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관리의 첫걸음은 스트레스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란 무엇일까요?
스트레스는 ‘팽팽하게 조인다’는 의미의 라틴어 ‘스트링게레’stingere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스트레스’는 원래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건물에 무게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건물이 무너지기도 하는데 이때, 서서히 가해지는 압력을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1930년 한스 셀리에 Hans Selye교수는 새로운 호르몬을 찾기 위한 연구를 하면서 많은 쥐를 따라다니며 주사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호르몬 주사를 맞은 쥐나 단순한 식염수를 주사한 쥐나 똑같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들에게 있어 주사의 내용물이 아닌 주사를 맞는 그 자체의 고통이 동일한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체가 외상이나 중독, 한랭, 전염병과 같이 비특이적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의 종류에 관계없이 뇌하수체 전엽 및 부신계를 중심으로 반응이 일어난다는 ‘스트레스 학설’을 제창하였는데, 이것은 내분비학의 영역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집니다.
1단계는 스트레스를 처음 경험하는 단계로 몸 안의 긴장을 높이고 자원을 최대한 동원하는 ‘경보 단계’입니다. 이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저항 단계'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2단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심한 피로와 자원의 고갈로 인해 스트레스가 와도 반응하지 못하는 ‘소진 단계’로 진행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부담에 대한 신체의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꼭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좋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Robert Yekes와 존 도슨John Dodson의 연구에 의하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냅니다.
연구에서 도전적인 과제를 받은 사람들을 관찰했더니 뇌와 신체가 모두 과제 수행을 위해 더 기민해지고, 각성하는 변화가 있었던 것입니다. 각성은 대량의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근육이 긴장하고 심장 박동수와 민감성이 증가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각성 수준이 중간일 때 수행 수준은 가장 높았습니다.
오히려 각성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너무 낮거나 높으면 수행 수준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중간 수준의 각성 상태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효과를 유스트레스eustress, 심리적 고통을 유발하는 나쁜 스트레스는 디스트레스distress라고 합니다.
이런 디스트레스를 국제정신종양학회는 혈압, 맥박, 호흡, 체온, 통증에 이어 6번째 신체 활력 징후로 정의하고, 모든 암환자에서 진단 및 재활 그리고 완화치료를 시작할 때마다 디스트레스를 측정 및 관리를 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는 2014년 7월부터 2021년 7월 사이 원발성 대장암을 진단받고, 근치적 수술까지 받은 환자 1,362명을 대상으로 ‘진단 시 디스트레스와 재발 및 사망률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종합암네크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에서 개발한 디스트레스 온도계와 체크리스트를 이용해 환자들의 스트레스 점수를 매겼습니다. 그 결과, 환자 10명 중 7명에 해당하는 76%가 암을 진단받을 때부터 디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는 자체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당혹스럽고 힘든 경험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진단 시 디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병의 재발이나 사망 위험도 같이 커진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 이는 병으로 인한 두려움이나 슬픔과 같은 감정적 요소와 경제적인 요소, 육아와 직장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추가적인 고통을 야기하는 것으로 조사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우리가 경험을 하는 육체적 스트레스, 화학적 스트레스, 정신적 스트레스 이 세 가지는 각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대게 하나의 스트레스가 트리거Trigger로 작용해서 몸과 마음 전체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어떤 스트레스가 되었든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흥분하며 각성 상태가 됩니다. 이는 몸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으로 만약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흥분하면 중추신경과 말초신경에까지 영향을 주어 몸 전체에 질병과 같은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트리거를 만났다고 해서 무조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건강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박사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우리가 스트레스를 낮추는 사고 및 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