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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향신료, 회향씨앗 / Fennel seeds

향신료 이야기

by Mindful Clara

따뜻한 물에 회향씨를 우려내면,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향이 공기중에 퍼진다. 맛 역시 다른 허브티와 비교하면 강렬한 듯 하면서 독특하다. 자연적인 달큰함. 따뜻하면서 동시에 시원한 아로마가 입 안을 감싼다.


오늘의 향신료는 펜넬 / fennel, 한국어로 회향이다.


회향의 역사

회향은 지중해 연안에서 온 향신료다.

로마인들은 정복한 땅마다 회향을 전파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샤를마뉴 대제가 직접 재배를 명령할 만큼 귀하게 여겨졌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향신료로 시간을 벌었다. 유럽의 식민지 개척자들은 회향을 방부제처럼 사용하거나, 이미 상한 고기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 고기 위에 듬뿍 뿌리는 식으로 사용했다.

당시에는 이런 향신료들이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음식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도구이자, 무역의 중심이던 귀한 자원이었다.
회향은 지중해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그리고 아메리카와 호주까지 퍼져 나가며 각 지역의 요리 속에 다른 형태로 남게 되었다.


맛과 향

회향의 독특한 향은 anethole/아네톨 이라는 성분에서 나온다. Anethole은 예로부터 소화를 돕고 기분을 안정시키는 향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식사 후 fennel tea를 마시면 속이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을 받는다.

*이 성분은 아니스(anise), 팔각(star anise), 감초(licorice),그리고 테라곤(tarragon) 같은 허브에도 들어 있다.

감초와 아니스처럼 달콤한 향이 퍼지지만, 거기에 fenchone이 더해져 살짝 쌉쌀하고, limonene과 pinene이 상큼한 균형을 잡아준다.
회향은 단맛(sweet)과 감칠맛(savory) 요리 모두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서양 수프 국물 맛을 낼 때 자주 사용한다. 토마토 채소 수프.

나의 활용법

--수프 국물에
끓는 육수에 회향씨를 살짝 넣으면 기름진 맛이 정리되고 향이 맑아진다. 맑은 숲 베이스로 자주 사용한다.


--돼지고기 요리에
이탈리아 돼지고기 소시지를 만들 때나, 돼지고기 구이에 사용할 포르케타/Porchetta 시즈닝을 만들 때 회향은 빠질 수 없는 재료이다.

*Porchetta는 원래 요리 이름이다. 그 요리에 꼭 들어가는 회향·허브 조합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그 향신료 믹스를 '포르케타 시즈닝'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나의 요리가, 향신료 블렌드의 이름으로 확장된 셈이다. 지방의 느끼함을 향긋하게 감싸주는 특징이 있다.

포르케타 향의 핵심은 단연 '회향(fennel)'이다.


--티로 우려내어 마시기
뜨거운 물에 회향씨를 우려내면, 속이 편안해지고 식후 소화에도 좋다. 기침과 면역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요즘같은 계절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음료다.

fennel tea / 회향 차


함께 쓰면 좋은 향신료

회향은 혼자서도 충분히 매력 있지만, 다른 향신료와 함께 어우러지면 그 폭이 훨씬 넓어진다.


--Star anise (팔각), Cloves (정향), Chinese cinnamon (계피), Sichuan peppercorn (화자오, 산초), Fennel seeds (회향씨) 까지. 함께 사용해본다. *우리가 알고있는 중국요리의 '오향/chinese 5 spices'이다.


--Cardamom/카다멈과 함께 사용하면 단맛을 균형 있게 만들어준다. 베이킹에 함께 사용해볼 생각이다.


--Garlic(마늘), Rosemary(로즈마리), Sage(세이지), Black pepper(후추), Thyme(타임)등과 함께 고기 요리에 사용해보자.


--Bay leaf (월계수잎), oregano(오레가노), thyme(타임)등과 함께 수프 국물에 사용하면 향긋하고 깊은맛의 수프를 만들 수 있다.


강한 향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향신료였지만, 몇 가지 활용법을 알고 나니 오히려 그 독특함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티부터 요리까지, 더 많은 사람들이 회향의 매력을 발견하길 바란다.


https://youtu.be/o-7XVxABGBA?si=i-XULWQ_dGJkNyql

'클라라의 클린라이프' 유튜브. 이탈리안 소세지에는 펜넬이 꼭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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