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칸 스타일 당근 샐러드

by Mindful Clara

구운 당근으로 따뜻한 샐러드 만들기

나는 구운 당근을 참 좋아한다. 어렸을 때의 당근은 특유의 냄새 때문에 늘 기피하던 채소였는데, 요즘의 당근은 훨씬 달콤해지고 참 맛있어졌다. 그중에서도 구운 당근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적당히 강한 온도의 오븐에서 당근을 구우면 겉은 살짝 쫀득해지고 속은 보드라워진다. 수분이 빠지면서 자연적인 단맛이 응축된다. 소금과 후추, 올리브 오일에 버무려 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는 따뜻한 기운을 주는 향신료를 더하고 싶어진다. 여기에 산미까지 더해주면, 차갑지 않은 따뜻한 샐러드를 만들 수 있다.

일 년 내내 채소를 충분히 먹고 싶지만, 겨울에는 차가운 샐러드가 영 당기지 않는다. 연말을 앞두고 맛도 좋고, 보기에도 좋고, 영양까지 챙길 수 있는 샐러드를 고민하다가 이 구운 당근 샐러드를 만들어 보았다. 결과는 대만족. 가족 식사에서도, 손님 초대 자리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tempImageeo3ame.heic 향신료에 버무려서 오븐에 굽는다.


모로칸 향신료에서 얻은 아이디어 (Moroccan Spices)

이번 당근 샐러드에 사용한 향신료 아이디어는 모로칸 음식에서 왔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 끝에 위치한 나라로, 스페인 바로 아래에 있으며 지중해와도 맞닿아 있다. 그만큼 유럽, 지중해, 아프리카의 요소를 모두 품고 있는 음식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모로칸 음식은 흔히 스윗 앤 세이보리(sweet & savory / 달콤함과 풍미)로 알려져 있다. 아로마 가득한 향신료로 따뜻함과 깊이를 만들고, 말린 과일(살구, 건포도, 자두 등)로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한다.

가장 유명한 대표 향신료 믹스는 Ras el Hanout이다.
아랍어로 ‘가게의 가장 좋은 것들’, ‘최상급’이라는 뜻을 가진 이 블렌드는 북아프리카, 특히 모로코 요리에 자주 사용된다. 이름 그대로 상인이 가진 최고의 향신료를 모아 만든 조합이다.

Ras el Hanout은 매우 복합적이고 향기로운 향신료 믹스로, 따뜻하고 깊은 베이스 위에 달콤하고 플로럴한 노트, 때로는 은은한 매콤함이 더해진다. 일반적으로 코리앤더, 쿠민, 시나몬, 진저, 터메릭, 파프리카, 클로브, 넛맥, 카다몸, 블랙 페퍼, 올스파이스 등이 사용된다.

물론 이 모든 향신료를 다 사용하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내가 레시피를 공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유튜브를 보는 분들이 부담 없이 편안하게 만들어볼 수 있는지다. 그래서 이 향신료 중 중요한 몇 가지만 골라 사용했다. 여기에 파슬리, 민트, 고수 같은 생허브를 사용하는 것이 모로코 요리의 일반적인 방식이라, 생 파슬리도 듬뿍 넣어 산뜻하고 균형 잡힌 조합을 만들어 주었다.

tempImageiSyahZ.heic 모로코에 언제 가볼지는 모르겠지만, 음식으로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느낌이다^^.

렌틸, 견과류 그리고 건포도

렌틸 또한 모로칸 요리에서 자주 사용되는 재료다. 쿠스쿠스, 쌀, 병아리콩과 함께 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을 담당하는 중요한 재료다. 샐러드에 렌틸을 더하면 포만감이 생기고, 영양적으로도 충분해진다.

견과류로는 아몬드와 피스타치오가 많이 쓰이는데, 샐러드에는 다양한 식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참고해서 사용해 보았다. 특히 피스타치오의 연한 초록색은 당근과 색감도 잘 어울리고 보기에도 참 예뻤다.

샐러드에 말린 과일을 넣는 것도 모로칸 요리에서는 흔한 일인데, 사실 나는 식사에서 단맛이 나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건과류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가끔 사용하더라도 단맛이 비교적 적은 크랜베리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모로칸 음식에서 건포도를 여러 번 사용해 본 기억을 믿고, 이번에는 건포도를 넣어 보았다.

결과는 훌륭했다. 다른 재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고, 나처럼 식사 속 단맛을 싫어하는 남편조차 “건포도가 킥이네”라고 말할 정도였다.

가끔은 내가 선호하지 않는 재료라도, 레시피와 정보를 믿고 따라 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가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시나몬의 새로운 얼굴

늘 사용해 오던 큐민과 파프리카 가루에, 역시 자주 사용하던 시나몬이 더해지자 요리의 향은 훨씬 따뜻해지고 은은한 달콤함이 더해졌다. 베이킹에서만 쓰던 시나몬이 샐러드 안에서 전혀 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이번 당근 렌틸 샐러드를 만들면서, 향신료는 특별한 요리를 위한 재료가 아니라 익숙한 재료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도구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매일의 집밥에 신선함을 불어넣어준다.


*연말과 연초, 아이들의 방학으로 몇 번의 연재를 거르게 되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더욱 흥미롭고 재미있는 향신료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https://youtu.be/soyNKAZ3jh8?si=32prWWKlKnuuuwqU

모로칸 구운당근 렌틸 샐러드 - 유튜브 '클라라의 클린 라이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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