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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만 한다'에서 '하고 싶다'로

by 김상원

언어는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사고와 정서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내담자의 언어에 관심을 갖는다. 영어권 내담자를 만날 때, 눈에 띄는 표현이 있다. '나는 ~해야만 한다'(I should...)는 말이다. 이러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내담자는 자신의 의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일 수 있다. 아마도 이러한 면이 일상생활에서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언어를 개인적인 상황에서 내지는 자기 자신에게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나는 운동을 해야만 해'(I should exercise), '나는 행복감을 느껴야만 해'(I should be happy)처럼 말이다. 이럴 때 나는 표현을 조금 바꾸어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나는 ~해야만 한다'(I should) 대신에 `~하기를 선택한다'(I choose to) 내지는 '~하고 싶다'(I would like to)로 언어를 살짝 수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의 방식으로 말할 때와 후자의 방식으로 말할 때의 느낌을 비교해 보도록 한다. 대개의 경우, '~해야만 한다'는 언어는 무겁고 긴장감을 일으키며 의무감으로 동기를 떨어뜨린다. 그에 반해, 자신의 선택과 자발성을 강조하는 언어는 가볍고 동기를 부여하는 느낌이 든다.


처음에 이 연습을 어려워하는 내담자가 있었다. 단어 하나를 바꾸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의무의 언어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반복 연습이 필요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내담자와 자기 돌봄에 대해 대화하는 중에,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으로 "산책을 가고 싶어요"(I would like to go for a walk)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듣던 중 반가운 언어였다. 내가 '산책을 가야만 해요'가 아니라고 언급하자, 내담자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서 말했다고 대답한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무척 반갑고 보람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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