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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자라는 시간

by Mindful Clara

5월 말, 첫째 아이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교라는 구조가 사라지면서, 아이는 온전히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의 방학이 되면, 집에서 일하는 나의 하루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게된다.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엄마가 아니기때문에, 이번 여름 방학은 아이를 집에 데리고 있어 보기로 결정했다. 아이는 집에서 약간의 공부도하고, 악기 연습, 독서 그리고 글쓰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스케쥴을 갖는다. 거의 매일저녁 수영팀 연습도 참여한다.

미국에는 모든 종류의 학원같은 곳에서 아이들 방학을 위한 다양한 데이캠프가 있다. 스포츠나 미술 그리고 일반 교과 과목까지 뭔가를 배우는 캠프부터, 그저 하루를 안전하게 놀면서 보내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아이가 좀 더 어렸을 때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는 것 자체로도 큰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꼭 이런저런 캠프에 매주 등록했었다. 하지만 이제 11살이 된 내 아이는 꽤 다양한 것을 집에서 혼자 할 수 있을것 처럼 보인다.

6월에 일주일간의 수영캠프만 등록했고, 7월 대부분의 시간은 한국 방문이 잡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6월의 3주 그리고 한국 방문후 새학기 전의 2주정도 시간만 함께 해결하면 될거라 생각해서, 아이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즐거운 경험이 될까?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한 시간

아이에게 모든일을 맡기면 때로는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기도 하고, 악기 연습등을 할 때에는 너무나 산만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잔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오고, 일을 바로 잡고싶은 욕구가 솓구친다.
'적당히 참아야 한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안될때가 참 많다.

지금 우리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이 시기가 습관을 잡는 데 중요한 시기라는 걸 절실히 느낀다. 아이에게 나의 이야기를 자꾸 하는 건 고리타분 할 수도 있지만, 살아보니 정말 그랬다. 습관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좋아하는 일 역시 많은 부분에서는 힘들어도 참고 해야 한다는 사실.
그래서 일에 집중하는 연습을 시켜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 아직은 특별히 좋아하는 일도 없고, 수영을 거의 매일 하긴 하지만, '너무 재밌다'는 마음이나 '정말 잘하고 싶다' 는 강한 동기가 생기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일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응원해줘야 할까...?' 나에게 주어진 매일의 숙제이다.


미디어는 여전히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아직 없다. 주변에 아주 많은 아이들이 갖고 있지만, 요즘 전화기에 중독된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안타까움에 슬퍼지기까지 해서 더욱 사줄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아이들은 어느 것에도 깊이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조바심을 낸다. 이미 갖고 있는 애플워치 만으로도, 그룹 채팅방에 정신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면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된 느낌이다. (오전 할일을 끝내기 전에는 시계도 풀어놓자고 제안 했더니, 아직까지는 감사하게도 내 말을 들어준다.)

대신에 방학 동안은 특별히 하루 1시간-1시간 반 TV시청과 약간의 컴퓨터 게임을 허락해 주고 있다. TV시리즈나 영화는 긴 호흡과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아이가 조금 더 차분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본인이 보고 싶은 방송을 시청하는데,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를 쳐다보고 있는 것 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주말에는 자연이나 요리 관련 다큐멘터리도 함께 시청하는데, 가족과 함께 시청하고 공감한다는 자체를 참 좋아한다.


이번 방학은 나에게도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는 방학만 되면 나의 모든 스케줄이 무너졌고, YouTube는 자연스럽게 쉬게 되었다. 그 어떤 작업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직까진 그나마 이어오고 있다.

아이가 방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글쓰기나 과제를 하는 동안, 나는YouTube 촬영을 한다. 마주 보고 앉아 편집을 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다. 쉴 새 없이 놀아줘야만 했던 아이가 이제 많은 일을 혼자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가 아직 여름 방학이 없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큰 도움이 된다. 솔직히 말하면, 5살 둘째까지 집에 같이 있게 되는 7월 말 이후 2주는 진짜 전쟁 같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그 속에서 “어떻게 나의 일까지 틈틈이 해낼 수 있을까?”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현실적인 과제다.


방학은 아이만 성장하는 시간이 아니다. 나도 매일 아이와 부딪히며, 배우고 조절하고, 자라난다.
일이든 육아든 완벽할 수는 없지만, 함께 리듬을 만들어가는 이 여름은 분명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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