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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Dec 10. 2023

< 킹스 스피치 >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영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시대 영국은 역사의 중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사와 영문학에서의 위치 덕분에 훨씬 풍요로운 이야깃거리가 존재한다. 

다시 왕실이야기이다.

어쩌면 평범함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지닌 우리들에게 왕실의 이야기는 신비로운 주제이다.

왕족들은 평범한 삶을 갈망하고, 우리들은 특별해 보이는 삶을 갈망한다.








오늘의 이야기는 작년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의 이야기이다.



전 세계의 4분의 1을 통치하는 '조지 5세'는 차남 요크 공작에게 대영제국 박람회 폐회사를 맡기지만 이는 연설을 하는 그에게나 영국 국민들에게나 괴로움의 시간일 뿐이다. 

요크 공작을 치료하는 언어 치료사들은 구슬 7개를 입에 물고 책을 읽게 하거나, 담배가 긴장을 완화시킨다면서 피우게 하지만 제대로 된 치료 효과는 미비하다.

아내 엘리자베스 요크 공작부인은 남편을 위해 새로운 언어치료사를 발견한다. 

'라이오넬 로그' , 그는 사실 '영국인'도 아니며, 학위나 지위도 없는 '호주인' 일 뿐이다. 

하지만 사실은 호주에서 전쟁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는 군인들을 훌륭하게 치료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이다. 

그의 치료법은 단순히 언어 치료만을 위한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마음부터 들여다보는 일종의 심리상담사 같다. 








아마도 '라이오넬 로그'는 연극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더 사람의 마음을 잘 도닥일 수 있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늘 셰익스피어의 한 부분을 말하는 그는 그런 의미에서 더욱더 요크 공작(조지 6세)의 마음에 가장 닿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요크 공작에게 책을 읽게 하고 LP판에 녹음을 하는데, 요크 공작은 정확히 더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조지 5세의 엄격한 교육(오른손잡이, 다리 교정, 비행기 조립 말고 우표 수집 강요 등)과 강인한 아들이 되길 바라는 모습에 대한 부담, 버벅거리는 버티(가족만 부르는 애칭)라고 놀리는 형(후에 왕위를 포기한다)라 놀림받던 어린 시절의 상처, 차남으로서 살아가는 고충과 동생 존 왕자의 사망 등 내면에 감춰진 상처가 많았다. 

라이오넬은 조지 6세를 가족의 애칭인 '버티'라고 부르고, 치료 또한 강압적인 방법이 아닌 친구처럼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방식으로 대한다. 


결국 요크 공작은 조지 6세로서 국민을 위한 왕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이는 영화 중간에 나온 히틀러의 연설 장면과도 대조되면서 더욱더 드러난다. 익히 알다시피 '히틀러'는 연설의 귀재이며, 선동가이지만 한편으론 조명까지 연출하며 연설하는 그의 모습에서 독일 국민을 위한 지도자라기보다는, 일종의 전쟁광이자 독재자로서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에 반해 조지 6세는 자신의 어린 시절 상처와 콤플렉스를 포기하고자 했지만 결국 주변 사람, 아내와 측근, 그리고 라이오넬의 도움으로 포기하지 않고 이겨낸다. 왕으로써 더듬지 않고 연설을 해내는 그의 모습에서 조지 6세는 국민들을 선동하는 왕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국민들에게 잔잔한 힘을 주는 늘 친구처럼 곁에 있어주는 왕이라는 점이 잘 드러난다. 







어린 시절의 상처나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이 모습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 

이 영화를 통해 상처를 다루는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진정한 군주란 어떤 모습인지도 생각하게끔 한다. 

아무 학위도 없고, 영국인도 아닌 '라이오넬 로그'를 내보내자는 대주교의 말에 조지 6세는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감사하지만 군주는 나다',라고 말한다.

즉, 군주라는 자리가 조건만 되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위/면허/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사람의 마음가짐과 신념, 그리고 인생을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첫 번째 연설 이후, 라이오넬과 조지 6세는 계속 국가의 중요 연설을 함께 하고, 진정한 친구가 된다. 

라이오넬의 언어치료방법은 꽤 다양하게 나오는데 이는 현시대에서도 인정받는 방법이라고 한다. 


조지 6세 역의 '콜린 퍼스'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 해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이력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수상 기록뿐만 아니더라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임에 분명하다. '라이오넬 로그' 역의 '제프리 러시' 또한 말하면 입만 아플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캐러비안의 해적>의 바르보사 선장이라고 얘기해 줬더니 신이 났다. 더군다나 조지 6세의 왕비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벨라트릭스 레스트랭 역을 맡은 '헬레나 본햄 카터', 윈스턴 처칠 역은 '피터 페티그루' 역을 맡은 '티모시 스펄', '가이 피어스', 조지 5세는 '덤블도어' 역을 맡은 배우다. 라이오넬 로그의 부인 역할 배우는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서 콜린 퍼스와 짝을 이룬 '엘리자베스 베넷' 역의 배우이니 출연진들을 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의 음악까지 OST로 쓰여서 귀가 행복한 영화이기도 하다. 








시대나 인물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요즘 느끼는 점은 점점 더 그 시대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든 역사든 더 확장해서 알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단순한 영국 영화 리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정확히 알고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맴돈다. 이 영화 또한 픽션이 가미된 부분이 있지만 정말 대부분이 사실적인 내용에 기인함은 부정할 수 없다. 한 인물의 이야기일수록 더더욱 배경 설명이 중요하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때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무엇을 말하며 사는 세상이었는지.

조지 6세를 통해 특별해 보이는 왕실의 가족들도 고뇌가 있는 인간이었음을, 그리고 그들이 돋보이는 이유는 그 무게를 견뎌내고 노력했음을, 거기에다 책임을 다해 그 역할을 수행해 내는 데 있다. 

진정한 군주란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답게 책임을 다하면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영화이다. 

부디 이 영화는 어른들만 보거나 아이들이 좀 더 성숙했을 때 같이 보시길, 음미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를 시끄러운 주변 소리에 묻히게 하시지 말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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