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의미 있는 선택으로 4860개의 상자를 채우기
이번주 글감 :다음 주에 나를 위해 시도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매 주를 한 개의 박스로 상상해 보세요.
이 박스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많은 일들을 계획하지만, 종종 그것들을 미루게 됩니다. 이런 저에게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이 팀 어번의 TED 영상이었어요. <할 일 미루기 대가의 심리>라는 강연으로 이 강연은 5300만 회를 달성한, TED가 업로드한 영상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영상입니다. 강연 마지막 즈음 연사는 한 이미지를 청중에게 보여줍니다. 작은 네모 박스가 화면을 가득 채운 이미지입니다. 그것은 인생 캘린더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 캘린더에는 인생 90년 동안 매주마다 한 상자씩 있습니다. 계산해 보면 4680개의 상자가 나와요. 그렇게 많지 않은 상자들이죠, 특히 이미 우리가 많은 상자들을 사용했다면 말이에요.
작가는 이 상자를 통해 시간과 기회의 유한성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미루고 있는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엉뚱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상자 하나를 채우게 (혹은 버리게)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한편, 저는 이 상자를 조금 다른 각도로 보고 싶어 졌습니다. 우리가 특정한 선택을 할 때, 그것이 우리의 인생 상자에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사소한 순간도, 그 상자에 큰 의미를 줄 수 있을까요? 나에게 지금 남은 상자가 약 2860개라고 했을 때, 어떤 ‘소중한’ 기억으로 상자들을 채우고 싶을까요?
이 ‘소중함’이란 다양할 수 있습니다. 어떤 주는 가족과의 뜻깊은 시간을 보내는 것일 수 있고, 또 다른 주는 음악 감상회 첫 참여의 기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상자 안에 무엇을 넣느냐는 나만의 선택입니다. 그 선택은 기쁨, 슬픔, 후회, 기대 등 많은 감정을 담고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상자를 의미 있는 것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테마가 무엇이든 그 속에 깨달음과 배움이라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의미 있는 상자란 그런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주의 1개의 상자에는 ‘지속주 1시간 달리기를 성공’한 경험’을 넣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나 어려움에 대처합니다. 어려움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술이나 음식으로 위로를 찾습니다. 고백하자면 저 역시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래왔어요. 마음 건강을 위해 아침에는 운동을 하고 저널을 씁니다. 명상도 종종 했고요. 하지만 퇴근하는 길에는 아침의 다짐은 어디로 갔냐는 듯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사고 배달의 민족 앱을 켜 야식을 주문하곤 했지요. 가장 빠르고 쉬운 위로를 찾고자 했던 겁니다. 하지만 잠시동안의 만족감은 사라지고 행복 대신 쾌락을 택한 저에게 남은 것은 후회와 불안, 그리고 볼록 나온 아랫배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부쩍 새벽까지 잠이 들지 못합니다. 자려고 누우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은 잠의 문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달리기를 못한 것, 점심 휴식 시간에 산책을 하려 했는데 작업에 쫓겨 충분히 쉬지 못한 것, 콘텐츠 발행을 완료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부족해 마치지 못한 것, 잠깐 알림을 체크하려다 30분 넘게 핸드폰을 붙잡고 있던 것. 이런 하루의 ‘하지 못한 것’과 ‘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제 수면을 영양분 삼아 더욱 몸집을 키웁니다.
다른 방식을 시도해 볼 가치가 있을까요?
자기 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 마틴 메도우스는 책 <어려운 시기의 자기 관리>에서 "회복적 생산성(restorative productivity)"이라는 기술을 제안합니다. 이 기술은 생산적인 느낌을 강조하며 스스로를 속임으로써 회복하는 힘을 되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작업을 시작하거나 집을 청소하거나 다른 작은 활동을 통해 제어감을 느끼는 것이 이 기술의 일부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이 내가 맞닥뜨린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작은 성취를 통해 자아효능감을 기른다'. 처음 들어본 말은 아닙니다. 만, 요즘 이것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고 있습니다. 작은 성취를 통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작은 나쁜 습관을 통해 약간의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고 있으니까요.
다음 주에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도전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생존’을 위한 도전이 아닌, 내가 나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도전을요. 저는 그것을 달리기에서 찾습니다. 벌칙이라고만 여겼던 달리기를 통해 얻은 여러 번의 성취 경험을 계속 맛보고 싶어요. 지난주에는 50분 지속주 달리기를 성공했어요. 다음 주에는 1시간 지속주 달리기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대회 나갔을 때 빼고는 1시간을 안 걷고 달려본 적이 없어요. 그렇기에 만일 혼자서 연습으로 1시간 지속주를 성공하게 된다면, 달성했다는 만족감을 넘어 ‘나는 혼자서도 1시간을 달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한 뼘 더 생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믿음은 비단 달리기 뿐만 아니라 저의 관계적인, 직업적인, 정신적인 영역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그래 왔듯이요.
우리 각자의 선택에 따라, 상자는 아름다운 추억이나 미련, 미완성의 꿈 또는 성취의 기쁨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여러분의 다음 상자는 어떤 이야기로 채우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