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얻는 배움과 즐거움
10월 1일 아침 7:30. 달리기를 하러 문을 나섰다. "아... 상쾌해"
요즘 아침 공기가 한결 쾌적해졌다. 여름 내내 습하고 뜨거운 날씨 속에서 달리다가, 섭씨 20도 초반대의 시원한 공기를 마주하니 기분이 훨씬 가볍다. 물론 달리고 나면 여전히 땀으로 범벅이 되지만, 달리기라는 건 어차피 땀과 함께하는 운동이니까.
계절마다 러닝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여름은 가장 힘든 계절이다. 아침 일찍 해뜰 때 나가도 이미 30도에 가까운 온도와 숨 막히는 습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몸은 물에 젖은 수건마냥 무겁고 달리는 내내 고된 순간이 이어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러닝이 끝난 순간의 기쁨은 다른 계절과 비교할 수 없다. 온몸을 적신 땀, 그로인해 갈증은 엄청나다. 그리고 두세 배로 시원하고 청량하게 느껴지는 물 한컵! 세상 그 어떤 맛보다도 강렬하다. '물이 이렇게 맛이 있을 줄이야.' 도파민 터지는 맛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 그 순간을 위해서라도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 러닝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게 남는다. 속도는 느리더라도 인내를 배우는 시간이다.
봄, 가을은 러너에게 보너스 같은 계절이다. 공기가 선선해지면서 달리는 순간 자체가 즐거워진다. 여름엔 결과(완주와 성취)에 집중했다면, 봄/가을은 달리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 풍경을 즐길 여유가 생기고, 호흡도 훨씬 나아진다. 무거웠던 습도가 걷히면서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사는 곳은(미국 남부) 겨울이 심하게 춥지 않다. 그래서 10월부터 4월까지는 대체로 뛰기 좋은 날들이 이어진다. 가끔 온도가 내려갈 때 느끼는 겨울 공기는 나쁘지 않다(가끔이라 그럴수도..).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얼얼하게 하지만, 정신을 번쩍 깨우는 매력이 있다. 머릿속이 정화되는 듯이 시원해진다. 온도가 낮으니 속도를 조금 더 올려서 뛰기도 좋다.
사실 모든 러너들은 가끔 그런 상상을 할 것이다.
'1년 내내 섭씨 10도에서 20도 사이, 완벽한 날씨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깨닫는다. 덥고 습한 날, 시원한 날, 추운 날—각각의 계절마다 얻는 배움과 즐거움의 요소가 달라진다는 걸.
그게 바로 사계절 야외 러닝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