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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캐롭[Cacao & Carob]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재료

by Mindful Clara

집에서 간식이나 디저트를 만들다 보면 카카오(cacao) 파우더에는 익숙해지는 반면, 캐롭(carob)파우더는 여전히 낯선 재료이다. 색도 비슷하고 가루 형태라 같은 계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출신부터 성격까지 완전히 다른 재료다.


카카오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의 씨앗이다. 습하고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카카오 열매 안에는 여러 개의 카카오 빈(콩 모양의 씨앗)이 들어 있다. 이 씨앗을 발효-건조-로스팅한 뒤 껍질을 벗겨 갈아 만든 것이 우리가 익숙한 카카오 가루이고, 초콜릿의 원료다. 밤처럼 단단하고, 부서뜨리면 특유의 쌉싸래한 향이 강하게 퍼진다.


캐롭은 지중해에서 자라는 콩과 식물의 꼬투리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식물이라 예전부터 지역 요리에 많이 쓰였다. 생김새만 보면 말린 고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가까이 보면 안에 단단한 씨들이 줄지어 들어 있는 전형적인 콩 꼬투리다.


맛과 향의 차이

카카오는 진하고 쌉싸래하며, 특유의 강한 초콜릿 향이 있다.
반면 캐롭은 은은한 자연단맛과 고소함을 가진 부드러운 풍미다. 카카오의 다크초콜릿같은 강한 부분이 없고, 구운 콩이나 곡물의 고운 단맛에 가깝다. 그래서 별다른 단맛을 추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달콤하게 느껴진다.


영양적 차이/ 쓰임새의 차이

1. 단맛 vs. 진한 맛

캐롭: 자연 당류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별도의 설탕을 거의 넣지 않아도 은은하게 달다.

카카오: 자연 당류가 거의 없어 쓴맛이 강하고, 단맛을 따로 더해야 한다.

→ 캐롭은 어린아이 간식, 저녁 디저트, 무설탕 레시피에 유리.


2. 섬유질 함량

캐롭: 풍부한 식이섬유, 특히 소스를 걸쭉하게 만드는 펙틴·갈락토만난을 함유하고 있다.

카카오: 섬유질도 있지만 캐롭보다는 낮다.

→ 캐롭은 포만감 ↑, 소스 점도 ↑, 소화가 더 편안한 편.


지방 함량

카카오: 지방(카카오버터) 함량이 높아 풍미가 깊고 고소하다.

캐롭: 지방이 적어 깔끔한 맛.

→ 카카오는 진한 맛 + 풍미 중심, 카롭은 가벼운 맛 + 적당한 단맛.


항산화 성분

카카오: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매우 풍부하다.

캐롭: 항산화 성분이 있긴 하지만 카카오만큼 강력하진 않다.

→ 건강효능 면에서는 카카오가 앞서지만, 카페인 부담은 캐롭이 적다.


미네랄 함량

카카오: 마그네슘, 철, 칼륨.

캐롭: 칼슘과 식이섬유.


카페인과 테오브로민

카카오: 카페인 + 테오브로민 → 에너지와 각성이 생김.

캐롭: 둘 다 X

→ 카카오: ‘아침용' / 캐롭: ‘저녁용'

→ 카카오는 에너지&기분전환 용도, 캐롭은 위에 편하고 부드러운 간식용.

여전히 베이킹등에 더 많이 사용하긴한다.


실제 사용기

사실 나는 캐롭 파우더를 일부러 구입해 볼 생각은 없었다. 카카오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체품이라고 여겨지는 캐롭에 대해서 '굳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구독하는 향신료 박스에 캐롭 파우더가 들어 있었고, 안내된 레시피대로 몇가지 요리를 만들어보았다.
-소스가 있는 닭요리 : 소스가 별다른 농도 조절 없이도 자연스럽게 걸쭉해져서 꽤 놀랐다. 알고 보니 캐롭이 콩과의 식물이기 때문에 (펙틴·갈락토만난을 함유)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캐롭 팬케이크 : 은은하게 부드러운 초코향과 달콤함. 아이들이 정말 잘 먹었다. 카카오처럼 진하고 강렬하진 않지만, 부담 없이 즐기기엔 부드럽고 편안하다.


우유에 타서 마셔봤을 때도 느낌이 괜찮았다. 엷은 코코아의 느낌이다. 카카오처럼 진한 다크 초콜렛 맛을 내기는 어렵지만, 대신 고소하고 달콤하게 밀려오는 맛이 있다.


요즘 카카오의 카페인 때문에, 사용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캐롭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초콜릿 풍미가 있으면서도 카페인이 없고,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잘 먹기 때문이다.


선택하기

둘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기보다, 용도가 다르다는 이해하면 고르는 일이 쉬워진다.

진하고 깊은 초콜릿 맛과 향이 필요하다 → 카카오

부드러운 단맛 + 카페인 부담 없는 재료가 필요하다 → 캐롭

아이 간식이나 저녁 디저트, 소스 농도 잡기 → 캐롭

둘 다 가지고 있으면 디저트와 소스 요리의 선택폭이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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