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 때,
이직을 고민하거나, 어떤 관계가 흔들릴 때,
지금의 모든 선택이 잘못된 것만 같을 때.
분명 열심히 살아왔는데, 앞이 탁 막힌 느낌에 멈춰 서게 되는 그런 순간 말입니다.
괜찮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길이 보이지 않는 순간’ 앞에서 생각보다 많은 걸 배웁니다. 문제는 그 막막함 속에서 자주 ‘바깥’을 보려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어쩌면, 그 순간 ‘내 안’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당신이 헷갈리고, 흔들리고, 머뭇거리고 있다면, 그건 삶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삶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앞길이 막막한 순간, 우리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이것’.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내 앞에서 길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내 뒤에서는 수많은 길이 닫혔다.”
미국의 교육자이자 삶의 성찰을 이끄는 작가, 파커 J. 파머(Parker J. Palmer)의 저서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얼핏 보면 조금은 시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이 문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매우 현실적이고도 깊은 위안을 줍니다. 결국 우리가 걷는 인생이란 길도 이렇게 한 발, 한 발, 닫히는 문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우리가 기대하는 삶의 모습 — ‘열린 길’
우리는 살아오며 늘 ‘앞이 열리는 삶’을 기대해왔습니다. 학생 때는 성적이 진로를 보장해 줄 것 같았고, 사회인이 되어서는 승진이나 연봉이 앞날의 확실한 길을 인도해 줄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은 앞날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취업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 일이 평생의 직업이 될지 모르고, 결혼을 했다고 행복이 보장되진 않으며, 어떤 선택도 '정답'임을 즉각 알려주지 않습니다.
❙ 그런데 왜 ‘닫힌 문’이 길이 되는 걸까요?
파커 파머는 말합니다. ‘길은 내 앞이 아니라 내 뒤에서 만들어진다’라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고, 또 어떤 선택을 포기했을 때,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즉, 내가 ‘이건 아니다’라고 느끼며 돌아서거나 실패로 인해 강제로 접게 된 어떤 길들이 오히려 나에게 더 맞는 방향을 찾아주는 초대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자퇴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히 듣게 된 ‘캘리그래피 수업’이 나중에 매킨토시 컴퓨터의 아름다운 폰트 디자인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당시 그는 자퇴라는 ‘닫힌 문’을 마주했지만,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는 그것이 자신에게 꼭 필요한 방향 전환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 내 인생에도 이런 문들이 닫히고 있다
혹시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고,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지 막막한가요? 그렇다면 어쩌면 ‘당신의 인생도 지금 조용히 길을 만들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코칭한 사례를 들어 드려 보겠습니다.
A 씨는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며 나름 괜찮은 커리어를 쌓고 있었지만, 자주 공허함이 엄습해 왔습니다. A 씨는 소비자 분석, 캠페인 운영을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 제품이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나?’, ‘나는 이 일을 통해 누구를 위한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품고 있었습니다. 늘 각종 기획서에 파묻혀 있었고, 점점 자신이 ‘껍데기로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자 A 씨는 사내 복지로 제공되던 심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난생처음, 자기 이야기를 ‘편집 없이’ 말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 시에는 편안함을 느꼈지만, 회사 일을 할 때는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어 그만두고, 이후 점차로 심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미래가 불투명했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몇 년 후 코치가 되어 ‘이 일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퇴사라는 ‘닫힌 문’ 덕분에, A 씨는 그동안 마주하지 못했던 ‘나다움의 공간’과 연결되고, 그 안에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 길은 ‘계획’이 아니라, '성찰'의 결과
우리는 흔히 인생의 길을 ‘계획’으로 생각하지만, 파커 파머는 길이란 ‘삶을 걸으며 닫힌 문을 통해 얻은 성찰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그 길은 앞날을 정확히 내다보고 선택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삶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경험’이 순차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괜찮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잘못된 인생을 사는 것도, 뒤처졌다는 뜻도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당신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자신만의 길을 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성찰은 '겪은 일'을 '돌아보고 해석하는 힘'입니다. 우리는 늘 어떤 일을 겪습니다. 실패, 관계의 어려움, 방향 상실, 충돌, 이별 등등… 그런데 그것을 그냥 ‘지나가게’ 두느냐, 아니면 ‘되돌아보며’ 그 안에서 어떤 통찰을 얻느냐가 관건입니다. 파커 J. 파머는 길이란 그런 ‘직면한 경험’을 ‘반추하고 받아들이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깊이 바라보는 일’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예시하자면,
* 단순 경험: 이직했는데 회사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 성찰: “왜 나는 이곳에서 매일 피로해졌을까? 어떤 부분이 내 가치와 맞지 않았는지 파악해 보자.” → 다음 선택에 이 기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겪은 것을 그냥 흘리는 단순 경험이 아니라, 성찰을 통해 소화하고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파커 J. 파머의 핵심 메시지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Let your life speak)’이며, 삶이 내게 주는 메시지를 가슴으로 알아듣고 존재적인 질문을 던지며, 자기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깊은 성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열린 문은, 닫힌 문 뒤에서 시작될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기대하는 ‘확실한 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이 순간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느껴지는 것에서 물러나서, 작게나마 에너지가 올라오는 일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일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뒤돌아보면, 그 한 걸음이 수많은 문을 닫으면서 결국 ‘나만의 길’이 되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하지 마세요. 인생은 그렇게, 우회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럼 다른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