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박사 레오 Oct 06. 2022

계획군과 재치군의 프로젝트 수행기

Photo by Jason Goodman on Unsplash



서로의 ‘다름’이 생각보다 많은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는 새로운 조화와 질서를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계획형 성격의 계획군과 자율형 성격의 재치군은 다름전자의 2년차 사원들이다. 

입사동기지만 각기 다른 부서에서 근무했던 계획군과 재치군은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인 의식 변화 실현 TFT(task force team)에 차출되어 3개월 동안 함께 일하게 되었다.


각자 자기 부서에서 우수한 사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계획군과 재치군은 개인적으로는 친했지만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한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평상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서로의 ‘다름’을 알게 되었고, 그 ‘다름’으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게 되었다.     



1. 계획군의 프로젝트 이야기

     

Photo by Glenn Carstens-Peters on Unsplash


저는 회계팀의 떠오르는 샛별 계획군입니다. 

저는 입사할 때부터 신입 사원답지 않게 철저한 시간 관리와 조직에 대한 친화력, 적응력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좋아했으며, 정리도 잘하고 시간관념도 철저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저에게 농담처럼 “계획군, 넌 딱 군대 체질이야!”라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정말 군대 체질인건지 실제로도 한편으로는 군대에 있을 때가 편안했다고 느낍니다. 

군대 자체를 좋아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절도 있는 생활, 일과표에 맞추어 계획되어진 생활들은 제게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대학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입사 준비를 하면서 다름전자를 목표로 삼았고, 다름전자뿐만 아니라 다름그룹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준비했습니다. 

입사한 후, 저는 바로 다름전자의 ‘칸트’가 되었습니다. 한 번도 지각하지 않고 항상 7시 45분이면 회사에 출근했고, 저녁 7시 30분에 정확하게 퇴근했으며,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제 자리를 보면서 사람 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2. 재치군의 프로젝트 이야기     


Photo by Robert Bye on Unsplash


저는 개발팀의 재치군입니다. 

지금하고 있는 연구개발직이 제 적성에 너무 잘 맞습니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구요. 

특히 제품 테스트를 위해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새 모델을 미리 사용해보는데, 저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휴대폰을 저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갑자기 우쭐해집니다. 

전철에서 전화라도 받을 때면 주변 사람들의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을 정말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요즘 저는 TFT로 옮기면서 한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있던 부서는 워낙 아이디어나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근무했거든요. 

그런데 TFT에서는 출퇴근을 엄청나게 엄격히 관리하더라구요. 

며칠 전에는 팀장님께 지각한다고 혼나서 요즘은 기를 쓰고 일찍 나오는데, 결국 오늘은 제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책상 정리 좀 하고 다니라는 지적까지 받고 나니, 제가 조직생활에 적응이 가능한 사람인지 회의가 듭니다.     



3. 계획군과 재치군의 프로젝트 함께 하기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계획군과 재치군은 신입 사원 교육 당시 일주일 동안 함께 생활했던 사이였습니다. 

당시에 재치군은 일주일 동안의 숙박 교육이 무척 힘들었던 반면에, 계획군은 입사동기들도 “체질이다, 체질!”이라고 놀릴 정도로 잘 적응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교육 중간에 새로운 아이디어 발명 대회에서 재치군이 1등을 했기 때문에 계획군도 재치군을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맨날 늦게 자고 일어나기도 힘들어하며 교육 시간에는 앞장서서 졸던 친구가 아이디어 발명 대회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며, 존경스러울 정도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예상을 뛰어넘는 인상적인 프레젠테이션 기술로 1등을 차지한 사건이 여러 사람들에게 재치군을 ‘엉뚱한 녀석’으로 기억하게 했습니다.


이후로는 다른 팀에서 근무하느라고 제대로 만나거나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같이 TFT에서 만나게 되자 계획군과 재치군은 서로 매우 반가워했습니다. 

계획군과 재치군은 서로 “열심히 잘해보자!”라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첫 회의 때는 계획군의 착실한 준비가 돋보였으며, 재치군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신선함을 제공하는 경험을 하면서 계획군과 재치군은 서로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4. 계획군과 재치군의 다름 이야기 

    

Photo by Headway on Unsplash


하지만 일이라는 게 그렇게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옆자리에 같이 있으면서 항상 서류 더미가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 있는 재치군의 자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계획군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재치군이 종종 회의 때 지각을 하거나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태도들이 계획군이 보기에는 불성실해 보이기까지 해서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동기간에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참고 있던 중, 팀장님이 하루는 재치군을 불러서 지각하는 문제와 책상 정리 등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날 재치군은 계획군에게 TFT에서 업무가 아닌 다른 일로 지적받는 스트레스를 호소했지만, 계획군은 “지킬 것은 지키면 되지 않느냐?”라며 오히려 재치군의 생활 방식의 문제들에 대해 나름대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이런 생활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재치군이 어느 순간 딱 몰두하기 시작하면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을 보인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미스터리였습니다. 

각자 나누어 맡은 과제들에 대해 중간 정리 미팅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며칠 전부터 자료 수집에서 시작해 프레젠테이션 준비로 바빴지만, 재치군은 한가하게 인터넷 사이트를 보거나 심지어는 게임을 하면서 전혀 준비를 안 하는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프레젠테이션 전날 낮에 재치군은 갑자기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고는, 그때부터 뭔지 모를 작업에 혼자 열중해서 샌드위치로 식사를 때워가며 남들 퇴근할 때도 남아서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중간정리 미팅 당일, 재치군은 다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르고 독특한 접근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신선한 아이디어로 전체 프로젝트의 몇 가지 내용을 바꾸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때문 에 재치군은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또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면서 “참 독특한 사람이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5. 계획군과 재치군의 성공 이야기     


Photo by Dylan Gillis on Unsplash


저는 TFT의 다름팀장입니다. 

회사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프로젝트여서 팀을 맡은 이후 팀원 인선에도 매우 신경을 썼으며, 이 때문에 그동안 눈여겨보았던 계획군과 재치군을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개별적으로 봤을 때는 참 우수해 보이던 계획군과 재치군이 함께 일을 하면서부터는 자꾸 소소한 문제들로 갈등을 겪고 부딪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걱정하던 차에, 아예 정식으로 한번 같이 모여 이야기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계획군과 재치군을 함께 만나자고한 취지와 두 사람을 선발하고 싶었던 저의 동기, 또 그동안 가져왔던 관심 등을 말하고, 실제로 같이 일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계획군 

저도 팀장님 생각과 마찬가지로 재치군이 매우 유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동안 옆에서 봐오면서 배울 점도 많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생활하면서 가장 불편한 것 중에 하나는 기본적으로 성실한 업무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저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저녁때면 ‘내일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지. 일찌감치 가서 이런 준비를 해야지!’라고 결심하면서 잠들거든요. 

또 한 가지는 공동생활인데 책상이나 회의 테이블 정리 같은 것도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맨날 저만 치우고 정리하는 것도 이제 지쳤거든요.     


재치군 

저 때문에 계획군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몰랐어요. 

저는 정작 제가 정말 조직생활에 맞는 사람인지 회의가 들었고, 그런 고민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이런 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저의 행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무척 부담스러워요. 

제 생각에 회사는 일하는 곳이고, 일만 잘하고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 책상 정리나 근태 관리 같은 것은 솔직히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본적인 회사생활이나 조직생활에 대한 태도에서부터 계획군과 재치군은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화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난감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계획형 성격과 자율형 성격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고, 계획형과 자율형이 최고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선호하는 업무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시켰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격이 자율형이든 아니면 계획형이든 간에 회사생활은 기본적으로 단체생활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했지요. 



6.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아예 이야기를 2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했습니다. 

조직생활과 관련된 기본적인 예의나 태도와 관련된 부분들, 또 서로 최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고유의 업무 스타일을 존중하는 차원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계획군 

저는 재치군이 기본적인 조직생활과 관련된 원칙들에 좀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그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볼 때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회의할 때나 아니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정리하는 등의 문제들은 방금전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기본적 태도와 관련된 문제로 생각됩니다. 

저 역시 그런 문제로 재치군이 사람들로 부터 오해를 받거나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때면 속상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런 조직생활과 관련된 원칙들을 좀더 신경써서 준수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고, 본인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재치군  

사람들이 제게 하는 “왜 늦었냐?”, “어지럽히지 마라” 이런 말들은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들이고, 솔직히 그동안 그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어디 별천지로 도망가서 살든지 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계획군이 저렇게 진지하게 말을 하니 저도 한번 진지하게 노력해보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한번 한다고 하면 아주 철저할 정도로 열심히 하는거 아시잖아요? 

그런 사소한 문제에 대해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결국 내가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에 대해 좀더 확실한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결국 나도 좋고, 다른 사람들도 좋다는 말이죠!     


이에 덧붙여 일과 관련해 서로의 ‘다름’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계획군은 항상 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 재치군의 능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반면에 창의성이 부족해 항상 고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재치군은 자신도 계획군처럼 계획적이고 싶어서 나름대로 계획도 많이 세워봤지만, 계획군의 엄청나게 정교한 계획표를 보면 슬그머니 자기의 것은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를 이야기했습니다. 

아울러 앞으로는 하루에 한두 가지라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연습을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이로써 계획군과 재치군의 갈등과 대립은 일단락되었습니다. 요즘도 재치군은 종종 늦는데, 이전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에게 매우 미안한 티를 내면서 들어오고, 때로는 늦은 벌로 자신이 간식도 사오는 등 귀여운 모습도 보여 사람들로부터 “재치군아, 종종 늦어라. 이거 아주 좋다”라는 칭찬 아닌 칭찬을 받기도 한답니다.

계획군은 일단 자신이 짠 계획이나 아이디어에 대해 재치군에게 한번 보여주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의 계획이 되어 버린 것 같더군요. 서로 도와가면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팀장으로서 아주 흐뭇함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계획군(계획형)은 재치군(자율형)과 함께 일할 때 이렇게 하세요

☞ 아이디어가 중요한 때와 정해진 계획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때를 구분 하세요.

☞ 너무 빡빡한 일정은 피하세요. 서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좋은 방법입니다.

☞ 세부적인 것까지 관여하지 마세요. 과정은 알아서 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 확인과 점검은 가능하면 공개적인 회의 등에서 하세요. 개인적인 확인은 간섭으로 느끼기 쉽습니다.                    

재치군(자율형)은 계획군(계획형)과 함께 일할 때 이렇게 하세요

☞ 메모를 적극 활용하세요. 그리고 책상 앞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으세요.

☞ 자신의 자율적인 스타일이 타인에게는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잖아요!

☞ 계획을 따라야 하는 때와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때를 분리하세요.

☞ 스스로 조직의 중요한 규칙들은 따르겠다고 결심하세요. 본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jawhasang


 https://brunch.co.kr/brunchbook/re-mbti

      


매거진의 이전글 현실씨의 꿈돌이 키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