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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04. 2024

OO사진을 찍는다면

영화 <달짝지근해 : 7510> 속 일영은 싱글맘이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대부업체에서 일하는 그녀는 인생에 많이 긍정적이다.

일상 속 행복한 순간은 꽃사진을 찍을 때인데, 이상하게 꽃이 예뻐 보인다고 했다. 

실상은 일찍 결혼해 아이가 벌써 고등학생이고, 남편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존재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 속을 뒤집지만 말이다.


독서 모임에서 <아이 친구 엄마라는 험난한 세계>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책에서도 유일하게 작가와 친했던 동네 언니도 그렇게 꽃 사진을 찍었더랬다. 

여자가 나이가 들면 그렇게나 꽃이 고와 보이나보다 생각했다.

뭐가 그렇게 이쁠까.

인위적으로 흉내 낼 수 없는 색깔이, 아니면 어떤 환경 속에서도 때가 되면 피어나는 그 생명력이 좋은 걸까.


작년 봄, 우연히 김민식 작가의 강의를 듣다가 글을 쓸게 없으면 꽃 사진이라도 찍어보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새로운 인스타 계정을 만들면서 꽃 사진을 찍어보았다.

피드에 올리고 꽃을 보니 조금은 이뻐 보였다.

그 이후 가끔씩 꽃사진을 찍어보았다. 

시댁 마당에 핀 봉숭아, 하얀 사과꽃, 민들레와 가장 좋아하는 꽃인 코스모스까지.

스스로 꽃 사진을 찍는 모습에 나이가 든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그림과 달라서 순간을 영원처럼 묶어놓는다.

완벽할 순 없겠지만 삶의 한 시점을 계속 내 곁에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다시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나를 회상해 본다.

그때의 공기, 우연히 멈춘 발걸음. 

내가 찍었던 사진 속 꽃들은 영원히 싱그러울 것이다. 

그 오묘한 자연의 색들을 간직한 채 계속 살아갈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바쁜 현생 속 순간순간의 장면을 '찰칵' 하고 남겨놓는 것이다.

피곤하면 피곤한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소중하면 소중한 대로.

때론 갑자기 드는 여러 생각의 단상들을 기록하기 위해서라도.


사진이든 글이든 많이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쌓이는 사진과 글 속에 나의 삶도 다 담겨있을 테니까.

많이 많이 나이 들어서 다시 본다면 또 느낄 수 있으리라.

그곳의 젊은 나.

그때의 생각들.

자꾸만 사라지는 기억들을 영원히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이기에.

오늘도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꽃 같은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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