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던 행복

달리기와 우리가족

by Mindful Clara

2022년 1월말 달리기를 시작했다. 2023년 봄 즈음 남편이 뛰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10살 딸도 조금씩 뛰고 있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 가족에게 달리기는 남의 세상 일이었다.


달리기는 우리 가족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고있다.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함께할 시간을 만들어 주며, 언제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준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할때는 어느정도 그 운동이 가져오는 효과를 바라보고 시작한다. 예를들어 테니스를 배운다면 '레슨을 받고 실력을 키운다음 좋은 테니스 친구를 사귀어서 재미나게 쳐봐야지!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잘 치게되면 아마추어 대회도 나가볼까?' 이런식으로 말이다.


사람들은 왜 달리기를 시작할까? 주변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첫번째는 살빼기와 혈압문제등의 건강상 이유로 러닝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여기 미국사람들 중 이런 경우가 종종 많은데, 가족들의 영향으로 달리기를 한다. 나의 주말 장거리 달리기 친구 한명도 마라톤을 뛰는 아빠 덕분에 자연스럽게 달리기에 입문하게 되었다. 미국 50개 주의 마라톤을 뛰는 아빠를 보며 자란 친구는 본인도 자연스럽게 같은 인생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역시 미국에서 흔한 예인데, 중고등학교때 스포츠팀(트랙/달리기)을 했던 사람들이 평생 운동습관을 이어나가는 모습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어린 나이부터 운동팀을 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다.


나에게 있어서 달리기의 시작은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다보면 재밌어지고, 건강해지고, 마라톤도 나가고, 친구도 사귀고, 살도 빠지겠지? 와 같이 다양한 기대와 계획은 전혀 없었다. '정신교육' 의 목적 뿐이었다. 나이 40을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에, '내가 제일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일을 하면서 정신 좀 차려보자!'결심하고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다.


물론 처음에는 예상대로 그냥 힘들기만 했다. 초반에는 호흡자체가 많이 힘들어서 적응하는 시간만 2달은 걸렸다. 나가기도 싫고, 지루하고, 땀도 너무 많이 나는등 찝찝하고 번거로웠다.

하지만 3달 정도 후에는 살이 3키로 정도 빠지면서 내 기분은 한껏 좋아졌고, (하지만 다시 증가했다.. '달리기와 체중' 글 참고.) 정해놓은 거리를 다 채웠을때 오는 그 오묘한 성취감이 참 괜찮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달리기를 하면서 체험했던 힘듦과 고통은 달리기가 끝나면 사라진다. 그리고 좋은 기분만 머릿속에 저장된다. 그야말로 뒤가 깨끗하고 산뜻한 경험이다! 힘든걸 참아서 뭔가를 얻어본 기억이 많이 없었던 나에게 그것은! 신세계였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서 했던 행동들은 나에게 늘 무기력과 피곤함을 남겨주었었는데 이 '달리기'라는 아이는 정반대였다.


'오늘은 저기 고등학교까지 뛰어가봤어.' '5키로 더 뛰었더니 발이 좀 불편했어' '너무 더워서 죽을뻔했어' '옆동네 트레일에 가봤더니 되게 괜찮더라' '러닝클럽 갔다가 이런 사람이랑 뛰었어' '다음에는 이렇게 뛰어볼까 해'등등 정말 사소한 이야기이지만,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늘 비슷했던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새로운 대화 주제가 생겼다. 그로인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좀더 활기차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가족들에게는 제법 좋았던 모양이다.


남편은 그전보다 규칙적으로 헬스장에 나가서 운동을 하게 되었고 조금씩 달리기도 시작하게 되었다. 어릴때 다쳤던 한쪽발목과 무릎의 불편함이 남아있기 때문에, 나처럼 두려움 없이 거리와 속도를 늘리거나 별 생각없이 러닝 레이스에 등록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달리면서 어느덧 러닝 2년차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부터 주 1회정도 남편과 한시간씩 달리고 있는데 그 시간이 참 즐겁고 귀중하다.


딸 역시 수영이나 체조등 많은 운동을 하고있긴 하지만 뛰는 것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여전히 관심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엄마가 달리기를 통해 이것저것 부지런히 하며 건강하게 지내려는 모습을 보면서, 티를 내지는 않지만 은근히 응원해주고 있다. 아주 가끔있는 러닝 레이스에 아빠, 동생과 함께 따라오면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날, ‘나도 1마일만 엄마랑 같이 뛸래’ 라고 얘기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요즘은 아주 가끔이지만 1-1.5마일(1.6km-2.5km)정도를 함께 뛰기도 한다. 천천히라도 쉬지 않고 계획한 거리를 마무리 했을 때 아이의 눈에서 만족감이 보인다. 뿌듯한 얼굴로 집에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아빠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뛰는 엄마를 따라다닌다.


4살짜리 둘째는 아직 제대로 된 달리기를 하기에는 조금 어리다. 하지만 가끔 아빠 자전거 뒷자리에 타서 뛰는 엄마를 따라다닌다. "엄마!엄마!" 응원도 하고, 엄마 마라톤 가서 가슴에 달고 뛰라며 레이스 bib을 손수 만들어 주기도 한다. 누나랑 뛸때면 자기랑도 1마일 뛰자며 조르기도 한다. 그리고 뒤에서 숨넘어가게 열심히 따라온다.


달리기는 우리 가족에게 참 많은 웃음을 가져다 주고있다. 우리 가족의 몸과 정신을 가꾸어주는 참 고마운 '친구'이다. 오래오래 함께하자!

둘째가 만들어 온 race bib. 자세히 보면 숫자도 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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