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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용기를 내도 괜찮을까요?

온라인 만남에 대하여

by 새벽달풀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관계가 진지할 수 있을까?’

어느새 내 안에 자리 잡은 불신이 조용히 마음을 가로막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한때 그곳을 꺼려했다.

돌싱 카페라는 곳.


온라인에서 만나서 잘 살고 있다는 후기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만나고 보니 프로필 내용이 거짓이었다.'

'돈 때문에 접근한 거였다.'

등등의 부정적인 말들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뭐라도 붙들고 싶은 마음에,

현재를 만나기 전 탈퇴했던 그곳에 다시 가입했다.

'카페에서 소통하는 사람들과 나는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잖아.'

'일부 사람들 이야기로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말자.'

'보기만 하는 건데 괜찮잖아.'

처음엔 그저 프로필만 살폈다. 이력서처럼 정리된 정보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이 쓴 다른 글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상처들.

힘들지만 씩씩하게 살아내는 과정들.

글 속의 여러 감정들이 자꾸 내 마음에 머물렀다.


나와 비슷한 마음을 표현한 글을 보면

내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이런 게 위로구나.'

결국 그 공간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처럼 조심스럽게 가입한 사람들이겠지.

누군가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속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내 프로필을 작성하진 못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오는 연락을 받아들일 용기는 없었으니까.

그래도, 프로필을 잘 들여다보다 보면 나랑 맞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책을 덮고, 어느새 그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 이틀, 몇 주...

그러다 우습게도

종교, 성격, 사는 곳, 취미, 나이 차이까지 꼼꼼히 따지는 내 모습을 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나랑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네.

근데 소개받아서 맞을 확률은 더 없겠다...'


결국, 나도 꽤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면서 주변에 조건은 말도 안 하고 소개 좀 해달라고 했던 내가 떠올라, 헛웃음이 났다.


기대에서 포기로 점점 변해가던 어느 날.

작성된 지 한 달도 넘은 프로필 하나가 묘하게 눈에 들어왔다.

"좋은 풍경을 봤는데 나눌 사람이 없을 때, 싱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문과 쪽 박사님은 어려울 것 같아요."

"성격은 조용한데 얘기하다 보면 깊은 세계가 있어요."

"운동은 가끔 강변 달리기 합니다."

특별하지 않은데 왜 내 눈에 들어왔는지 찾고 싶어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종교가 같고 거리가 가까워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을지도 몰라.

'쉽게 행동하지 말아야지.'

'만약 시기가 맞지 않다면 인연이 아닐 거야.'


대학생 때 들었던 어떤 말이 생각났다.

"2~3년 사용하는 핸드폰도 그렇게 며칠을 알아보고 고민하는데,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쉽게 결정하면 안 되지."

그리고 그 말이 가슴에 박혔다.


신중해지려 노력하며 며칠 동안 계속 그 프로필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일상이 바빠져 잊힌다면, 그건 잠시 스친 마음이라 여길 생각이었다.
일부러 다른 프로필도 열심히 살펴봤다.
더 나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마음은 점점…
연락하고 싶어 안달하는 나로 가득 차고 있었다.

'내가 혼자 이렇게 고민할 줄 몰랐다. 어디 물어볼 수도 없고.'


프로필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정말 괜찮을까?

돌싱 카페에서,

여자 회원이 먼저 말을 걸어도 되는 걸까?


사실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처음 가졌던 불신의 연속,
그게 지금의 망설임일지도.


마음속으로 다시 물었다.
용기를 내도 괜찮을까?



다음 이야기는 7/8(화) 저녁 8시에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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