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같은 걸로 주세요(9번 유형)

<꾸꾸의 에니어그램 성격이야기 1부>

by 꾸준함의 꾸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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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유형 '나는 평화를 원합니다'

9번을 이해하는 핵심문장은 '나의 세상에 평화를 바랍니다'입니다.


시금치님: 어릴 때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다투고 집에 가서 엄마에게 이야기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너무 피곤해 보였고, 엄마한테 할 이야기 있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엄마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때부터 그냥 혼자 생각하는 게 많았죠.


요즘에 제일 힘든 건 제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거예요. 이미 우리 팀에서 할당된 일이 있었는데, 옆 팀 과장님이 간 단 하나 거라며 일을 부탁하시는 거예요. 처음엔 사진 한두 장 보정하는 걸로 시작해서, 이번에도 비슷한 거겠지 하고 봤는데 50장도 넘는 사진을 보정하는 거더라고요. 늦게 퇴근하는 건 괜찮은데 부탁받은 거 하느라 우리 팀에서 해야 할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제가 한심해요. 과장님께 말씀드리는 거요? 상상도 못 하겠어요. 그럴 바에는 그냥 제가 일하는 게 낫겠어요.


취나물님: 친구가 말이 좀 센 편이에요. 속은 따뜻한 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오해를 하기도 해요. 그래서 친구랑 다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부러 친구에게 농담도 걸고, 분위기가 싸해지면 화제 전환을 하는 편이에요. 사람들끼리 서로 잘 지냈으면 하 는 마음이 있어요. 결혼하고 나서 배우자는 저한테 늘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고 해요.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고, 잘 맞춰주는 편이에요.


연애할 때는 잘 맞춰주는 게 좋다더니 결혼하고 나서는 그게 불만이래요. 어디에 가고 싶은지, 뭐 먹고 싶은지 물 어보면 저는 보통 "아무거나, 너 먹고 싶은 거, 난 다 괜찮아." 이렇게 말하거든요. 매번 자기가 결정해야 한다고, 진짜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봐요. 뭔가 있긴 있을 텐데 일단 제가 상대방 의견 따르는 게 더 편한 거 같아요. 근데 제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니, 좀 달라지긴 해야겠죠?


도라지님 지인: 도라지님이요? 어떤 상황에서도 정말 단단해요. 그 단단하다는 게 딱딱한 게 아니라, 부드러운 가운데 중심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갈등 상황이든, 위급 상황이든 당황해하지 않고 차분히 하나씩 해결해 나가세요. 누군가를 비난하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고, 상황을 정말 명확히 보시고 그때 가장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세요. 그런 분위기 속에 있어서 저는 편안함을 느껴요.


9번 유형은 마음속에 평화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둡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가능한 한 갈등 없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느긋해 보이지만, 그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욕구를 누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9번 유형의 핵심 신념은 ‘주변이 평화로우면 나도 괜찮아’입니다. 누군가가 “뭐 먹을래?” 하고 물으면,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며 타인의 의견에 맞춰 유연하게 따라갑니다. 깊은 마음 안에 ‘갈등이 생기는 게 두려워’라는 분쟁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의견이 달라도 일단 겉으로는 동의하고 보거나 상황을 회피하면서 갈등을 피하곤 합니다. 관계 속에서는 무난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애씁니다.


이런 성향은 한편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 안의 욕구와 감정을 자주 잃어버리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지?’ ‘정말 원하는 건 뭘까?’ 같은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기 감각이 흐릿해지면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삶의 중심도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9번 유형은 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안으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 쌓입니다. 평소엔 잘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거나, 사소한 것에 서운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거나 회피해 무기력이나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면 게으른 것이 아니라라 많이 지친 상태입니다.


9번 유형은 관계에서 갈등을 피하려고 애쓰다가 자기 안의 에너지가 점점 닳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건 뭘까?’ 물어보면서 자신의 내면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9번 유형의 장점은 느긋함과 포용력입니다. 다양한 관점을 두루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조직에서는 중재자 역할을 하며 갈등 상황을 풀어가는 자질이 뛰어납니다.


적절한 9번 유형이 곁에 있으면 갈등이 줄고 모두가 편안함을 느낍니다.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존중합니다.


9번 유형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는 나여도 괜찮다’는 자기 확신입니다. 늘 밝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그저 지금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내면 성장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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