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기쁨과 또, 기쁨
오늘의 글감
자기소개를 할 때 사는 곳이나 하는 일, 취미 같은 것을 설명하는 이유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몸담고 있는 곳들이 나를 설명해 주는 요소들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의 취향이 곧, 그 사람을 설명해 주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멜론탑 100을 좋아하는 사람과 LP판을 듣는 사람은 왠지 그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저는 자아실현(?)의 일부로 취향을 발굴하고 견고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취향을 찾는 방법에도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걸 찾는 새로운 방법이나 취향을 탐색해 볼 새로운 분야를 찾는 법에 대해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불안해지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무엇인가요? 저는 책을 찾습니다. 사회에서 마주치는 복잡한 문제의 답을 누군가는 이야기하고 있을 거라 믿거든요. 정확한 답을 얻지는 못할지라도 때때로 뜻밖의 힌트를 얻기도 합니다. 이렇게 문제 해결 관점에서 서점에 가는 것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취향의 발견 창구로서 매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베스트셀러 코너와 각 분야의 매대 위에 놓인 책을 구경하는 것, 서점에 방문한 사람들을 관찰하는 즐거움과 같은 것 말이죠. 평소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면 쉽게 눈이 가지 않기 때문에 서점에 가면 일부러 양서 코너부터 아동 코너까지 빠르게 둘러봅니다. 요즘 세상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하고요. 최근에는 평일 낮에 서점에 갈 기회가 많았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북적북적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중에 특히 청년층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요. ‘평일에 회사 안 가고 왜 여기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저쪽에서 저를 볼 때도 같은 생각을 하겠군요.
(맞은편에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책을 훑어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떠나간 뒤 어떤 책이었는지 확인해 보는 은밀한(?) 즐거움도 있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전 세계의 독자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가의 삶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읽고 나서는 대체로 ‘거장의 삶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군’과 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와 내가 다른 점이라면 좋아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는 끈기랄까요. 무라카미 하루키를 아신다면 그가 소설가이자 마라톤, 재즈, 여행, 그리고 위스키 애호가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느 하나 적당히 좋아하는 법이 없기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 <하루키의 여행법>,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팬으로서 작가의 사적인 취향의 내밀한 부분까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굉장한 행운입니다. 그리고 이 행운을 나의 일상에도 하나씩 알맞게 맞추어 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덕분에 싫어했던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고, 누군가의 재즈 공연 초대에 응하는 날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띠라 하기’를 통해 그와 내가 어떠한 형태로든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죠. 아주 조금은 그가 우주에 내뿜는 영험한 기운을 공유받는 기분도 들고요(?).
누군가의 초대에 응한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데는 누군가의 초대에 응하는 것만큼 신선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를 따라 하는 것이나 서점에 가는 것 모두 어느 정도 나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의 울타리 안에서 사전 평가를 거친 뒤에 취할지 말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책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 분이 독립 출판 페스티벌에 함께 가자 초대를 해주었을 때, 냉큼 ‘Yes’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마도 몇 년 전 좀 더 소심하고 폐쇄적이었던 과거의 저는 우물쭈물하다가 거절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언젠가부터일까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누리자!’라는 마인드가 강해졌고, 좋아하는 사람이 내미는 손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생소할지라도 일단은 잡고 보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한편, 이것이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의 새로운 시도에 응원을 보내고 손을 맞잡고 때로는 손을 먼저 잡기도 하는 과정에서 항상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는 것이죠. 시간과 돈은 한정적인데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달려드는 스스로의 적극성에 가끔은 압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새로운 경험은 즐겁고, 그것을 호감을 가진 누군가 덕분에 하게 되는 것은 더욱 즐거운 일이기에 가능한 한 내민 손을 계속해서 잡고 싶은 마음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는 만큼 제 발을 더 빠르게 구르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렇게 J형 인간이 되어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