이라도 감수합니다.
대신에 가족은 다른 어떤 대상에서도 얻을 수 없는 위안이나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위안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희생이나 어려움도 겪게 됩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하여 접근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며,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의 양면성을 가집니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진지하고 소중하게 대하며, 충분한 존중과 애정을 가지고 돌보게 됩니다.
그리고 진짜 가족 구성원이 늘어난 것과 같은 심리적 만족감이나 즐거움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과도한 심리적 개입으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하며, 필요 이상의 과도한 심리적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반려동물에게 목줄이나 입마개 하기를 거부하는 경우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합니다.
왜냐하면 가족에게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는 것에 대하여 대단히 강한 심리적인 거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 의미에서는 반려동물은 그래도 '동물'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그 주인(?)에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입니다!
어찌 가족에게 목줄을 하거나 입마개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즉, 진지하게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반려동물의 '인간화' 혹은 '가족화' 과정이 과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대하는 기준이나 행동이 '동물'이라는 기준이 아니라 '사람' 혹은 '가족'에 맞추어 대응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대표적 현상은 '반려동물의 죽음'입니다.
보통 반려동물의 경우 사람에 비하여 수명이 짧기 때문에 양육자보다 먼저 죽는 경우들이 일반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가족 사망에 준하는 스트레스 사건을 겪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평생 겪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것은 가족 사망(즉, '자식', '배우자', '부모' 등의 사망!)인데, 이와 유사한 혹은 이에 준하는 스트레스를 겪게 됩니다.
실제 임상 장면에서도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하여 가족 사망과 유사한 심리적 애도 반응이나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혹은 반려동물이 (심각한) 질병에 걸린 경우에도 가족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과정과 스트레스를 겪게 됩니다.
그나마 '진정한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동물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아끼는 행동을 보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반려동물 양육자들은 단지 '재미'나 '호기심', 그리고 일시적인 관심으로 양육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진지하고 책임 있는 의식이나 행동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흥미나 관심이 감소하게 되면, 별 다른 문제의식이나 죄책감이 없이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포기해버리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름휴가철이 오면 유기동물의 숫자가 급증한다 점입니다.
물론 심리적 측면에서는 이와 같은 심리적 자세를 가진 양육자들은 별다른 피해나 손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愛玩)'의 대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애정하고 즐기나 책임을 질 생각은 없고, 문제가 되거나 싫어지면 폐기하는 놀이기구나 장난감' 수준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동물 자체도 생명체이므로, 자신의 관심이나 흥미가 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관계의 마무리(?)나 이별 과정에서 충분한 존중이나 배려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절대로 잘못된 학대나 무책임한 유기는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다만, '반려동물'을 '진정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대하는 분들은 무책임한 양육자들로 인하여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들의 행동에 대해 상당한 분노와 적대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애완동물'이라는 표현 자체에도 상당한 불쾌감이나 적대감까지도 보이며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매우 강조하고 강요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본인들의 관점이나 태도에 상응하지 않는 견해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과 불필요한 갈등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들도 흔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은 커플의 조건' 중에 '서로 종교가 다른 경우'만큼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견해가 차이'(즉, 다른 배우자는 반려동물을 싫어하거나 혹은 반려동물를 존중하고 돌볼 생각이 없는 경우)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에 대하여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가족 관계 중 본인이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추가적인 원가족(??!! 즉, 반려동물)을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해야 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최근 반려동물과 관련된 많은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방영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보면 때로는 반려동물에게 과도하게 집착을 하거나 혹은 일반적 상식에 비추어 이해나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들이 나오는 사례들을 보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경우들 중에는 개인적인 내적 요구나 일반적 대인관계 등에서 충족하지 못하고 결핍된 심리적 요구를 채우는 대치물로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경우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반려동물에 대한 과도한 동일시나 감정이입'입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훈련사가 동물 훈련을 위하여 통제나 힘든 훈련을 시킬 때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고 마치 자신이 통제당하거나 본인이 힘든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에 대해서 훈련의 목적이나 이유를 설명해도 납득하지 못하고 무조건 부정적인 행동이나 부담을 주지 못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또한 보호자가 해석하는 반려동물의 상태나 감정이 틀렸다고 말해줘도 수용하지 않기도 합니다.
즉, 동물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 (반려동물에게 투사한)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거나 해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경우에는 '현실 대인관계에서 미충족 된 관계 욕구를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 대리만족'하기도 합니다.
실제 사람과의 관계는 최소화하거나 아예 회피하면서 오직 반려동물과의 관계에만 집중합니다.
이런 경우 전형적으로 보이는 특징이 바로 '반려동물과만 대화하기'입니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이 반려동물과 대화하면서 (실제로는 사람을 향해야 하는) 내적인 관계 요구를 충족합니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개가 네 말을 알아듣니?'라고 구박을 하며 혀를 찹니다.
그러나 본인은 매우 진지하며, 실제로도 반려동물만이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반려동물이 그럴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은 (까다롭고 대하기 어려운 사람처럼) 딱히 자신을 거부를 하거나 역으로 공격 혹은 따지고 들지도 않습니다.
이 자체 만으로도 본인을 이해하고 수용해준다고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인들에게 특별히 해를 끼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행동을 막거나 금지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반려동물 애호가들과 이와 유사한 심리적 과정을 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와 같은 행동들이 너무 심하다던가 반려동물과의 관계에 집중하느라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현실 대인관계에 대한 회피가 심화되며, 적절한 관계 기술 습득과 개발 혹은 갈등관리 능력의 향상 등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나쁘고 반드시 없어져야 할 예시는 바로 '공격성을 해소하는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대하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와 같은 경우들은 많습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가해자인) 양육자들도 이와 같은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자랑하거나 드러내지 않으며, 폐쇄된 자신 만의 공간에서 이를 자행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가끔 이와 같은 공격적 행동이 과해서 창밖으로 동물을 던진다던가 혹은 눈썰미 좋은 동물 애호가에게 걸리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전문가로서 가끔씩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기'를 권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심리적 에너지가 너무 고갈되어 있어 자기관리나 통제조차도 어려운 상황 혹은 심리장애가 심한 경우(심한 우울증을 겪는 경우 등) 등입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심리적 어려움과 감정적 고통으로 인하여 본인 관리도 어려운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더욱 큰 에너지 소모나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본인이 못 키우고 주변 사람들만 더 힘들게 하거나 혹은 반려동물 자체가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즉, 동물을 잘 돌보지 못함)로 인하여 본인의 증상이 더욱 심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와 노력이 소모되며, 나름대로의 윤리적 책임의식도 필요한 활동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생각과 바람은 있습니다(개인적으로는 강아지, 특히 저는 '푸들', 제 딸은 '웰시코기'^^).
그런데 키울 자신이 없고 상황도 안되어서 참고 있습니다ㅠㅠ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을 막대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동물과의 관계에서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심리적 자세나 행동을 배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때로는 반려동물을 활용한 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반려동물의 문제는 단지 동물을 키우는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삶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엉뚱해 보이기는 하지만) 반려동물과 관련된 심리적 기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