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로맨스의 여왕, 앤 래드클리프.
성에 갇힌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
광활한 알프스 언덕과 고풍스러운 성.
정욕에 휩싸여 쫓는 남자. 도망치는 여자.
하지만 절대 기품을 잃지 않는 여주인공.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버려진 수도원과 유골.
이쯤 되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19세기 고딕 소설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지킬 박사와 하이드> 등 남자 작가들의 소설만 기억하는가.
그 이전에 고딕 로맨스의 대가이자 로맨스 작가들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앤 래드클리프'가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쉘리'가 고딕 로맨스를 완성했다면 '앤 래드클리트'는 그 서막을 연 작가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과히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를 비롯한 무수한 후배 작가들이 롤모델로 삼을만하다.
지금 이 시대에 읽어도 이야기의 짜임새와 플롯, 긴장감까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 아름답고 지적이며 인격까지 훌륭한 여주인공, 결국 고아에서 부유한 상속녀가 되는 과정.
그녀를 흠모하는 멋진 남자들, 필연적으로 악역일 수밖에 없는 역할의 남자까지 모든 내용이 현재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의 효시라 할만하다.
더 고무적인 점은 18세기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했을 때, 관념을 뒤집을만한 여주인공의 위치다.
오갈 데 없는 고아이지만 타고난 고귀함이 있는 여주인공 앞에 오히려 그 시대를 지배하던 남성들이 울며 매달린다. 그녀의 당당함과 위엄에 뒤로 한 발 물러서기도 한다. 어쩌면 당시 남성 중심 사회를 꼬집는 서사일지도 모른다. 읽는 독자로 하여금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작가 자신이 수동적인 삶을 산 것이 아니어서 작품이 그런지도 모르겠다.
'앤 래드클리프'는 런던에서 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이후 첼시와 배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1787년 옥스퍼드 출신의 언론인 윌리엄 래드클리프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고, 혼자만의 시간에는 오로지 글을 쓰는데 보냈다.
소설로 번 돈으로 남편과 반려견을 데리고 여행을 즐겼다.
다섯 편의 소설을 쓰고 더 이상 창작 활동을 하지 않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정신 질환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고딕 소설의 대가다운 소문이다.
참 다행인 점은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고 글을 쓰며 여행을 즐기는 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위대한 작가라 일컬어지는 '제인 오스틴'도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 사회적 시선을 견뎌야 하면서 살았다. '앤 래드클리프'의 모습이야말로 '제인 오스틴'이 꿈꾸던 생활이었을 것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쓰며 경제적으로 독립된 자아로 살아가는 것.
그 점이 더욱더 '앤 래드클리프'를 여성 작가들이 보았을 때 매력적으로 보지 않았을까.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겠다.
단연코 장담한다.
스릴러나 추리 소설이 아니다.
공포스러운 배경이지만 탄탄한 서사를 장담한다.
첫 장부터 독자를 빨아들이는 전개가 놀랍도록 흥미롭다.
셰익스피어와 밀턴 등 영국 작가들의 작품 속 문장들까지 각 챕터마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진정한 로맨스의 공식을 맛보게 될 것이다.
정말 '앤 래드클리프'는 로맨스 소설의 대가라고 감히 말한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여주인공.
그녀의 남자들.
드라마에 나올법한 남자 주인공.
돈, 사랑, 스토리의 삼박자.
왜 <숲 속의 로맨스> 인지 읽는 자만이 알게 되리니.
여기서 반전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광활한 자연과 숲이 배경이라는 것.
자신의 조국인 영국을 대놓고 높이는 장면도 웃으면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로맨스의 스릴 있는 품격.
<숲 속의 로맨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