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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을 달구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학원선생 배달원 폭언(혹은 갑질)'이라는 내용으로 퍼지고 있는 내용으로서 모두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화가 난 상태로 배달회사 사장을 대상으로 하여 퍼붓는 불만과 관련된 녹취입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불만이 생기고 화가 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화를 낼 수도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리고 자신이 화를 (어느 정도는) 내도 되는 위치라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것이며, 정도와 수준을 고려해서 화를 내야 합니다.
만약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나 범위, 그리고 지켜야 할 기본적인 선을 넘는다면,
이는 매우 비난받을만한 갑질이 됩니다.
어느 누구라도, 어떤 자리에서, 어떤 상황에서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선 중 하나는 부모입니다.
이는 아주 대표적인 감정을 손상시키기 위한 졸렬한 공격 방식입니다.
역으로 보면 누구랑 싸우더라도 부모를 건드리는 순간 그 싸움은 격화되고 더 큰 전쟁으로 비화됩니다.
부모를 들추는 순간 아무리 심한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 화를 내는 상황이라고 해도 화낼 자격이나 권리를 상실한다고 보면 됩니다.
왜냐하면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이 아는 너무도 유명한 영화인 '친구' 중 '니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주인공이 화를 참지 못하고 선생님에게 크게 반항을 하며 뛰쳐나가버립니다.
이처럼 부모를 건드리는 순간 공격 효과는 최고일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보이게 되며,
싸움의 양상이나 내용이 진흙탕과 같은 감정싸움으로 변질됩니다.
본 녹취에서도 대번에 부모를 건드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싸움이 격화되며 대응하시는 배달회사 사장님도 급격히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우리 아무리 화가 나서 상대방을 공격하고 상처 주고 싶다고 하더라도 부모(혹은 자식)는 건드리지 않는 것이 도리입니다.
부모를 건드리면서 욕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아무리 잘못이나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비난할 자격을 상실하고 오히려 부모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훨씬 더 강한 역비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됩니다.
사람이니 실수하고 잘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지적하면 되며,
실수한 사람은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고 사과하면 간단합니다.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화가 풀릴 때까지 사과를 하라고 하면 됩니다.
그런데 싱대방에 대한 비난 속에 자극적인 비하가 포함되는 순간 이는 졸렬한 감정싸움으로 변질됩니다.
비하(卑下)하는 것은 '남들과 비교하여 업신여겨 낮추다'라는 의미입니다.
원래 '비교'를 하는 것만 해도 사람을 무척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당신은 옆집 여자와 비교하면 정말 이뻐!' 혹은 '지난번에 비해서(혹은 옆집 영철이에 비해서) 이번 성적이 참 잘 나왔구나~'라는 말이 별로 칭찬 같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를 당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비교를 하면서 '하대함'(즉, 업신여기기나 낮춤)이 개입되게 되면 이는 심하게 감정을 손상시킵니다.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받아 기본이 업되어 있는 학생(혹은 자녀)의 좋은 기분을 한방에 날려버리려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은) '뒷집 영철'이와 비교를 하면 됩니다('5등? 뒷집 영철이는 3등이라던데? 영철이 보다도 성적이 나쁜데도 너는 그렇게 좋으니? 웃음이 나와? 이런 자존심도 없는 녀석아..!!').
혹은 운전 중 싸움이 일어나거나 보복운전 시비 중 자주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후진 고물차 몰고 다닐 거면 운전이라도 똑바로 해야지!' 혹은 '어디서 얼마 하지도 않는 싸구려 차 하나 몰고 다니면서...'라고 말하는 순간 화해나 타협은 물 건너갑니다(보통은 똥차라고 지칭합니다만.. 예시에 그 표현을 넣으니 너무 자극적 이어 보이네요..ㅠㅠ).
갑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고급 스킬 중 하나가 '비꼬기'입니다.
차라리 대 놓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거나 비하를 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낫습니다.
그런데 이를 '비꼬는 경우'에는 '외적으로는' 나쁜 표현이 아닌 것 같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화가 오르게 하는 고급(?) 진상 기술이 바로 '비꼬기'입니다.
'비꼬기'가 나쁜 이유는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인 비난과 공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교한 비꼬기의 경우에는 공격자 자신이 피해 갈 구석을 만들기도 하는 기능이 있는 반면에
피해자의 경우에는 단순하고 분명한 감정적 불편함 외에 복잡한 생각까지도 유발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묘하게 기분 나쁜 감정이 들도록 하는 표현들은 '생각할수록 화가 남'을 유발하거나 심하게 화를 나게 하지 않는 듯 하나 '화나 분노가 계속해서 남아있도록 하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김과장, 그런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해! 내가 충분히 미리 점검하라고 주의를 드렸잖아요!! 이번 일로 손해가 얼마인지 알아요? 아.. 나참.. 이거 어떻게 수습하냐..ㅠㅠ'정도로 화를 내는 것만 해도 양반입니다.
'김과장, 아놔.. 하긴 김과장한테 일을 맡긴 내가 잘못이지.. 그런 거지? 하긴 너 같은 인간을 뽑은 인사팀 잘못이지.. 그런 거지? 그래도 김과장이 집에서는 귀한 자식이겠지.. 그런 분한테 내가 이렇게 화를 내면 안 되지.. 아마 너 같은 친구 낳고 소고기 미역국 드셨을 거야.. 그래그래 일을 맡긴 내가 잘못이라고 하자!'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공격자는 '내가 뭐 틀린 말 했니?' 혹은 '내가 잘못했다고 한 거잖아!'라고 자기 방어를 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피해자는 저 말의 의미가 무엇일지 생각을 하는 에너지를 들여야 하며, 이로 인해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혹은 나중에 '저 말이 더 심한 욕이네!'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더 화가 나거나 혹은 묘하게 안 좋은 기분과 '관련된 생각' 오해 잔상으로 남게 됩니다.
갑질을 일삼는 JS 혹은 KJS분들의 항변(?)은 '그러게 왜 먼저 잘못을 해요!', '잘못을 했으면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한 거지!', '내가 괜히 그랬나? 그러게 왜 운전(일, 공부, 말 등등)을 그따위로 하래?' 등입니다.
하지만 JS 혹은 KJS 분들의 특징은 10 정도의 잘못에 대해서도 100 정도의 비난을 하시거나 혹은 건강한 방법으로 10의 비난을 하지 않고 자극적인 공격(부모 언급 혹은 비꼬기 등)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부당한 대우나 혹은 상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건강하고 정당한 요구나 반격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진지한 사과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정당한 요구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가 된 범위 내에서 언급하라' : 부당한 대우를 받은 범위를 벗어나 엉뚱한 비판을 하지 말고(예를 들어 부모 언급 등), 부당한 행동 자체에만 언급하시기 바랍니다. 업무면 업무, 서비스 불만이면 서비스, 실수면 그 실수에 대해서만 언급해야 합니다.
2) '가능하면 팩트만 언급하라' : 대부분의 감정싸움들의 경우 팩트만 골라놓고 보면 별거 아닌 경우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부적절하고 무리한 비유를 들어서 감정을 상하게 하면서 공격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진지하게 팩트만 따지다 보면 알고 보면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선 팩트만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감정가를 빼고 말하라' : 세상 어느 누구라도 감정적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거나 인정하기 싫어집니다. 좋게 말하는 것은 기대도 안 하지만, 차분히 잘못을 지적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 (팩트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앗! 죄송합니다!'라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입니다(단 상대방이 이상한 성격의 사람인 경우 제외). 만약 정당한 요구에 정당한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다면 표현도 적절하고 정당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을 해서 혹시라도 상대방이 잘못을 시인하거나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고급 스킬 하나 쓰시면 서로가 좋습니다. 그것은 바로
4) '내가 사과할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라' : 제가 언급한 3가지 방법은 실은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화가 나면 감정조절이나 신중한 표현이 잘 안 나오기 때문이며, 막막을 하거나 거친 표현을 하게 되기 쉽습니다. 만약 감정이 진정될 정도로 사과를 받았다고 하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리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표현하면 더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더욱 미안해하면서 더 정중하게 사과할 것이며, 과정 상 발생했던 나의 실수에 대해서도 쉽게 양해할 것입니다.
첫 번째, 저희 회사에는 '문제고객응대능력 향상과정'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일면 'JS고객 대하기!'(즉, 진상 고객) 과정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많이 운영했던 관련 전문가의 견지에서 보면 금번에 문제가 되었던 학원강사분은 '상-중-하' 중에 '극상' 갑질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쌍욕은 하지 않았고, 대체로 존댓말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CS 장면에서는 반말은 기본이요, 정말 말 그대로 '개쌍욕'을 하는 고객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의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고 감정적 상처가 큰 것입니다. 그래서 '멘탈-케어가 가장 필요한 직무'중 CS 관련 직무가 포함되는 것입니다(참고. '멘탈-케어가 가장 필요한 3가지 직무' by 노박사. https://brunch.co.kr/@mindclinic/468)
두 번째, 저는 대응을 하신 배달회사 대표님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화가 나고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텐데도 통제력을 잃지 않고 응대하는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물론 참기 힘드셨겠지요! 그래서 참다 참다못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언급하신 것이지요! 이것이 진정한 복수(?!)입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서로 맞짱을 떴다면 '둘 다 똑같네! 똑같아!!'라는 비난을 얻을 수 있었는데, 정말 훌륭한 인성과 고급 감정관리의 소유자이심을 인정합니다. 그래도 이번 일로 상처 받으신 마음을 꼭 치유받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왜 저는 이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직업이 있습니다. TV에도 자주 나오면 온 국민에게 영향력이 큰 분들이신데.. 세부적으로는, 팩트인지 확인도 안 한 채로, 작은 팩트 하나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해 침소봉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꼭 단상에 서서 책상을 치고 소리를 지르는 습관이 있고,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써가면서, 툭하면 '사퇴' 하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오해나 가짜 뉴스로 서로 엄청나게 비난을 하고도 나중에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반성이나 사과라고는 모른 채 이슈만 생기면 똑같은 못된 짓을 반복하는 것.... 여러분들도 어디서 많이 보신 장면 같지 않습니까? 글쎄.. 저도 어떤 직업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 스스로 깜짝 놀란 것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예시를 드는데, 제가 엄청나게 '자극적'이며, 쓰면서도 화가 날 정도의 '다양한 진상 표현'들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런데 가슴 아픈 것은 이 말들을 가르쳐주신 분들이 바로 제 내담자요 고객들이시라는 점입니다.
그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교육을 하면서 그분들이 들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공감, 그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조언들을 드리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학습한 내용들입니다.
제 책 중에 '감정존중'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감정 노동자 보호법 등에서 다루는 직장인의 심리적 상처와 고통을 다룬 내용입니다.
저 혼자서는 '감정존중'이라는 책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책'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어쩜 사람이 같은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고 못되게 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존중받지 못합니다.
타인을 쉽게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타인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됩니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타인 탓을 하면서 다시금 타인을 비난하는 악순환을 겪습니다.
이 글도 누구를 비난하자고 쓴 글은 아닙니다.
이 기회에 혹시라도 나도 부지불식간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반성하고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로 존중하는 세상, 서로의 감정을 챙기고 돌보는 사회를 바라는 '평화주의자' 노박 레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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