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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운아' 이다.

행복은 실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역경을 극복해 낸 상태이다.

2006년 7월 2일, 서울대 이상묵 교수님은 여느 날과 같이 지질연구를 위한 하루를 시작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초청으로 죽음의 계곡을 탐사하는 일정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러나 그날 오후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서 모래먼지에 시야를 잃은 그의 차가 전복되었고, 여학생 한 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였다. 그 또한 목 아랫부분이 모두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이제 그의 인생은 병원침대 위에서 끝날 것이라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그는 6개월만에 학교로 복귀했고 지금도 열정적으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를 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하냐는 기자의 말에 그는 말한다.


“아무것도 없어요. 하지만, 저는 팔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 상태라면 사실 어디에서도 취직이 안 돼요. 대신 빰과 입으로 기계의 센서와 마우스를 움직여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도 가르치고 논문도 쓸 수 있습니다. 제가 직업이 교수라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저는 이상하게 이번 사고로 좌절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특별히 성격이 강한 것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었는데 살았고 또 뇌를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점이 고마워요. 앞으로는 저처럼 팔도 잘 못쓰는 장애인들이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사실 일 밖에 모르던 제가 사고 후에 오히려 희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붙여 말한다.  


“나는 큰 행운아입니다”




우리의 현재는 신냉전의 시대와 기후위기, 인플레이션의 경제위기로 삶이 점점 더 팍팍하게 되었다.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 같은 현실때문에 어쩌면 지금의 행복을 중시하는 소비태도인 욜로You only live once는 점점 더 당연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오히려 이럴 때 진정한 행복을 더 찾기 쉽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행복은 어려움이나 실패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역경을 극복해 낸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묵 교수님은 오히려 역경을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한다. 부지 1만평 규모에 연매출 50여억원의 식당을 운영하다 경제위기를 맞아 2004년 가게를 넘기고 작년 여름 14평짜리 국수집을 새로 연 사람이다.


그도 같은 말을 한다.


“예전엔 온갖 걱정이 많았지요. 그러나 아내와 단둘이서 3천500~5천500원짜리 국수를 하루 100그릇 파는 걸 목표 삼아 살아가는 지금은 걱정이 없어졌어요.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지요.”


이처럼 역경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 회복탄력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뇌가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위협에 반응하는 방식을 강화하는 데 있다.


뇌 가소성은 뇌세포와 뇌 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습이나 환경에 따라 뇌세포는 계속 성장하거나 쇠퇴한다.


다시 말해,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경험의 변화에 적응해서 뇌는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된 생각과 행동이 그 동선을 강화하여 습관을 바꾸기 어렵게 한다. 하지만 또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실행하고 반복하면 또 다른 뇌의 사고 프로세스가 생겨난다.  


멘탈의 경로를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김주환 교수님은 자신의 저서 <회복탄력성>에서 한국인에게 보다 맞게 수정 및 보완한 회복탄력성 모형을 제시했다.


크게 보면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의 3가지 요소와 그 아래 감정조절력, 충동통제력, 원인분석력, 자아확장력, 소통능력, 공감능력, 감사하기, 생활만족도, 자아낙관성의 하위 9가지 요소로 나누어진다.  



인간의 뇌는 신체적 위협과 심리적 위협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그리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비교적 사소한 문제에도 투쟁/도망/얼음 반응이 일어난다.


뿐만 아니라 교감신경계는 특히 사회적위협 즉 관계의 어려움, 직장 갈등, 가족 내 스트레스, 생계 문제와 같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도 지나치게 활성화  될 수 있다.


우리가 머리로는 이 요인들이 별 것 아닌 것을 잘 알지만 막상 어떤 일이 터지면 본능은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과거의 사건을 연상시키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불안과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생존에 대한 본능은 위험 상황에 반응하게 되고, 생각하기 보다 곧장 행동에 돌입한다.


예를 들어, 불이 나면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과 같다. 이때 회복탄력성이 높거나 혹은 훈련이 되면 한발 물러서서 상황이 안전한지 혹은 위험한지 판단한다. 또 무엇이 위협이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런 기능을 하는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은 대게 추리, 계획, 복합적 사고, 성격 발현, 의사결정, 사회적 행동 조절, 문제 해결 등 모든 행동의 감독관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단기적 목표보다 장기적 목표에 입각해 행동하게 만든다.


그래서 회복탄력성이 높을수록 우리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매우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살면서 위험요소와 과잉행동을 줄이게 된다.


또한 이러한 면역으로 도전적인 상황에도 잘 대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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