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유로 받는 절대적인 사랑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참 예쁘다. 아직은,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해주는 존재들. 내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절대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둘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난 엄마를 제일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하고 내게 달려와 뽀뽀를 쏟아낸다. 그럴 때면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다. 함께 꼭 껴안고, 얼굴을 부비고 아이의 냄새를 맡으면.. 아.. 너무좋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스킨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용히 내 손을 만지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매일 함께 자고 싶어 한다.(혼자 자는 습관은 중요하기에, 가끔만 함께자고있다.;;) 잠들기 전엔 꼭20번의 뽀뽀를 잊지 않는다. 항상 시크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내가 잠깐이라도 외출하면 “엄마 언제 와?” 하고 연락이 온다. 두 아이의 표현 방식이 다를 뿐, 그 마음은 분명하고 진심이다.
이 순간들을 나는 꼭 기억하고 싶다.
11살, 5살. 얼마나 예쁜 때인가.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보며 '아.. 그때가 내 인생의 황금기였지..' 라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매일 아침 저녁, 네 가족이 둘러앉아 밥을 먹고, 아이들의 엉뚱한 행동과 농담에 깔깔 웃는다. 동생이 누나를 따라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한다. 밥 안 먹고 딴짓한다고 혼나면 삐죽이며 울기도 하는 아이들. 이런 평범한 날들.
이렇게 행복한 순간에도 가끔 나는 피곤하다, 우울하다, 내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 아이가 고집을 부린다 등의 이유로 인상을 쓰고 짜증을낸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 후회하고, 내가 놓여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감사함이 넘치고도 넘쳐야한다. 이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보다 중요한건 없다. 그 안에서 나의 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늘 연습중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맛있고도 건강한 밥을 지어 아이들을 먹인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제공해줄 수 있는 내 요리능력에 감사한다. 그 밥상이, 이 시간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길 바라면서 요리하고 함께 먹는다.
사랑을 받을 때는 감사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날 절대적으로 좋아한다고 해서 내 기분대로 굴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자라고 언젠가는 다 알게 된다.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진심으로 공감해줘야 한다.
부모가 아이들을 자기 과시나 욕구 충족을 위한 도구로 쓰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결국 그것을 알아채고 마음의 문을 닫는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이미 너무 훌륭하고 아름답다. 나는 아이들의 길을 함께 걷고 싶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색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부모들은 자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금 아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부모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어린 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억이 지배적이다. 내 감정과 진심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엄청 불우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내 세대에는 같은 종류의 정신적 힘듦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내 마음속의 커다란 구멍을 우리아이들과 남편이 메꿔주고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아이들과 평생 깊이 연결되고 싶다. 그들에게 든든한 지원자이자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남고 싶다. 언젠가 내 곁을 떠나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속 어딘가엔 커다란 돌처럼 단단하게 자리잡은 '엄마'라는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