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을까 마음 헤매는 날(6번 유형)

<꾸꾸의 에니어그램 성격이야기 1부>

by 꾸준함의 꾸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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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유형 '나는 충실합니다'

6번 유형을 이해하는 핵심 문장은 ‘'나는 책임감 있고 충실합니다’입니다.


식초님: 걱정이 많아요.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해요. 커피숍에 가서 주문할 때 점원 표정이 안 좋으면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 내가 뭐 실수했나? 뭐지? 신경 쓰여요. 어딜 가 든 비상구는 살피는 편이에요.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잖아요. 어떤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조심하는 게 좋죠. 비상구는 어디에 있는지, 소화기 위치도 확인해야 마음이 놓여요.


요즘 가장 큰 걱정은 건강이에요. 크게 아픈 곳은 없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갑자기 불안할 때가 있어요. 어디가 안 좋다 하면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하는데, 어떨 땐 그렇게 찾아보고 나서 더 불안해지기도 해요. 일할 때는 실수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한 번은 회사에서 서류 작성하는데 관련 번호를 잘못 쓴 거예요. 그때 이후로 최소 다섯 번은 검토해요. 비슷한 일을 할 때마다 손이 떨리고 긴장돼요. 일은 빨리해야 하는 데 정확하게 해야 하 이까 전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요. 강박 같기도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간장님: 어릴 때 친구들이랑 놀다가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어요. 피가 철철 나는데 엄청 무서웠어요. 아빠한테 연락했는데 아빠가 크게 다친 거 아니면 집에 우선 들어가라고 하셨어요. 전 너무 놀라고 아팠는데 아빤 전혀 모르더라고요. 집에 들어갔는데 아빠가 티브이만 보시는 거예요. 그때 알았죠. 아빠는 날 보호해 주지 않는구나. 그때부터 아빠와 사이가 조금씩 멀어진 것 같기도 해요. 엄마는 걱정이 많아서 항상 뭘 못하게 했어요. 사람도 조심해야 하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제가 절 보호하려는 마음이 커진 거 같아요.


연애는 좀 어려워요. 상대방이 연락을 늦게 하면 걱정돼요. '무슨 일이 생겼나? ' 그런 마음이 들어요. 답문이 늦으면 '마음 이 변했나? 달라졌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 초조해져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마음도 들고요. 상대의 반응에 예민한 편이라는 건 아는데, 알아도 그걸 놓는 게 쉽지가 않아요. 상대방이 이런 내 맘을 알면 불편하기도, 힘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아무 일도 아니다, 괜찮을 거다' 이런 유의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책을 읽는 동안은 적어도 마음 이 편안해지거든요.


참기름님: 처음부터 자기 관리를 잘하게 된 건 아니에요. 20대 때는 불안하면 무조건 빡빡하게 루틴을 만들었어요. 운동, 글쓰기, 명 상을 하면서 어느 순간 내가 불안해서 날 바쁘게 만드는 구나를 알았어요. '나를 아는 글쓰기, 내면 글쓰기'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 처음엔 내 생각을 말하게 되고, 그다음엔 내 감정을 느끼게 되고, 내 어린 시절이나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되게 많이 배우고 느낀 것 같아요. 배웠다기보단 저 자신을 입체적으로 잘 알게 된 게 맞네요. 그 덕분에 마음도 안정되고 제 자신에 대한 믿음도 커졌어요. 그러면서 사람들과 관계도 좋아지고, 지금은 본의 아니게 친구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입장이에요.


선택할 때 물론 제 주변의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요. 단 참고용으로 만요. 무엇보다 제 내면의 목소리가 중요해요. 전에는 불안이 커서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그에 따라 결정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어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더 중요하고, 내가 바라는 대로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좀 있어요. 제가 30대 때 암으로 크게 아팠거든요. 지금은 완치 판정받았어요. 그때 일도 다 놓고, 엄청 힘들었는데 덕분에 제 자신을 되돌아봤어요. 암이 아었다면 전 여전히 제가 왜 힘든지도 모른 채 영혼 없이 살았을 것 같아요. 지금 제 삶에 만족해요.


6번 유형은 ‘혹시’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면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거나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준비해야겠어.’ 등 미리미리 대비하고 조심하려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습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성실해 보여서, 다른 사람들은 든든하게 느끼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은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자신을 더 단단히 붙잡으려 애씁니다. 6번 유형의 주된 동기는 ‘안전하게, 별 탈없이 살아가고 싶어.’이고 그 안에는 ‘세상은 믿을 수 없으니 대비하고 준비해야 해’하는 근원적 불안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믿을 만한 사람이나 원칙을 찾아 의지하고, 그 신뢰를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믿음이 정말 안전한 것인지 의심하는 마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6번 유형의 깊은 두려움은 자신이 혼자 남겨지는 것입니다. 주변의 지지 없이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들에게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공동체나 사람에게 충실하려 하면서도, 마음속 한편에는 상대방이 믿을만한 사람인지 관찰합니다. 그래서 집단이나 사람에게 신뢰를 주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상대방에게 맞춰서 행동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두려움을 느끼던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상사가 친근하게 말을 걸어도 무뚝뚝한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마음속에 안전과 신뢰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다른 표현입니다.


6번 유형의 장점은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협동심입니다.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헌신합니다. 매사 조심하고 준비하는 태도는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가족이나 직장에서 6번 유형이 함께하면 보이지 않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팀을 위해 자신을 헌신할 줄 알기에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집니다.


삶에 신중함을 더해주고, 관계에 진심을 담게 해주는 6번 유형의 불안이 너무 커질 때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바깥의 기준이나 다른 사람의 반응보다, 지금 나에게 어떤 생각과 감정이 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6번 유형은 점점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이들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스스로를 믿는 법’을 배우는 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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