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성장]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 불교
만약 내가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났더라면, (나는 약한 체력과 신경 쇠약을 디폴트 값으로 타고났다.) 부모의 양육 방식이 훌륭했다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이었다면, 자라면서 좋은 어른을 만났더라면, 만약 그랬다면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한 번도 의심을 품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 세계에 대한 동경이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의혹이든 그 첫 포문을 열어준 것은 1999년도 본 '매트릭스'라는영화였다.
모피어스는 매트릭스 속 가상세계에 살고있는 앤더슨(=네오)에게 진실을 알고 싶으면 빨간약,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파란약을 선택하라고 한다. 진실을 알고 싶은 네오는 빨간약을 선택한다.
남들이 키아누리브스(남주) 리즈 시절 미모와 총알 피하는 장면에 감탄할 때 나는 감독이 설정한 매트릭스 세계관에 몰입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주옥같은 대사들. 불교 공空사상과 데자뷰(dejavu)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그 당시 중3이던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데자뷰(dejavu)현상: 기시감으로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일이나 처음 본 인물, 광경 등이 이전에 언젠가 경험하였거나 보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
영화 속 앤더슨(=네오)이 매트릭스 속에서 억압된 채로 잦은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가듯 나 역시 그렇게 살아갔다. 그러던 내 삶에 등장한 모피어스. 바로, 지금은 고인이 된 내 정신과 주치의였다. 살아있어도 죽은 것 같던 좀비 같은 36년의 삶. 주치의와의 면담은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프레임의 개박살 작업이었다.
정신과 주치의> 보편적 가치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십시오.
나는 주치의를 만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째 모피어스의 등장은 법륜스님을 통해 만나게 된 '부처님'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내 삶은 비주류, 경제적 곤궁, 정신병의 패키지였다. 앞으로 걸어갈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나는 기꺼이 그 길을 걸어가려 한다.
적어도 내겐 '내가 믿는 진실'에 대한 확신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