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때 RA 교수님 밑에서 시작하는 포닥생활
나의 포닥정착기는 이러하다.
나는 작년 10월에 박사를 졸업했고, 작년 초부터 계속 Job apply를 해왔지만, 일을 찾지 못하고 계속해서 인터뷰만 해오던 중, 11월 초에 박사시절 RA때 교수님에게서 연구펀딩을 받게 되어 포닥을 구하고 있는데. 혹시 같이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연락이 왔다.
나는 박사시절 RA 할 때, 교수님과의 합도 좋았고, 연구 내용도 재밌었기에 긍정적인 마음이 있었긴 하지만, 박사시절 긍정적인 기억보다는 부정적인 기억이 많은 동네에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주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OPT비자 (*미국학교를 졸업하고, 1년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비자. 과에 따라서 2년 더 연장 가능하여, 총 3년 일할 수 있는 비자)가 11월부터 시작되었고, 90일 안에는 일을 시작해야 비자가 만료되지 않기 때문에, 불확실한 취준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교수님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더 안전하게 비자문제없이 일을 시작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어, 교수님 제안을 받아들였다.
11월 중순에 이런 결정이 마무리되었지만, 교수님이 펀딩이 실제로 학교에 들어오고, 그 뒤에 포닥을 구한다는 공고를 최소 2주 내 뒤에, 포닥을 뽑을 수 있었기에,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길었다.) 나는 일단 12월 말에 미국에 들어왔지만, 1월 초까지 (미국은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모두 쉬는 분위기라 행정절차가 stop 되었다..!) 확실한 계약서조차 받지 못하고 계속 그 기나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가, 저번 주 끝무렵 극적으로 계약서를 받고, 하루~이틀 만에 계약서 사인을 하고, background 체크를 마치고 다음 주 월요일부터 일하게 되었다. (행정절차가 길어진 것 치고 아주 빠른 전개였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 교수님과 학과 건물에서 만나서 진행해야 할 project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나의 role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student card도 그대로 기능하고 있어서, 건물 문도 열 수 있고, 학과 내에 내가 떠나갔던 내 자리는 고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까지... 그대로다. 기분이 묘했다. 교수님도 오랜만에 만났지만 아무 호들갑 없이, '어 왔어? 일얘기하자' 이런 식으로 모든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교수님과의 대화의 요점은 이렇다.
- 새롭게 시작할 연구 프로젝트는 내가 주로 책임지고, 진행하고, 1 저자로 논문을 쓸 것이다.
- 포닥 기간에 주어진 연구만 하지 말고 계속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준비해라. 그리고 자신(교수님)을 그 일을 구하는데 필요한 자원으로 사용해라.
- 작은 연구 펀딩이라도 찾아서 계속해서 지원을 해라. (이런 연구 스펙을 쌓는 것이 중요한 기간이다.)
- postdoc그룹을 찾아보고 계속 자기 계발을 하고, 사람들이랑 어울려라.
등등...
어쩌면 내가 박사기간 동안 이러한 지도를 받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박사시절 교수님은 이런 나의 career에 대한 지도나 관심은 거의 전무했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포닥 때 RA교수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어 감사했다. 그리고 정말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 날 같은 cubicle 같은 줄에 앉는 아는 얼굴들한테 인사도 하고, 같은 교수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랑도 안면을 텄다. 슬프게도 재미있게 대화하고 싶었지만, 마음만 앞서고 영어가 어설퍼 어버버버버하긴 했지만...기죽지말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사이를 이어 나야겠다.
이제 내일부터 일 시작이다! 목표는 매일 출근해서 9시부터 5시까지는 학교에 붙어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