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말 어느날 달리기를 시작했다. 불편한 일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되며 제일 싫어하는 종류의 운동인 숨차고 땀 많이나는 달리기를 선택했다. 편안한길로만 다녔을 때는 늘 비슷하고 재미도 없었는데, 힘듦과 귀찮음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 보상은 달콤하더라.
2022년은 달리기에 입문해서 장거리 러너로 발전하는 기초를 쌓은 시간이었다. 2023년은 여전히 초보러너 이긴하지만 2번의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해서 참가했고 내가 필요한 능력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며 욕심이 슬금슬금 올라오던 해였다. 지난해에는 한번의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 했다. 러너로서 '잘 뛰기 위한 몸 상태가 단 몇년만에 만들어질 수 없겠구나'를 받아들이며 기록에 대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꾸준하게 운동하며 좋은 몸을 만드는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떤 운동을 하든 사람간의 능력차이가 존재한다. 달리기역시 꽤나 큰 개인차가 있는 운동이다. 특히 체형/체중의 (뼈대가 가는 사람들이 확실히 몸이 가볍다. 마라톤선수들 체형처럼.) 영향을 많이 받는 듯 하고 이미 다른 운동을 하며 길러졌던 운동력/지구력등도 발전 속도에 영향을 준다. 몇개월에서 일년 이상 꾸준히 달리기를 하다보면 다른 사람과 나의 격차가 정확히 숫자로 나타나는걸 실감하게 된다.
-첫 마라톤을 3시간 30분. 이렇게 뛰는 사람들도 주변에서 종종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10년 이상의 훈련과 시도가 요구되는 마라톤 타임이다.-
첫해에는 남과 비교도 많이 하고 빨리 뛰는 사람을 무조건 부러워하기도 했다. 꾸준히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만이 장거리 러너의 목표이자 성실함 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지만 이 모든 숫자적인 요소들이 나의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 하지도 않거니과 그것이 달리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루키의 책에서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이다.
-우리는 초가을 일요일의 소박한 레이스를 끝내고 각자의 집으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다음 레이스에 대비해 각자의 장소에서 이제까지와 같이 묵묵히 연습을 계속해 나간다. 그런 인생을 옆에서 바라보면 별다를 의미도 없는 더없이 무익한 것으로서, 또는 매우 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서 비쳐진다고 해도,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인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가령 그것이 실제로 바닥에 작은 구멍이 뚫린 낡은 냄비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은 허망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중략) 그리고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때때로 효율이 나쁜 행위를 통해서만이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에게 달리기는 건강을 위한 운동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배움을 주는 도구로서의 의미도 크다. 오늘보다 더 충실한 내일을 살기위한 힘이고 노력이다. 힘든 트레이닝을 통해 더 빠른 기록에 도전하고 신체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내서 우리가 할 수있는 최상의 퍼포먼스를 만들어 내는것도 의미가 있다. 그에따른 더 큰 보상이 있을 것이고 배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애초에 직업으로 요리를 시작하고, 변화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을때 이 모든 것은 가족을 건강히 먹이고 우리의 행복을 위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함이었으니 처음의 의도를 잊지 않고싶다. 내 생활의 균형을 잡으면서 달리는 시간도 즐기고싶다.
2025년.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추천하고싶다. 달리기는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을 담고 있어서 복잡하게 배울 필요도 없다. 머리를 비우고 앞으로 뛰어나가면 된다. 1키로, 5키로, 10키로든 상관없다. 속도도 상관없다. 현재 가지고 있는 체력 안에서 본인이 계획한 거리/시간을 채웠을때의 충만한 기분은 일상속의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 해낼 수 있는 힘을 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