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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Dec 17. 2023

<런던 시계탑 밑에서 사랑을 찾을 확률>

누구나 꿈꿔본 영화 같은 이야기 현실판

여중생 시절, <비포 선라이즈>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지금도 여전히 멋진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를 보면 그때의 느낌이 살아난다.

이후로도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시리즈가 나왔으니 아련한 로맨스 영화는 하나의 랜드마크처럼 마음속에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번 영화는, 셀린느와 제시처럼 아니 사실의 그들보다 더 나이 든 커플의 이야기다.

그들과는 살짝 다른, 우리 곁에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이들의 사랑 이야기다.

문화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꿈속의 로맨스는 아닌 현실 로맨스이다. 





낸시는 6년 동안 연애하던 남자와 헤어진 지 4년 차, 친언니와 친구들의 권유로 소개팅도 나가보지만 

이미 연애하는 법은 잊어버린 듯하는 말마다 헛다리고 푼수다.

부모님의 40번째 결혼기념일 행사에 맞춰서 기차를 타는데, 앞자리에 앉은 젊은 여자가 본인이 보던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책을 지금 선물로라도 주고 싶지만 이 책을 들고 소개팅할 남자와 시계탑 밑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줄 순 없다면서.

그런 책 님이나 읽으세요 하며 책 추천을 거절한 낸시는 잠깐 기차에서 잠이 들고, 내릴 역에서 깨어나 막 일어서는데 이런, 앞의 여자가 책을 두고 내렸다.

책을 전해주기 위해 바쁘게 뒤쫓아가지만 앞자리의 그녀는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기차역 안에서 놓쳐버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시계탑 아래서 소개팅남을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책만 보고 낸시를 소개팅하기로 한 여자 제시카로 오해한다. 

자기가 소개팅녀가 아니라며 말하려고 하지만 워낙 속사포 같은 남자의 말과 뭔지 모를 이끌림에 그와 데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첫만남부터 잘 통하는 두 사람



남자의 이름은 '잭', 온라인 마케팅을 하는 그는 곧 이혼을 앞둔 40살의 남자다. 

부인이 바람을 피웠고, 그도 이혼 서류에 싸인을 한 채로 이 소개팅 자리에 나왔다. 

좋아하는 영화 대사부터 모든 게 젖은 옷이 몸에 감기듯 척척 맞는 두 사람.

잭의 단골바에서 술도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볼링을 좋아하는 것도 똑같아서 저녁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볼링장에서의 데이트




가장 즐거웠던 볼링장 데이트에서 낸시의 중학교 동창(낸시를 흠모하는 약간 변태적인 남자 동창이랄까)이 나타나 결국 그녀가 소개팅녀 행세를 한걸 알게 된 잭은 낸시와 서로를 비난하며 엄청난 구강액션을 선보인다. 

가방을 바에 두고 온 그는 다시 바로 향하고, 낸시 또한 잭과 수첩이 바뀌어서 바로 향하는데 여기서 둘은 누가 먼저 도착하나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는 내기를 한다. 

이곳에서 잭의 바람난 아내와 불륜남 커플을 만나게 되는데, 잭은 낸시의 도움으로 이 불륜 커플에게 한방 먹이는데 크게 성공한다. 





이때 잭은 낸시에게 더욱더 푹 빠지게 된 것임에 분명하다.




속이 시원하면서도 슬픈 잭에게 낸시는 이런 말을 한다. 



지금은 그냥 아픈 퍼즐 조각들이지만 곧 맞추게 될 거야. 모서리부터 맞춰봐. 파란 조각들을 찾아서.



낸시는 예정대로 부모님 40주년 행사를 위해 본가로 향하고, 잭은 소개팅 주선자 친구와 연락이 닿아 원래 소개팅녀인 제시카를 만난다. 그리고 곧 후회하는 두 사람. 낸시는 그를 붙잡지 못한걸, 잭은 제시카와 전혀 통하는 게 없는 자신을 보면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따르기로 결심한다. 의외로 소개팅녀 제시카도 이들의 사랑에 쿨하게 응원한다. 24살이라 그런가.




드디어 다시 만난 두 사람. 역시 잭이 상남자였네.




중간에 낸시를 흠모하는 중학교 동창남의 방해는 있었지만 무사히 둘은 만나고 결국 찐한 키스와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모든 게 단 하루 만에 일어난 이야기. 이처럼 사랑이란 갑자기 날아드는 과태료 독촉장처럼 우리의 시간과 정신을 순삭 하게 만든다. 사랑이 다시 내게 찾아올 때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만큼 감정에 솔직할 것. 느낌이 온다면 놓치지 말 것.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온 마을이 돕는다는 것도 잊지 말 것. 낸시의 말을 차분히 들어주던 부모님과 언니 부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낸시 동네의 십 대들이 잭이 낸시의 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면도 뭔가 웃기면서도 꽤나 즐거웠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런던이라는 장소적 배경도 있었지만 '잭' 역할의 배우 '사이먼 페그'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 <새벽의 황당한 저주> 등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배우인 이 영국 배우는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과 극본에도 재능이 많은 배우다. 코믹한 배우인 듯 하지만 연기 스펙트럼이 실은 꽤나 넓은 배우임을 알 수 있는데, 로맨스 영화에서도 그의 매력은 잘 드러난다. 40대 이혼남의 그것도 아내가 바람피워서 상처받은 중년 남자의 외로움과 진짜 인연에게 돌진할 줄 아는 멋짐이 공존한다. 


계속 19세와 20세기 초반의 영국에 머물던 나의 잠깐의 외출 같은 영화, 영화 내내 펑키한 음악이 흐르고 말발 좋은 배우들의 맛깔난 대사가 지루할 틈이 없다. 지나치게 멋지지도 않게 그렇다고 극한의 찌질함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로맨스 영화, 유부녀만 아니라면 당장 런던 시계탑 밑으로 가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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