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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an 18. 2024

내가 가장 잘 다니는 길

학원에서 강사로 수업을 하던 때는 열심히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에 탑승만 하면 편안한 시간이 펼쳐졌다.

mp3(언제 적 유물인가.이토록 빠른 세상이여)에 넣어놓은 음악을 듣거나 책 한 권쯤 꺼내어 편안하게 이동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자동차를 타고 수업을 하러 다니던 시절엔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강의를 들으며 자차 소유자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기도 했었다.

운전을 하다가 한 번씩 길에 차를 버리고 버스나 택시를 타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메리트에 열심히도 다녔다.








이제는 걷기를 많이 한다.

행동반경은 그만큼 좁아졌지만 운전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지하철 2호선이 어서 생기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은 멀리 남은 이야기다.

복잡한 버스 노선의 동네에 사는 게 아니라서 버스를 타도 한가하니 좋다.

요 2년 사이 가장 많이 다니는 길은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산책로다.

아침이나 저녁엔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이고,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서 집까지 이동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봄의 벚꽃이나 가을의 단풍을 보며 계절을 느끼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에 초록색 숲이 형성될 때면 마치 밀림 속을 걷는 기분도 든다.

이러다 뱀 나오겠다 싶었는데, 정말 뱀도 서식하는 산책로이다.

'뱀 조심하세요.' '우리의 가족 강아지의 배변은 꼭 치워주세요.' 등등의 현수막이 있기도 하다.


낮과 밤의 산책로 모습









산책로 중간엔 마을 카페가 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사람들이 꽉 차 있다.

그림작가 전시회도 했는지 포근한 그림들도 걸려있다.

쌍화차 한 잔과 청귤차를 시켜서 친정 엄마와 함께 차를 마셨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시는 인절미구이와 과일.

털털하지만 왠지 귀여운 아르바이트생아가씨가 있는 곳이다.

좋은 곡식이나 꿀, 차를 함께 판매하기도 하는데 불고기 샌드위치 맛이 일품이다.

마을 안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건 참 따뜻한 일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의 익숙한 느낌도 행복하지만 나날이 번성하고 잘 유지되고 있는 마을카페의 모습은 안도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준다.










산책로의 끝에 도착하면 길 건너 도서관이 보인다.

일전에 브런치글에서 북(BOOK) 세권에 살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바로 그 도서관이다.

새 책들도 많고 청소년 소설도 신간이 많아서 매일 가고 싶은 곳이다.

평일엔 밤 10시까지 하는 곳이라 저녁마다 이곳으로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다.

한 바퀴 돌고 집으로 가면 한 시간 정도.

운동하기에도 좋은 길이다.

나이가 더 많이 들면 산책로 끝 오른쪽에 있는 노인건강타운도 갈 수 있다. 웁스.

가끔 외딴 미국 마을에 사는 느낌도 있지만 

그만큼의 여유를 얻었으니 이런 길이라면 계속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01화 북(BOOK) 세권에 삽니다.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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