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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04. 2024

<철의 여인>

The Iron Lady (2012)

철의 여인 : '강한 의지를 가진 여인'이란 뜻으로 주로 여성 국가 원수에게 붙는 말.

이 해석대로라면 영화 속 '마가렛 대처'는 '철의 여인'이 분명하다.

정치와 국가 상황에 있어서 그녀의 판단은 늘 대쪽 같다.



믿고 보는 배우 '메릴 스트립'의 출연만으로도 영화에 대한 신뢰도는 200%였다.

혹자는 대처 총리의 일생을 짧게 요약본으로 나타낸 것이라고도 했고, 너무 대처 중심의 영화라고도 했다.

분명한 건 그녀의 강한 의지와 누군가에겐 잔인할 수 있는 결단력, 그리고 인간다움이 잘 드러났다는 점이다.


후손들은 영화에서 대처 수상의 치매 걸린 모습이 드러난 걸 꺼려했다고 하지만 그 부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영화에 대한 느낌은 반감됐을 것이다.

총리직에서 은퇴한 후, 남편과 살던 집에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마가렛 대처. 그녀를 존경하는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정신이나 몸은 예전 같지 않다. 

8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 '데니스 대처'를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한 그녀는 환상 속에서 남편과 늘 함께 있다. 옷장 가득 그가 신던 신발과 셔츠가 가득한데 남편의 환영은 거실에서 쌍둥이 자녀의 어린 시절 영상을 볼 때도, 침대에 누워 멀리 살고 있는 아들 이야기를 할 때에도 늘 같이 있다. 


영화는 24살 젊은 시절 정치에 입문하던 식료품점 딸의 모습과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준다. 

정치인이었던 아버지를 존경한 그녀는 자신만의 생각과 소신이 가득한 젊은 아가씨였고, 새롭게 정치적 둥지를 튼 곳에서 젊은 사업가였던 남편도 만나게 된다. 마가렛의 당찬 모습에 반한 데니스는 그녀의 정치적 지지자이자 인생의 동반자이다. 그 시대 여자들처럼 찻잔을 닦고, 아이만을 기르며 살림하는 여자로 살 순 없다는 마가렛의 말에 그러지 않아서 당신을 사랑한다며 청혼하는 남편의 모습과 기뻐하는 마가렛의 모습은, 현재 치매에 걸려 혼자 남은 그녀의 모습과 대조되며 마음에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대처 수상과 남편의 젊은 시절 모습



포틀랜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이 충분치 않음에도 기꺼이 전쟁을 하여 그 땅의 영국인들을 지켜내는 모습에서 리더의 결단력을 배울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포기하라고 했지만 하와이를 포기할 거냐며 오히려 반문하는 모습에서 짜릿한 쾌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탄광광부들의 노조파업, 오일쇼크로 인한 영국의 경제 위기 등 많은 이슈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영국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가, 어떤 시점에선 잔혹한 정치인으로 불린 그녀를 바라보며 당시 영국의 상황과 정치인의 삶을 작게나마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힘과 소신 있음에 둘째가라며 서러운 사람인데 이 점은 자칫 독재로 갈 수도 있지만 한 나라의 수상(그것도 왕권이 존재하는 나라의 수상)이라며 이 정도의 확신과 추진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토록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냉전 종식의 현장에 있었던 그녀. 영국의 중요한 위기의 순간에도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른 그녀. 남성 위주의 정치판에서 목소리를 내고 우뚝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10년 집권의 말기, 주변 당원들에게 좀 더 너그러운 리더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할 순 없는 일이다. 


식료품점 딸로서 민생을 잘 알았고, 역사의 순간에 늘 함께했으며, 아들의 어머니로써 전쟁에서 쓰러져간 어린 군인들의 어머니들에게 친필로 편지를 보낸 마가렛 대처. 그리고 그 누구보다 영국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했던 어머니이자 리더였다. 보수당을 상징하는 로열 블루 정장, 앵앵거리는 목소리와 화법 교정, 전문적으로 보이는 헤어스타일까지 당시 정치인들의 신뢰감 있는 외적인 모습이 중요해지는 시기에 맞게 믿음직한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며, 여러 시각들이 있지만 영국을 위해 인생을 바쳤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빌리 엘리엇>, <더 크라운>등 여러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신자유주의, 대처주의로도 잘 알려진 그녀의 정치세계 등 자세한 상황까지 이 영화에서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대처 수상의 전기 영화로써는 부족함이 없다. 결국 환영 속 남편을 떠나보내는 모습에서 마음이 아련해지기도 했는데 이것은 젊은 '데니스 대처'를 연기한 배우 '해리 로이드'의 매력 때문에 더 배가 된 것이 분명하다. 


24살 옥스퍼드를 갓 졸업한 마가렛과 영 앤 리치 데니스 대처의 첫 만남.
당차고 소신 있는 마가렛을 바라보는 데니스.







엄청난 싱크로율과 연기력을 자랑하는 '메릴 스트립'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제작비는 전혀 아깝지 않을 듯하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대처 총리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 영국의 상황과 역사를 정확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훈남 영국 배우를 알게 된 엄청난 수확이 있는 영화. 나에게는 수작 <철의 여인>이다.


여성들은 어쩌면 꼭 대단한 직업을 가지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철의 여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가정에서 직장에서 여러 가지 역할로 N잡러의 일생을 살고 있는 여자들.

대처 총리처럼 내가 소신 있을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이런 여성이 역사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철의 여인'이란 굴레 속에 넣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을 조심하라, 생각은 말이 되다니. 

말을 조심하라, 말은 행동이 되나니.

행동을 조심하라, 행동은 습관이 되나니.

습관을 조심하라, 습관은 인격이 되나니.

인격을 조심하라, 인격은 운명이 되나니.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된다.

그래서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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