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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마음돌봄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유명한 대사를 다들 기억할 것이다.

이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햄릿'이란 작품을 읽을 수밖에 없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의 작품들의 진가를 알아본 엘리자베스 여왕과 영국이란 나라.

셰익스피어가 없었다면 가히 영국의 매력은 덜해졌으리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언어유희의 천재.

언어의 연금술사.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가 않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작품이다.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로 선왕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 사랑한 여인 오필리어, 오필리어의 오빠인 레어티스, 숙부인 클로디어스 왕, 왕의 고문관이자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니어스 등이 주요 인물이다.


선왕의 유령이 나타나 병사들에게 발견되고 햄릿을 만난 선왕이 유령이 자신을 독살한 클로디어스 왕에게 복수할 것을 명하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햄릿은 어떤 상황인가.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덴마크의 왕비 거트루드는 숙부인 클로디어스와 선왕의 죽음 후, 금방 결혼을 해버린다.

자신이 클로디어스(숙부)의 죄를 밝혀야 하는 상황에서 선왕과의 약속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 사랑하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

삶이란 무엇이고 과연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그 종이 한 장 차이의 인생에서 햄릿을 충분히 괴로워하며 처절히 살아간다.


혹자는 햄릿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인간형이라고 했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어느 누구도 햄릿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이토록 혁명적으로 고뇌하며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정열과 세속적인 사랑을 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을 밝히는데만 몰두한다.

어머니를 비난하다가도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갈등한다.

결국 연인 오필리어의 아버지인 재상 플로니어스를 죽이게 되고, 그로 인해 오필리어도 미쳐버리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돌아온 플로니어스의 아들 레티어스 또한 결국 독을 바른 칼에 찔려 죽는다.

거트루드 왕비도 햄릿을 죽이기 위한 독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술을 마시고 죽는다. 죄인 클로니어스 왕도 독이 든 술을 마시고 죽고 결국 햄릿 또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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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다 죽는 비극적 결말인 걸까.

셰익스피어는 소네트, 비극뿐만 아니라 희극도 쓴 작가이다.

하지만 당시 사회는 엘리자베스의 치세에 반대한 반역자 세력이 나왔고 그로 인해 여왕의 시대는 점점 기울기 시작한다. 실제로 이 사건이 있은 후 여왕은 숨을 거두었다. 셰익스피어에게 이것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고뇌와 절망과 죽음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을 주로 쓰게 되었다.

이 작품들 안에는 시대를 아파하는 셰익스피어의 우울한 심정과 염세적이고 절망적인 세계관이 새겨져 있다.

당시 연극의 유행의 변화도 이런 세계관에 한몫을 하였다.


비극이라지만 그의 위트는 죽지 않는다.

연극 대본 형식은 '햄릿'은 셰익스피어 특유의 입말체가 살아있으며 어휘 또한 반복됨이 없이 수려하다.

작품을 통해 그는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기도 한다.



연극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자연을 거울에 비추어 보이는 것과 같다. 연극은 자연의 절도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연극의 목적은 벗어나는 법. 옳은 건 옳은 대로, 그른 건 그른 대로 고스란히 비추어 그 시대의 시대상과 양상을 보여주어야 한다.



작품에서 햄릿이 클로디어스 왕에게 자신의 죄를 드러내는 거울 요법으로 연극을 보여준다.

클로디어스과 선왕을 살해하는 방법이 온전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말이다.



플로니어스가 아들 레어티스에게 하는 충고에서도 여실히 그의 생각이 드러난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 것, 엉뚱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 말 것, 잡스러운 친구를 사귀지 말 것. 일단 사귄 친구들이 진실하다면 놓치지 말 것. 햇병아리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 것, 싸움판에 끼어들지 말 것, 하지만 일단 끼어들면 철저히 해치우도록 해라. 다시는 너를 얕보지 않도록 말이야.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말을 삼갈 것, 어떠한 판단이든 신중할 것, 옷맵시를 내되 눈에 띌 정도로 내지 말 것, 품위가 있도록 말이야. 옷은 인격을 나타내니까. 돈은 빌리지도 말고 꾸지도 말 것,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는 걸 명심하거라. 게다가 돈을 빌리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뎌진다는 것도 잊지 말고. 무엇보다도 너 자신에게 충실할 것. 그렇게 하면 밤이 지나 낮이 오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해지게 마련이란다.




과연 선왕은 진짜 선왕의 유령이었을까?

아버지라면 자식에게 복수를 하게끔 할까. 아무리 원한이 있는 죽음일지라도 말이다.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야겠지만 햄릿이 괴로운 상황임을 감안하며 부모로서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거트루드 왕비가 시동생과 재혼한 것은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인간적으론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당시는 중세 시대가 아니던가.

햄릿의 왕위 계승을 위해 시동생이 다른 왕비를 맞이하지 못하도록 본인이 결혼했을 수도 있다.

또 죽은 형의 형수를 취하는 관습이 있을 수도 있다. 이도 아니라면 둘의 관계는 이미 불륜이었을까.

어찌 보면 극 속 인물 중 가장 비극적인 인물은 햄릿이 아닐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의문에 싸인 죽음을 밝히고 복수를 해야 했던 왕자.

어머니가 아버지의 원수와 결혼한 상황. 자신을 전혀 이해 못 하는 어머니.

오필리어와의 사랑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는 결국 햄릿에게 질문을 남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과연 삶을 살아간다는 건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이냐.

오히려 죽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도 복수와 괴로움에 사로잡혀 산 것이 아닌 삶.

차라리 마지막에 죽어가며 진실을 밝힐 때 더 자유로워진 모습이었다.


고전은 이렇게 당대를 표현하면서도 후세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학 작품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김없이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햄릿'이란 작품 또한 인간의 괴로움과 고뇌, 갈등을 통해 우리의 삶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며 본인의 의무를 다했다.

죽음 이후 비로소 자유로워진 햄릿을 위하여.

복수는 하되 마음을 더럽히진 않은 그를 위하여.




햄릿그림.jpg 햄릿, 토마스 로렌스(18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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