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폰부터 보는 사람들을 위한 클래식

그리그 <아침의 기분>으로 마음을 부드럽게 깨우기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마음이 쉴 틈 없이 바빠지진 않나요? 알람을 끄자마

자 휴대폰을 켜고, 쌓인 메시지와 일정부터 확인하고, 출근 준비나 집안일을 하느라 몸은 움직이는데 정작 마음은 아직 깨어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의 첫 시작을 그리그의 <아침의 기분>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곡은 평소의 재촉하는 아침과는 다른 느긋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이 곡은 해가 뜨는 아침을 묘사한 곡이에요. 그리그는 이 곡에서 빨간 해가 빼꼼 고개를 내밀 때부터 완전히 떠올라 밝고 따뜻한 빛이 사방을 내리쬐는 아침의 과정을 아주 아름답게 표현하였답니다. 이 음악과 함께 한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시간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열리는 아침을 느끼고 하루를 열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그는 어릴 때부터 폐가 약하고 체력이 약한 탓에 도시에 오래 머무는 것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는 자연 속에서 지내는 시간이 필수였고, 음악가가 되어서도 숲 근처나 경치가 좋은 오두막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나중에 그리그는 베르겐 외곽의 트롤하우겐에 별장을 짓고, 언덕 아래 호수가 보이는 작곡용 오두막까지 마련했죠.


자연 속에서 잠시 쉬어본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으시죠? 그렇다면 알 거예요. 자연 속에서는 몸의 감각이 섬세해지는 느낌을요. 살결을 스치는 바람의 흐름과, 흙냄새 한 줄기까지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그 상태, 생각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면서 해방되는 느낌. 그리그도 그렇게 느낀 자연을 음악으로 정성스럽게 옮겼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리그의 음악을 들으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이 풀려 느꼈던 감각들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아요. 바람이 스치고 햇살이 쏟아지는 순간을 한 음 한 음에 담아, 듣는 사람까지 그 공간 속으로 살짝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정말 매지컬한 경험이죠.


<아침의 기분>의 첫 시작은 플루트 솔로 선율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는데, 그 음색이 정말 밝고 청아해서 햇살이 수평선 위로 천천히 올라올 때의 반짝임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오보에는 한 옥타브 아래에서 부드럽게 따라오며, 투명한 바다 위에 비친 햇살 같은 느낌을 만들어주죠.


6/8 박자의 여유로운 템포는 바람에 실려 천천히 퍼지는 아침 공기처럼 선율을 부드럽게 감싸, 듣는 이마저 자연 속에 서 있는 듯한 평온함을 느끼게 해주는데요. 느린 6/8 박자는 부드러운 리듬감을 줄 때 많이 사용하는 박자로 한 마디 안에 여섯 박이 있지만, 두 박 단위로 묶이면서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곡이 점점 진행되면 중심 선율이 한 계단씩 서서히 높아지는 게 들리실 거예요. 거기에 더해, 오케스트레이션이 점차 두꺼워지며 화성 진행도 확대되죠. 그에 따라 음악이 점차 화려해지고 공간감이 확장되는 게 마치 아침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며 빛이 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밝은 햇살이 사방을 비추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리그가 짧은 곡 안에서도 간결함 속에서 서정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장식음이나 과도한 구조 없이도, 최소한의 선율과 부드러운 화성, 일정한 흐름만으로 아침의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온전히 포착해냈죠. 자연 속에서 단순한 일상을 추구했던 그의 삶처럼, 세밀한 관찰과 절제된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풍부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을 뜬 날, 그리그의 <아침의 기분>을 틀고 잠시 음악에 집중해 보세요. 짧은 곡 하나만으로도 하루를 조금 더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고, 이 곡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풍경과 새소리, 햇살 속에서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음악을 들으면서 심리적으로도 효과적인 짧은 루틴을 함께 만들어두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음악을 틀어놓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거죠. 이렇게 몸과 감각을 함께 쓰면, 아침의 상쾌함이 음악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면서 하루를 차분하게 시작할 수 있어요. 뇌가 쓸데없는 생각으로 바쁘게 돌아가지 않고, 지금 순간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덕분에 도파민과 세로토닌도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고, 마음이 불안하거나 조급해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Claude Monet, Impression, Sunrise (1872). Public Domain.


음악과 시각적인 경험을 연결해 보는 것도 좋아요. 일출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꽤 괜찮습니다. 그리그의 <아침의 기분>과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는, 자연과 빛을 세밀하게 관찰한 인상파 작가 모네의 회화들을 추천해요. 모네의 대표작품인 <인상, 해돋이>를 비롯해 <지베르니의 아침 풍경>, <안개 낀 센 강의 아침> 같은 작품을 음악과 함께 보는 거예요. 모네는 매일 주변 경관을 관찰하고 그 빛과 움직임을 빠르게 포착해서 그린, 자연에 헌신적이었던 작가로 유명하죠. 심지어 그는 그가 사랑하는 연못을 그리기 위해 두 눈의 시력을 잃을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그러한 헌신이 담긴 그의 회화는 강렬한 색감과 몽환적인 붓 터치를 담고 있어 자연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면서도, 앞서 소개한 음악과도 분위기가 비슷해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침에 짧게라도 예술과 함께 한다면,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이상으로 몸과 마음이 함께 깨어나죠. 또, 운이 좋으면 하루의 영감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런 작은 습관이 일상속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챙기게 도와줄 거라 믿으며 글을 마칩니다.


음악 듣기 : https://youtu.be/J-1Bob1dU18?si=hPchhufPZBf1aD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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