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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Jun 04. 2024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기

데니스 뇌르마르크, ≪진짜 노동≫ (자음과모음, 2024) 중 한 챕터


성당 건축 공사 현장에 세 명의 일꾼이 있었습니다. 한 행인이 그들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신지요?"라고 물었죠. 첫 번째 일꾼은 "저는 단지 벽돌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두 번째 일꾼은 "교회 건물을 짓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일꾼은 자랑스럽게 "저는 하나님께 바치는 성전을 짓는 신성한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우화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동일한 일상 노동이라도 우리가 그 일에 부여하는 의미와 목적의식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겠죠.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데니스 뇌르마르크의 책 ≪진짜 노동≫은 시넥의 이 주장을 비판합니다. 저자는 단순히 일에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일 자체에 내재된 '작은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저자는 단순히 일에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가짜 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의 경험상, 컨설턴트로서 회사를 위해 가치를 설정하고 임무를 제공해 준 후, 그것이 후에 크고 작은 논쟁의 주제로 등장하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죠.


나는 모든 업무가 더 높은 목적이나 비전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의미와 목적을 구별하기이다. 조직은 얼마든지 목표를 가질 수 있다. 나는 거기에 간섭하지 않겠지만, 일 자체에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그것을 일의 ‘작은 의미'라고 부를 수 있다. 사내 매점을 운영하는 남자, 보청기를 조립하는 여자, 공원 벤치에 페인트를 칠하는 남자가 있다. 그들이 일의 결과가 전문적이며 하자가 없고 비용과 효과 간에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더 나아가 그것이 특정 요구에 따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일은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 데니스 뇌르마르크, ≪진짜 노동≫ (자음과모음, 2024)


한편, 대부분의 직원들이 문제를 ‘알고 있음에도' 회사에서 쓸모없고 무의미한 일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자는 이 원인을 관습, 수치심,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가짜 노동'에 대해 모두의 비판적 감각을 재건하기를 촉구합니다.  터무니없는 계획과 무의미한 업무를 중단하고, 희망 없는 프로젝트에 계속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은 의미 없는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제적으로 독립하라는 제언으로 끝을 맺습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이 제안을 따르는 독자들 중에는 운이 좋을 경우 매우 의미 있는 일을 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격려도 잊지 않습니다. 어쩌면 조금 무책임해 보일 수 있지만, 저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뒤에야 비로소 진정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요컨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소비나 빚에 얽매이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며 생활 방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의미 있는 일을 위한 시작은, 나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내 생각에 귀 기울여주는 것부터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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