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과 향신료
요리를 이야기할 때 흔히 '허브와 향신료'라는 말을 함께 묶어 부른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분명한 정의와 차이가 있다.
허브는 식물의 잎 부분을 사용하는 향신 식재료다.
대체로 신선한 향을 내며, 요리의 끝부분에서 얹거나 조리 초반에 넣어 음식에 향이 부드럽게 배게 만든다.
-예: 바질, 파슬리, 실란트로(고수), 타임, 로즈메리, 딜, 민트, 오레가노 등
핵심 특징은, 식물의 ‘잎’이라는 것.
허브마다 특성이 달라, 어떤 것은 건조해 쓰는 편이고 어떤 것은 신선한 채로 더 빛을 발한다.
-예: 오레가노[건조로 더 자주 사용된다. 맛과 향에 장점이 더 많다.] 바질 [생으로 사용될 때가 향과 색상이 뛰어나다.]
향신료는 식물의 뿌리, 씨앗, 나무껍질, 열매, 수피, 건조된 꽃 등 ‘잎 외의 모든 부분’을 나타낸다. 음식에 진한 맛, 향, 색상을 준다.
-예: 후추(열매), 정향clove(꽃봉오리), 시나몬(나무껍질), 강황&생강(뿌리), 큐민&코리앤더(씨앗), 넛멕(씨앗) 등
허브가 잎이라면, 향신료는 식물의 나머지 모든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는 허브와 향신료 모두를 넓은 의미에서 ‘향신료(스파이스spice) 카테고리’로 묶는다.
생허브는 보통 채소 코너에서 신선 채소와 함께 판매되지만, 건조된 허브는 향신료와 함께 스파이스 카테고리 안으로 들어간다.
둘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실제로 사용 방식도 겹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브 & 스파이스'라고 따로 쓰는 브랜드도 있지만, 보통은 향신료 코너에서 전부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은 허브나 향신료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아.'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한국 요리는 향신료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한국 음식의 맛과 향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재료들에서 나온다.
마늘 – 생/구운것/발효/절인/가루 버전마다 향이 달라진다.
고추가루 – 한식의 색과 향을 대표하는 향신료.
깻잎, 미나리, 쑥갓, 달래등 – 서양의 허브에 해당하는 잎 허브들.
표고버섯 가루(와 각종 버섯가루) – 감칠맛을 내는 천연 향신료.
대파,부추 – 동아시아형 허브.
생강, 들깨가루등 – 요리의 깊이를 더하는 향.
이 모든 것이 한국형 허브와 향신료다. 말리고 갈아서 사용하는 등 다른 나라의 향신료와 다를게 없다. 한국 요리는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식물 향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온 문화다.
얼마 전 집에서 만들어 먹은 닭백숙에 다양한 나무껍질과 뿌리 약재를 넣어서 끓인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요리를 '약선 요리'라는 이름으로 불러 왔고, 이는 세계 어느 곳의 향신료 문화와 나란히 놓아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당귀&엄나무&황기&감초등을 넣었다. 나무껍질을 잘라놓은 모습이었는데, 이 역시 모두 향신료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향신료)시나몬도 나무의 껍질 부분이다.
'식물을 말려서 향을 뽑아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철저히 스파이스 테크닉에 속한다.
음식의 국적은 결국 그 나라가 사용하는 향으로 결정된다.
유럽 요리는 바질, 로즈메리, 타임 같은 다양한 잎 허브가 중심이다. (프랑스 요리등을 생각해보자.)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는 더운 기후 특성 때문에 향이 강한 씨앗&뿌리 기반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복잡한 풍미를 만든다. (인도나 중동요리를 생각해보자.)
동아시아는 마늘, 파, 생강류와 발효장(피쉬소스등)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유럽이나 중동 요리를 만들면서 마늘, 고추가루, 대파만으로 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반대로 한식에 한식 허브와 (향채소) 향신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맛을 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집에서 다양한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면, 허브와 향신료 사용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계속 사용하다보면 훨씬 넓은 맛의 세계를 알게되고, 가족의 식탁도 더욱 건강하고 풍성해진다.
https://youtu.be/tUSaYVelukI?si=moRv5KMs7TuNtFt0
유튜브 '클라라의 클린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