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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May 09. 2021

부모의 심리적 영향 5가지

Photo by Simon Berger on Unsplash



본 글은 어버이날에 맞추어 쓴 글입니다.

본 글을 읽으실 때에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느리고 천천히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특히 자기 부모의 자식으로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과 (만약 자녀가 있으시다면) 내 자녀의 부모로서 자신의 모습을 되짚어가며 읽으시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살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당연히 '부모'일 것입니다.

부모로 인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부모에 의해서 길러졌습니다.

그리고 그분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내 인생의 바탕이 되는 초기 성격이 형성되며,

때로는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때로는 부정적이고 안 좋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부모는 한 개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무한히 많겠으나 그중 핵심적인 것 5가지를 고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Secure Base. 내 마음의 안식처


Photo by Caroline Hernandez on Unsplash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가장 중요하면서 큰 영향력은 바로 '안전하고 안정적인 심리적 안식처(Psychological Secure Base)'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은 부모의 돌봄을 필수로 전제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의존관계는 평생을 가더라도 부모-자녀 관계의 근간을 이루게 됩니다.


'안전한 심리적 안식처'라는 것은 사람이 가장 보호되고 안심하며 편안함과 쉼을 경험하는 곳이라는 의미 합니다.

부모로 대변되는 가족이라는 관계는 언제든지 나를 수용해주고 받아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는 심리적 장소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면 울면서 '엄마..ㅠㅠ'라고 달려가는 것이며, 성인이 되어서 세상에 지치고 힘들 때면 부모님 밥이 그리워지거나 혹은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서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와 같은 심리적 안식처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부모로서의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거나 혹은 심리적 안식처로서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렇습니다.

때로는 머리로는 그와 같은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실제 행동 상에서는 오히려 가족이 심리적 위협이 되거나 불안과 공포의 장소인 경우들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처럼 부모나 가족 자체가 충분한 심리적 안식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삶 속에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며, 건강한 심리적 성장과 성숙을 이루기 어렵습니다.



2. In-visible Ruler. 내 마음의 규칙 제정자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모든 사회에는 나름대로의 규칙이라는 것이 있으며, 국가의 경우 법률이라는 것을 제정하여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하여 엄격하고 세부적으로 정의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을 이와 같은 공식적이고 사회적인 법률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명백하게 알고 있는 공식적인 사회적 규범과 법률보다 훨씬 더 많은 내적이고 심리적인 불문율이라는 것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비공식적이고 개인적 수준에서의 불문율 혹은 관습법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부모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는 자녀에게 절대적인 권력자입니다.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부모가 관리해주지 않는다고 하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의존을 통한 돌봄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부모의 규칙과 요구를 준수하고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게 되면 생존에 필요한 의존과 돌봄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심리적 과정을 '동일시(Identification)'이라고 합니다.

즉, 어느 새인가 부모의 가치나 생각, 판단 기준이나 행동 규범을 자신 안에 내재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내재적 동일시 과정은 사람이 기억해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루어지게 되며, 의식하기는 하지만 저항이나 거부가 어려운 시기인 청소년기까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부모의 가치관이나 규범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나 판단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기 이전에는 신체적인 파워나 생존 능력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더욱더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됩니다.

하지만 머리가 크면서(?!) 이와 같은 부모의 규칙이 정말 타당한지, 혹은 왜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와 반문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본격적인 사춘기의 시작이 되며, 그동안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따라왔던 부모의 규칙이나 규범에 대한 본격적인 회의와 저항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3. Strict Punisher. 나에 대한 처벌자


Photo by Tingey Injury Law Firm on Unsplash


그런데 부모는 단지 규칙이나 규범을 제공하는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를 어기거나 지키지 않을 경우, 혹은 부모의 규칙이나 규범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제공하는 기능까지도 합니다.

즉 심판자, 집행자, 처벌자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강력한 감정이 발생하게 됩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입장이나 수준을 고려하여 유연하고 공감적인 집행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 자녀는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실수나 문제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놀람에 대해서 공감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며,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지나 격려를 하는 경우에는 자녀가 적절한 심리적 과정과 감정을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에 부모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른 수준의 엄격한 규칙이나 규범을 지키라고 요구하거나 혹은 문제나 실수를 보였을 때 지나치게 강한 비난이나 처벌을 제공하는 처벌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면, 자녀는 부정적이고 위축된 심리적 과정과 감정을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부모-자녀와의 상호작용은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 패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아무리 의존하고 돌봄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너무 강력한 처벌이나 혼냄은 순간적인 감정적 고통이나 반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울면서 생떼 쓰기' 등).

게다가 이와 같은 감정적 고통이나 심리적 저항감이 축적되게 되면, 청소년기 이후 혹은 성인기에는 본격적인 갈등이나 대립으로 확대되게 됩니다.

많은 가족 영화들이 이와 같은 어린 시절의 부정적 경험에 바탕을 둔 가족 간의 갈등과 감동적인 화해의 내용을 담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보다도 못한 웬수가 되는 경우들이 현실에서는 더 많습니다 ㅠㅠ



4. Ambivalent Struggling. 애증과 양가적인 감정에 기반한 투쟁


Photo by DEVN on Unsplash


누구라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으로 당연히 부모를 손꼽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사람으로 부모를 꼽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하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고통스러운 존재일까요?

부모의 경우 자녀에게 있어서 심리적으로는 양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으며, 애증의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누구라도 부모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너무너무 화가 나 있고 부모에 대하여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는 부모에 대한 애착과 애정 받고 싶은 요구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더욱더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며, 그 안에는 분노도 있으나 자신을 충분히 애정을 해주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과 관련된 서운함이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렸을 때의 규칙 제공자나 규칙 준수와 관련된 집행자 혹은 처벌자 역할에 대한 분노나 억울함, 부당함이나 서운함 등도 역시 내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공정하다고 주장하던 부모의 모습과는 달리 (어려서 딱히 저항이나 불만을 표현하지는 못했으나) 형제 서열 상 차별을 느낀다고 생각했던 억울함이나 부당함은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사건이나 이슈에 따라 나름대로의 부당함이나 분노, 혹은 서운함이나 서러움 등이 내재되어 있기도 합니다.


즉, 부모와의 심리적 및 정서적 관계는 애증의 형태를 띠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긍정적인 감정(즉, 애착이나 애정 등)도,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즉, 서운함이나 분노 등) 모두가 정당한 감정이고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 맞습니다.

굳이 이 말을 해서 확인하는 이유는 부모에 대한 양가적인 투쟁 과정(?!) 자체에 대해서 죄책감이나 자기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감정 모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불필요한 감정적 혼란이나 부적절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5. Re-Setting. (약해진) 부모님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


Photo by Ray S on Unsplash


어디서 유래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출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자주 보게 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못을 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목침에 올라서서 회초리를 치시던 아버지의 매를 맞던 아들이....

어느 순간 아버지의 매가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며, 짱짱하던 아버지가 몇 번의 회초리질도 힘들어하시는 모습에 통곡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자녀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부모님과 관련하여 누구라도 겪는 울컥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것은 그렇게 큰 산과 같고, 영원히 의지해도 될 것 같다고 느껴졌던 부모님이 약해지거나 혹은 나이 드셨음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모-자녀 관계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절대적인 의존의 대상이었으며, 세상에 대한 가치관과 기준을 설정해주었으며, 언제까지라도 든든하고 안정한 Secure Base가 될 것 같던 부모님이 늙으셨다거나 혹은 약해지심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혹은 부모님이 병환으로 인하여 돌봄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에는 더욱 일찍 이와 유사한 감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보통 이 정도의 감정을 느낄 때가 되면 아마도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있는 경우들이 흔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으면서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재조망을 하게 되며, 그 관계 또한 많이 변화하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자신이 부모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에 따른 부담스러운 의무와 책임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혹은 그동안 참아오거나 숨겨왔던 부모님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나 애증이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때로는 나이가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약해짐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더 거친 말투와 행동을 보이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건 부모와 관련하여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솟구치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부모에게서 태어나,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부모와 온갖 심리적 투쟁(?)을 거쳐, 또 다른 누군가의 부모가 되며, 부모의 부모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생의 가장 주요한 축 중 하나입니다.



6. 어버이날이 오면..


충남 공주군 우성면 어느 산자락...


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전형적으로 보이는 현상이 있습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진행되며 깊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의 사건이나 혹은 부모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한 개인의 깊이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어린 시절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

그리고 그 과거의 핵심에는 대부분 부모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전문가로서의 입장을 떠나 한 개인으로서 저의 경우 어버이날이면 항상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벌써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가 20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더욱더 놀라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혹은 진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습관적으로 아버지 산소를 찾아가는 버릇이 있습니다.

혹은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또는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라고 말씀하셨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저를 발견하면서 제 안에 존재하는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제 삶의 방식이며 저의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결과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자신의 경험과 과거에 근거한 자신 만의 부모-자녀 스토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순간 본인 스스로에 대하여, 그리고 세상을 대하는 본인의 태도나 행동에 대하여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실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부모와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자, 나 자신의 모습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https://brunch.co.kr/@mindclinic/520


https://brunch.co.kr/brunchbook/happymom


https://brunch.co.kr/@mindclinic/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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