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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박사 레오 Jul 08. 2024

나를 지키는
다름의 심리학

Photo by Scott Webb on Unsplash



1. MBTI가 보편적 언어가 되다


Photo from Unsplash+


일시적인 유행이나 열풍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했던 MBTI 열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열풍이라기보다는 아예 우리의 대인관계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입니다. 

특히 젊은 분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소개할 때 MBTI로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을 정도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히려 MBTI 유형을 모르는 사람이 특이해 보이기 까지도 합니다. 


MBTI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기는 하지만 심리전문가로서 이와 같은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나와 타인이 다른 생각과 감정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팩트 정도는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수용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상담이나 심리치료 과정에서는 나와 가깝게 교류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만도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거나 의견 대립이 있을 경우 '나랑 다른 성격 유형인가 보네!'라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너 혹시 극T(또는 F)야?'라는 표현과 같이 성격 상 차이로 서로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까지도 어느 정도는 가능해졌습니다. 



2. 다름은 틀림이 아닙니다


Photo by Martin LONGIN on Unsplash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내가 한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한식을 싫어하거나 일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의 생김이나 식습관의 다름을 틀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주 당연하게 서로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성향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의 다름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보이곤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버리거나 '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때로는 서로가 다르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다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상대방에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실망이나 상처를 받기도 하고 심리적 갈등과 대립을 경험합니다. 



3. 다름으로 인해 끌리고 다름으로 인해 불편하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다름으로 갈등하고 불편하나 다름으로 인해 끌리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대중 강의를 할 때 청중에게 '당신은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낍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혹은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 또는 애인은 당신과 같은 성격입니까, 다른 성격입니까?'라고 질문하기도 합니다. 

생각이나 행동 상으로 가장 대비되는 성격 차원인 외향과 내향만 기준으로 본다면 같은 성격 유형(즉, 외향인끼리 혹은 내향인끼리)보다는 반대 성격 유형(즉, 외향인과 내향인 간에)과 사귀거나 결혼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서로의 다름이라는 것은 양면적인 현상을 보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해서 편안함과 익숙함을 느낍니다. 

반면에 자신과 다른 성향이나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동경이나 부러움을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즉, 때로는 다름이 서로의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반면에 다름으로 인해서 서로 불편함을 느끼며 싸우기도 합니다. 



4. 다름으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받는 사람들


Photo from Getty-Image


상담이나 심리치료 장면에서는 이와 같은 다름으로 인하여 고통받고 상처받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차분하고 신중한 반면에 심각하고 진지한 내향인은 외향인의 활발함과 밝음에 매력을 느낍니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반면에 때로는 섣부른 언행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외향인은 내향인의 신중함과 차분함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데 함께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외향인은 내향인을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가 잦아지며 내향인은 외향인의 거침없고 격한 표현에 상처를 받습니다. 


감성적이나 상처를 쉽게 받는 감정인은 항상 논리적이며 쿨한 성격의 사고인의 모습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나 나 자신이나 타인의 감정에 둔한 사고인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감정인의 배려와 감성에 젖어듭니다. 

그런데 함께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고인의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은 감정인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며 자신의 경험과 논리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인의 폭발적인 감정적 호소는 사고인에게 무력감을 느끼게 합니다.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모습에 매력을 느껴 마음의 문을 열고 가까운 사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는 다른 상대방의 모습으로 인하여 상처와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이 다르고 감정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만 이해하고 수용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입니다. 

오히려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필요한 반쪽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깨닫지 못한다면 서로에게 아픔과 고통만을 주게 됩니다. 



5. 선머슴이 사람 잡는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MBTI 열풍이 꼭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옛말에 '선머슴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지식이나 기술이 없이 적당한(?) 지식이나 기술을 함부로 사용하여 결국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경우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어나고 있는 MBTI 열풍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면 종종 선머슴이 사람 잡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염려가 들기도 합니다. 


우선은 자신의 유형을 정확하게 파악하였는가에 대한 이슈가 있으며, 각각의 유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었는지에 대해서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MBTI라고 칭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연구와 학문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정식 MBTI와 온라인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16Personalities가 완전히 다른다는 것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16가지 각각의 유형에 대한 이해의 경우도 제대로 &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기보다는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통해 얻게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이야기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특히 MBTI 운운하는 것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애정할 때보다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거나 싸울 때 주로 언급된다면 이는 성격 유형론을 매우 악용하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6. MBTI는 죄가 없다


Photo by taylor hernandez on Unsplash


물론 일반인들이 MBTI나 성격 유형에 대해 모두 제대로 된 진지한 학습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편적이고 비-전문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사람들의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인식과 수용 정도만 해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직업이나 성격 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하면 제대로 된 사람 공부를 하고자 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업직이나 CS, 또는 교사나 교수 등 사람을 다루는 직업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사람 공부는 자신의 분야에서 더 좋은 성과나 결과를 보일 수 있는 좋은 자원이자 능력이 됩니다. 


사람이 사람의 행동을 구분하고자 하는 전통은 유사 이래로 있어왔습니다. 

체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고자 하는 시도가 그 시작이었으며 한동안은 혈액형을 통해서 사람들의 성격을 추론하는 열혈 매니아들이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와 같은 완전히 비-과학적이며 비-전문적인 전통에 비하여 MBTI를 비롯한 성격 유형론은 훨씬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이기는 합니다. 

다만 자극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한 흥미 위주의 접근이나 편향되거나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남용에 대한 신중함까지 갖추는 지혜와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습니다. 

도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더 중요합니다. 

MBTI를 비롯한 대부분의 성격 유형 이론이나 심리검사들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나 자신을 보호하고 지키는 도구가 될 수도 있는 반면 잘못 사용하면 나 자신과 타인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내는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7. 사람 공부가 내 마음을 지킨다


Photo by Giulia Bertelli on Unsplash


심리검사, 특히 MBTI와 관련하여 저에게 질문하는 경우 '제대로 된 정식 MBTI를 한번 해보세요!'라고 권합니다. 

이를 통해서 정확하게 자신의 성격과 성향,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행동 경향성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만약 조금 더 노력하고 투자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전문가의 해석과 피드백까지 받아보라고 권합니다. 

나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나 가족, 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같이 검사와 해석을 받아본다면 더욱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문제들도 생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되며 그 선택에 따른 결과도 감당해야 합니다. 

만약 사람 공부를 통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또는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면 사람 공부에 투자하고 노력하는 것이 맞는 선택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갈등을 겪으며 실망과 배신,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기도 합니다. 

인생의 희로애락 중 대부분은 나와 사람들 간의 관계와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합니다. 

만약 작은 투자와 노력을 통해서 삶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갈등이나 문제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나에 대한 공부,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람 공부, 나와 그들 간의 기쁨과 행복,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어느 날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에서 클럽을 개설해 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나를 지키는 심리학'이라는 제목에 끌려 큰 고민 없이 수락하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트레바리 모임이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다름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를 시작으로 해서 나와 타인을 포함하는 사람공부를 주제로 정했습니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나와 타인의 다름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사람 공부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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