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살겠습니다

by 마음돌봄

에비앙 워터처럼 비싸거나

고급지진 않았지만

늘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 애쓰며 살았습니다.

항상 손에 닿는 곳에 있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도 했지만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능력이 있는지라

주변 사람들에게 맞추며 살았습니다.



물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열심히 찾아다녔어요.

나에게 맞는 잔을요.

글라스잔에 담기면 너무 쉽게 깨질까 두려웠고

머그컵에 담기면 너무 진지해져서

자칫 유머를 잃으까봐 걱정되었습니다.

소주잔에 담기기엔 아직 인생은 달콤했고

와인잔에 담겨서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맞는 잔을 찾지 못해

얼음틀에 들어갔을 땐 똑같은 규격으로 살아보기도 했어요.

타인을 품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땐

넓은 대접이나 가락국수 그릇에 담기기도 했고요.


한 번은 탄산수가 다가와 말했어요.

넌 너무 맹숭맹숭해.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그러다가 네가 다른데 다 섞여서 없어지면

어떡하려고.

나처럼 톡 쏘는 한 방이 있어야지.


그 말에 우울하기도 하고

말갛기만 한 내가 싫기도 했어요.

언제나 하하 호호 웃으며

여기저기 섞이는 것도 지쳤어요.

옆에서 콜라랑 우유가 거들먹거리며

사람들이 자기들만 찾는 이유가 있다고

특징을 좀 가져보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곧 알게 됐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사람들이 날 찾는다는 것을요.

진짜 목마름이 느껴질 때

결국 사람들 손엔 생수병이 쥐어져 있었어요.

생수는 묶음으로 사지만

다른 음료들은 주로 낱개로 산다는 것도요.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내가

돈을 지불해야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친구 중엔 리터당 170만 원인 녀석도 있어요.

그 친구는 크리스털과 금으로 만든 병에 담겨 있어요.


계속 물로 살기로 했습니다.

흔하지만 여기저기 잘 어울리고

사람들이 귀하게 생각하는

물로 살겠습니다.

탄산음료 여러분, 유제품 여러분.

전 캔이나 플라스틱 병에 담기지 않겠습니다.

저만의 그릇을 찾는 걸 포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물은 계속 흐르는 성질이 있으니까요.

절대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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