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Jan 20. 2024

<미스 포터>

2007년 개봉작 <미스 포터>는 사랑스러운 배우 '르네 젤위거'와 노래까지 잘하는 뛰어난 배우 '이완 맥그리거'주연의 영화다. <피터 래빗> 시리즈를 쓴 '베아트릭스 포터'의 전기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나오기까지 배경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잔잔한 영화이지만 그만큼 아름답다.


영화 <미스 포터>



'피터 래빗' 캐릭터는 그녀에 의해 삽화와 동화가 있는 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 모든 물건들에서 만날 수 있다. 쿠키 상자, 문구류, 담요 등등.

19세기 영국, 여성에게 부유한 남성과의 결혼. 엄마와 현모양처로써의 삶이 중시되던 시절.

베아트릭스는 관습적인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과 글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다.

영화엔 나오진 않았지만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베아트릭스는 왕립식물원에서 버섯을 연구했고, 그녀의 논문이 '영국린네협회'에서 인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계속 연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벤저민'과 '피터'라는 토끼를 키우면서 동물을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그녀가 동물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 책을 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어머니는 부잣집에 안정적으로 딸을 시집보내는 게 목표였지만 독립적인 베아트릭스는 그것을 수용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그녀와 남동생에게 칭찬을 잘해주고 좋아하는 것을 응원해 줬는데 후에 그녀가 책을 출간하고 정식 작가가 된 이후에도 누구보다 축하해 주었다.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베아트릭스가 이렇게 진짜 작가가 될 줄 몰랐지만 아버지는 지금 시대에 봐도 퍽 민주적인 분이었다. 칭찬받으려고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했던 딸이 꿈을 이루자 사과하고 응원해 주었다. 


노먼 윈이라는 출판업자를 만났고 그곳은 노먼의 두 형과 노먼이 함께 운영하는 출판사였다. 누구보다도 노먼은 그녀의 작품을 공감하고 칭찬하고 좋아해 줬다. 다정하고 자상하며 그녀를 오롯이 이해했던 단 한 사람놈노먼이 그녀에게 청혼했꼬, 베아트릭스 역시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 이미 자신의 인세 수업만으로도 경제적인 성공을 이룬 그녀. 부모님은 신분의 차이 때문에 결혼을 허락하지 않고, 여름 동안만 가족의 휴양지인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3개월을 보내는 동안도 둘의 사랑이 식지 않는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기꺼이 3개월을 그렇게 보내기로 한 두 사람.



'베아트릭스'와 '노먼'


하지만 그 여름, 그녀의 작품 세계뿐 아니라 베아트릭스 존재 자체를 사랑하던 유일한 사랑 노먼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베아트릭스는 한동안 슬픔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이후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가서 농장을 산 후, 부모에게도 독립한 삶을 살아가며 다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곳 농부들과 농사도 짓고 어린 시절 친구이자 지역 변호사인 윌리엄 힐리스와 정착 8년 후 결혼을 한다. 그때도 그녀의 어머니는 딸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후반부의 베아트릭스의 삶은 농부이자 무분별한 개발을 막는 환경운동가로써의 삶을 살아간다. 주변의 농장을 다 사들이고 자연의 법칙을 따라 인생을 살아간다. 여성이지만 논리적으로 자신의 할 말을 하고 살았고, 인생의 전부인 동물 친구들과의 교감도 절대 놓치지 않고 작품에 녹여냈다. '르네 젤위거'의 사랑스럽고 설득력 있는 연기는 충분히 베아트릭스 인물 자체에 잘 녹아져 있다. 혹자는 지루하다, 주인공이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피터 래빗' 특유의 질감이 영화에 살아 있고, 그녀의 상상 속의 모습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애니메이션과도 잘 연결되어 있다. 장담컨대 너무나 사랑스러운 영화다. 









'베아트릭스 포터' 에게 '노먼'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

나를 너무나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그런 단 한 사람.

노먼이 죽고 난 후, 그녀가 작업실에서 그리고 새로 둥지를 튼 레이트 디스트릭트의 농장에서 숨죽여 울 때 같이 훌쩍이며 울었다. 눈물샘이 폭발하는 요즘이다. 

궁핍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랑스러운 작품을 탄생시킨 그녀가 부럽다.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작품 완성을 하고, 인연을 만나고, 인세 수입으로 넉넉하게 집필 활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환경과 동물을 사랑한 모습도 존경스럽다. 

<피터 래빗>을 다시 꺼내 읽어봐야겠다. 


기념주화도 발행되는 피터 래빗, 영화로도 만날 수 있다. 



이전 08화 < 라스트 버스 >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