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취미

바이올린과 나

by Mindful Clara

나에게는 요리하는 일 말고도 다른 일이 있다. 개인레슨 바이올린 선생님.

레슨은 주중 저녁 일이 끝난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할때주로 하고있다. 현재 학생은 3명이다. 한명씩 다른 요일에 배정해 놓았고 다들 우리집으로 와서 레슨을 받기 때문에 솔직히 어려운 점이 거의 없다.


레슨을 받는 학생들은 초중고생 아이들.(그렇다. 주로 아이들.. 난 말이 아주 잘 통하는 성인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여기 미국 학교에서는 -많은 지역에서- 6학년부터 몇년간 오케스트라, 밴드 또는 합창을 의무로 시키고 있다. 그래서 현악기를 배우는 아이들은 오케스트라를 하고, 관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아이들은 밴드 그리고 (노래를 하고싶은?) 그냥 아무 악기도 배우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합창을 하는 분위기이다.


그 오케스트라라는 것을 한번 해보려고 다들 악기를 시작하고 레슨을 받는다. 그래서 마음먹고 학생들을 모으려면 이곳만큼 좋은 곳도 없다. 수요가 많아 레슨비도 나쁘지 않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음악 레슨은 소소하게 할만 한 좋은 사이드 잡이다.


바이올린은 나에게 애증의 존재이다. 평생 가장 많은 시간(그리고 돈..)을 집어넣은 분야였지만 내가 원하는 '연주로 먹고사는 일'을 하기에는 열정과 노력이 부족 했다. 그렇다고 해서 취미 아이들을 가르치는 풀타임 레슨 선생님이 되는건 싫었다. 돈을 그럭저럭 잘 벌 수 있다고 해도 말 안듣는 아이들과 하루 몇시간씩 씨름하는건 너무나 머리아픈 일이다. 나는 아이들을 친근감있게 대할 수 있다거나 '모든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스스로 아주 잘! 알고있다.


아이들에게 큰 애착을 형성하는 선생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슨중에 농땡이를 피우는 선생님도 아니다. 아무리 아이가 연습을 안 해오거나 집중을 안 하더라도 내가 받는 돈 만큼의 시간은 꽉꽉채워서 열심히 가르친다. 어렸을때 나의 선생님들은 그 많은 레슨비를 받아놓고 지각하거나 레슨중에 10분씩 전화통화를 하는 일도 허다했으니 정말 무슨 생각으로 그럴 수 있었는지 여전히 궁금하다. 레슨이 줄줄이 있다보니 아이들이 그냥 일거리로 보여서 본인도 나름의 휴식을 취했던 것인지..


나에게 바이올린 레슨은 사이드 잡/취미생활이자 현재 다른일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여전히 음악과 연결해 주고 있는 단 하나의 고리이다. 아이들을 낳고 레슨을 다시 시작 하면서 간간이 바이올린도 꺼내서 만져보며 손도풀고, 음악에 대해서 약간의 생각을 할 수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간혹 사람들은 '내가 너였으면 되는 시간 다 레슨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을거 같아' 라고 얘기하지만 욕심은 금물. 학생이 많아지면 분명 힘들어서 어느순간 짜증이 날것이다. 나의 음악시간을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다. 레슨 앞뒤로도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정성을 들이고 싶다.

내가 무엇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지, 무엇을 취미로 남겨두며 행복하게 즐기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평생 음악인으로 사는 것은 나에게 약간의 환상같은 일이다. 그 뒤에있는 노력은 무시한채 화려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겉모습만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 역시 바이올린을 어떻게 하면 내 인생에서 조금더 큰 부분으로 발전 시킬 수 있을지 수년간 고민을 해왔다. 결론은, 충분한 노력을 쏟아낼 수 있을만큼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나에게는 없다.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 들일 수 있다. 나는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이지 평생 음악인으로 살아갈 사람은 되지 못한다.


나에게 레슨을 받는 아이들이 내 말을 귀기울여 듣고 진지하게 연습을 해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그만 둬버릴까?'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현재 수준과 상황에서 나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고, 나는 좀더 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도움을 주면 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이들의 레슨을 통해서 내가 꿈꿨던 멋진! 음악을 하는건 아니지만, 나의 레슨이 그 아이들에게 음악의 아름다움과 여유 그리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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