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들 도시락, 힘 좀 빼세요.

매일 도시락 싸는 미국 학부모의 입장에서.

by Mindful Clara

'오늘 도시락 메뉴는 뭘로 하지?'는 아이가 있는 부모들 대부분이 매일 하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아이들 도시락은 “영양가 있게, 골고루, 보기좋게” 싸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듯 하다. 한국은 대부분 학교 급식이 잘 되어 있지만,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공립학교 급식이 거의 패스트푸드 메뉴에 가까운 경우가 많아서, 많은 부모들이 반강제로 도시락을 직접 싸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부분에서 부모들이 조금 힘을 뺐으면 한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일 뿐

첫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나 역시 다양하게 골고루 도시락을 구성했다. 인스타그램 도시락 인증사진들을 참고해서, 대여섯 칸으로 이루어진 런치박스에 이것저것 다양한 음식을 채워 보냈다.

하지만 집에서는 잘 먹는 아이가, 다 먹기는 커녕 늘 절반은 남은 도시락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버려지는 음식이 아까웠고, 무엇보다 점심도시락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의미없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도시락은 '하루 세 끼 중 한 끼일 뿐'이라는 사실.
아침과 저녁을 정성껏 챙길 수 있다면, 점심은 단순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점심시간은 짧고, 아이들은 바쁘다

미국 학교의 점심시간은 보통 30분 남짓이다. 그런데 그 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밥보다 친구들과 수다 떠는 데 더 집중한다. 결국 그 많은 음식을 다 먹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도시락에 ‘메인 하나 + 과일 하나’ 정도만 넣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간단한 김밥 + 사과 2-3쪽

계란 치즈같은 간단 샌드위치 + 오렌지 슬라이스 3-4개

밥 + 김 + 만두

치킨너겟 + 밥 + 채소한가지

단백질 한가지 넣은 샐러드, 작은 과자 후식

-김밥은 복잡하게 싸지 않는다. 계란, 아보카도, 김치(단무지/피클) 정도만 넣으면 충분하다.

-치킨너겟, 냉동만두등은 내가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는 거의 먹지 않는 메뉴이기 때문에 도시락으로 싸준다. 왜냐하면 친구들이 먹기 때문에 아이도 먹고싶어 한다. (나 없는 곳에서 가끔 먹으렴~하는 생각으로...)


중요한 건 하루의 총량

도시락이 단순하다 보니 가끔 절대적인 양과 영양이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아침,저녁 식사를 더 신경 써서 챙겨주면 된다.

매끼니 완벽한 식사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하루의 총량을 생각한다. 하루 세번의 식사 그리고 간식까지 신경써서 챙기다 보면, 내가 너무 힘들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이고, 저녁은 배 고픈 아이들을 위해 조금 이른 시간에 풍성하고 균형 있게 준비한다.

그렇게 한다면 점심 한끼정도는 단순해도 충분하다.


부모에게도 여유가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를 보면, 캐릭터 도시락이나 알록달록 풍성하게 채워진 도시락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락은 사랑의 증명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식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지치지 않고 여유를 가지는 게 결국 아이에게는 더 큰 힘이 된다.

도시락, 힘을 좀 빼주세요. 아침과 저녁을 잘 챙긴다면, 점심은 단순해도 괜찮습니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정답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