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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an 02. 2024

< 다키스트 아워 >

가장 어둡지만 찬란한 시간

갓벽하다.

'윈스턴 처칠'로 분한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위기의 시기에 막 총리가 되어 덩케르크 작전 직전에 이르는 그 며칠간의 시간.

처칠 수상의 가장 어둡고 뜨거운 순간을 담은 이야기 <다키스트 아워>









조지 6세조차 그를 두려워하고 싫어했다.

정적들은 물론이다.

총리가 된 이후에도 독일과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면 불신임권을 내세워 그를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처칠의 상황과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자상한 아버지 처칠의 짧은 모습은 총리가 된 후 가족들과 샴페인을 마시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더 이상 수표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경제 상황, 하지만 늘 처칠을 잘 알고 격려하는 아내.

자신을 싫어하는 정적들조차 전시 내각에 기용하는 포용력.

다혈질이라 소리를 잘 지르지만 울고 있는 비서에게 휴지를 건네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상함.

무엇보다도 영국을 사랑하고, 영국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보려고 직접 노력하는 노익장의 모습에선

진정한 리더의 향기가 넘쳐흐른다.








히틀러의 진면목을 파악한 이유로 다수가 싫어하지만 총리 자리에 앉힐 수밖에 없었던 조지 6세도 결국엔 처칠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이 된다.

윈저 궁과 버킹엄 궁에 나치의 깃발이 꽂히는 걸 보고 싶은 영국인은 없을 것이다.

히틀러와 협상하기보다는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고집스러운 노인네라는 생각보다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냉철하고 열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나 차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탄 처칠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깨닫는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그의 정치 인생의 기준은 단 하나.

옳고 그름.

자기 신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가장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 하는 데 있다.

그랬기에 정치판에서 자신을 헐뜯는 소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실을 호소했으며

무수히 고민한 끝에 직접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결심도 했다.








끝까지 싸우다 패한 나라는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굴복하고 타협한 나라는 다시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나보다 분명 똑똑한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훨씬 더 신념에 찬 열정적인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자존심이든 명예를 위해서든 돈을 위해서든 정치를 한다.

난 분명 그들보다 약하다, 평범한 사람이다.

오로지 주어진 것은 리더를 선택할 수 있는 투표권 한 장.

좋은 리더를 알아보는 눈이 허락된다면 감사하게도 그 권리를 잘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끝까지 싸우다 명예롭게 죽겠다고 말하는 리더를 나의 시대에도 만날 수 있을까.








어느 나라나 어떤 시대나 좋은 리더는 존재한다.

그들이 야유를 받고 오해를 받고 힘든 시기를 보낼지라도 결국엔 역사가 증명한다.

다행히 처칠은 온갖 개인적인 어려움과 정치적 굴곡에도 그 누구보다 존경받으며 생을 마감했다.

처칠이 완벽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았으며, 무엇이 옳은 일인지 끊임없는 고민하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고 생각이란 걸 자꾸 하게 되었다.

거창하게 그와 같은 리더를 찾는다라는 결론이 아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인간이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지, 과연 나는 올바른 선택을 잘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에게나 어둠의 시간은 있다.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처칠을 붙잡았다.

영국인들의 존경을 받는 저 사람도 어려웠노라고.

완벽한 삶이 아니었다고.

단 하나 다른 점은 그는 혜안과 지혜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고, 굴복하지 않았다는 점.

승리를 확신했다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

선택에 대한 책임감과 확신.

오늘날 자꾸 그를 소환하는 이유다.





인간이 지극히 감상적이 수밖에 없는 이 시간, 처칠의 영화를 보고 마음을 갈무리해 본다.

힘들 때는 새벽에 일어나라는 어느 분의 말처럼,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를 

잘 보내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답을 찾는 사람은 정답을 피해 갈 수 없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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