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이야기
넛맥은 유난히 따뜻한 존재감을 풍기는 향신료이다.
한 번만 맡아도 잊을 수 없는 향기. 달콤하면서 톡 쏘는듯 하기도 하고 묘하게 나무 향 같기도 한, 깊고 포근한향기다.
소량만 사용해도 요리에 온기를 더하고, 부드러운 여운을 남긴다.
넛맥은 열대지방 상록수나무의 열매이다.
겉 껍질은 약간의 과육이 있는 부분인데 식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 안에 우리가 사용하는 씨앗, 넛맥(nutmeg)이 들어있다. 씨앗을 감싼 붉은 망사 같은 껍질이 있는데 그것은 메이스(mace) 라고 부르는 또 다른 향신료다.
넛맥과 메이스는 같은 나무에서 자라나지만 맛과 향이 다르다.
넛맥이 더 달콤하고 묵직하다면, 메이스는 밝고 가벼운 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씨앗 향신료가 다 비슷하겠지만, 유난히 넛맥은 갈아 놓았을 때 향이 더 빠르게 날아간다.
그래서 나는 통 넛맥을 그대로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제스터로 갈아서 사용한다.
작은 크기라 손에 쏙 들어오고, 한 번에 사용하는 양이 워낙 적어서 갈아 쓰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다.
방금 간 넛맥에서 올라오는 향은 그 어떤 향신료보다도 따뜻하고 생생하다.
넛맥은 ‘가을 향’의 상징이다. 특히 시나몬, 클로브, 생강, 올스파이스 와 함께 쓰면 가장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이 조합이 바로, 가을이 되면 카페에서 흔히 맡게 되는 '펌킨 스파이스' 향신료 블랜드이다(Pumpkin Spice).
펌킨 파이, 애플 파이, 쿠키, 머핀, 팬케이크 반죽에 한 꼬집 넣으면 따뜻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음료 위에 살짝 뿌려주기도 한다.
넛맥은 sweet한 음식뿐 아니라 savory한 요리에서도 빛을 발한다.
나는 주로 크림소스, 토마토소스, 맥앤치즈, 감자그라탕, 가을호박 스프, 달걀요리등에 자주 사용한다.
3-4인분 기준 1/8-1/4티스푼이 넘지 않는 양 정도의 소량을 사용하지만, 맛이 훨씬 정돈되고 부드러워진다.
특히 재료가 섞일 때 날 수있는 달걀등 재료의 비릿함이나 크림의 느끼함을 은근하게 잡아주고, 대신 따뜻한 풍미를 남긴다.
펌킨 스파이스 블렌드 (수프, 베이킹, 음료등 활용)
→ 시나몬 + 생강 + 클로브 + 넛맥 + 올스파이스
크림소스용 블렌드 (맥앤치즈 등)
→ 후추 + 넛맥 + (파프리카 가루)
따뜻한 우유음료 블렌드
→ 시나몬 + 넛맥 + (카다멈)
넛맥은 비교적 강한 향을 가졌지만, 동시에 어떤 재료와도 잘 섞이는 향신료이다.
https://youtu.be/C7Ti8gx0cyY?si=vviVgTNLZ2Wki5Ix
넛맥을 사용한 아침 달걀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