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안쪽에서

죄책감

by 다정한 상담쌤 ㅣ나를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가, 읽고도 답이 없을 때

괜히 “내가 너무 짜증 섞인 말을 했나?” 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부모님께 바쁘다고 전화를 못 드렸을 뿐인데, 갑자기 ‘불효자 같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심지어 나의 중요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거절을 한 순간에도, 죄책감이 따라온다.


죄책감이라 하면 뭔가 잘못한 뒤에 따라오는 반성인가 싶지만 우리는 종종 ‘나쁜 짓을 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낀다. 이 감정은 단지 도덕적 기준을 어겼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로 존재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두려울 때도 나타난다.


“내가 너무 심했나”라는 생각이 반복되고 아이에게 화를 낸 뒤엔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닐까”라는 반추가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죄책감은 사건의 크기와 무관하게, 관계 안에서 ‘나 때문에 무언가 망가질 수 있다’는 공포와 함께 자연스레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이 감정의 근원을 깊게 들여다보면 여러 층이 보인다.


정신분석에서는 죄책감(guilt)을 ‘내면의 초자아와 현실 자아의 충돌’로 본다. 초자아는 어릴 때부터 ‘착해야 한다,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기준을 내면화하며 자라온 도덕적 목소리다. 하지만 이 기준이 너무 강하면, 관계 속 작은 불편에도 ‘내가 잘못했나?’라는 자기 비난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하면 안 돼’, ‘너 때문에 아파할 거야’ 하는 내면의 경고음이다. 하지만 이 소리는 애초에 타인을 진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관계의 불안을 덮는 방어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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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세상, 나라도 다정할래’. /유쾌함+진지함 전문상담사. 일상을 살아가며 혹은 상담시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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