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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러닝 데이트

나란히 뛰는 일상의 행복

by Mindful Clara

요즘 남편과 함께 달리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하루하루 번갈아가며 각자 뛰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해가 오전 7시가 넘어야 뜨니, 아이들 등교 시간쯤이 되어야 뛰러 나갈 수 있다. 덕분에 아이들을 보내고 함께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남편은 재택근무라 시간 조정이 좀 더 자유롭다.)

그래서 요즘 몇 주간은 주중에 두 번쯤 같이 뛰고, 가끔 주말엔 장거리 러닝도 함께 나선다.


남편은 나보다 달리기를 늦게 시작했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페이스와 달리는 거리의 차이가 커서, 함께 뛰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달리기 3년 차인 남편은 요즘 하프마라톤을 준비하며 한 번에 10km, 주말엔 16~21km(하프 거리)를 거뜬히 뛴다. 예전 같았으면 함께 뛸 때 템포가 안 맞아 서로 신경이 쓰였는데, 요즘은 옆에서 호흡과 발을 맞춰 달릴 때마다 의지가 되고, 산책 나온 듯한 즐거움을 느낀다.


주말 저녁엔 일찍 잠들고, 토요일 아침에 함께 뛰는 일도 종종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녁에 술 한 잔 하며 늦게까지 이야기하곤 했는데, 요즘은 그보다 이 아침 러닝 시간이 훨씬 즐겁다.

달리면서 길게 대화하지 않아도, 나란히 뛰며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가끔 날씨와 컨디션이 좋을 땐 수다를 이어가고, 덥고 몸이 무거운 날엔 말없이 달리기도 한다.
매번 다르지만, 그 시간만큼은 언제나 유익하고 좋다.


이번 여름 3주간의 한국 여행에서도 우리는 함께 뛰었다. 2년 전 방문 때는 거리 차이 때문에 새벽부터 혼자 뛰느라 힘들었는데, 이번엔 남편이 옆에 있으니 훨씬 든든했다.

오늘 아침엔 달리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취미로 하는 달리기는 성별보다는 실력이 비슷한지가 중요하고, 레벨이 비슷하면 남녀 구분 없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
아마 우리가 지금 비슷한 수준이라 그런 생각이 든 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참 고마운 일이다.


달리기는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기분 전환을 하며 아침 공기를 함께 들이마시고, 하루를 긍정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술을 마시며 여가를 보내던 시절엔 작은 이야기에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맑은 정신으로 소소하지만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나눈다.
1~2시간 함께 뛰며 아이들 이야기,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참 의미 있고 즐겁다. 달리기가 끝나면 늘 “오늘도 재밌었어, 덕분에 잘 뛰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서로의 러닝 앱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오늘의 달리기가 어땠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게 바로 40대의 건강한 ‘데이트’가 아닐까 싶다.
집 문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시작할 수 있고,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는.
우리 부부에게 달리기는 최고의 취미다.

그리고 진심으로, 이렇게 오래오래 함께 뛰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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