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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Nov 26. 2023

< 찰스 디킨스의 비밀 서재 >

The man who invented Christmas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1843 영국, <올리버 트위스트>의 성공으로 미국 투어를 하고 돌아온 '찰스 디킨스'.

이미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작가로서의 확고한 위치와 명성을 얻고 있었던 그는 

미국 투어 후 쓴 세 편의 작품이 내리 실패하며 쌓인 빚과 다음 작품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세기 셰익스피어라 칭송을 받는 그는 영국이 가장 사랑하는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지만

좀처럼 고뇌의 늪에서 나올 수 없다. 서평지에서 다른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료인 '윌리엄 새커리'는 혹평을 읽어주며 신경을 긁기에 이르고, '포스터'만이 매니저이자 친구로서 곁에 있다.








착하고 이해심 많은 부인과 귀여운 아이들의 아빠이지만 작가로서의 그의 고뇌를 끝이 없다. 

<올리버 트위스트> 표절 소송에서 승소하지만, 피의자는 돈이 없고, 변호사 수임료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시골에 집을 사드리고 생활비까지 드렸던 부모님은 갑자기 런던으로 상경하여 그의 글 쓰는 시간은 더욱더 절실해진다. 


이런 상황에 크리스마스이브에 세상에 내놓겠다며 6주 안에 책을 쓰겠다고 호언장담하는데 과연 그 말은 이루어질까? 그는 삶의 곳곳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다. 진실한 친구이자 매니저인 포스터와 클럽에 가서 식사를 할 때 '말리'라는 웨이터의 이름을 메모한다든지(늘 사람 이름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거리의 어린이들을 구하러 가서 한 구두쇠의 죽음을 목격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집에 새로 온 아일랜드 고아 하녀가 아이들에게 유령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걸 들으면서 글감을 얻기도 한다. 








당연히 이 내용은 진실이 아닐지 모른다. 이 영화는 찰스 디킨스의 실존적인 역사와 판타지가 적절히 결합된 이야기이다. 예나 지금이나 작가들은 대중에게 팔리는 책을 써야 하고 이 사실은 제 아무리 인기 작가라도 피해 갈 수 없다. 작품의 초안을 출판사와 투자자들에게 브리핑해야 하며 때론 작품을 위해 돈을 융자하러 뛰어다니기도 한다. 작품이 풀리지 않을 때는 묘한 조롱과 마침내 드러나 주변의 시기 질투를 견뎌내야만 한다. 작품에만 몰입해 있을 때 툭 튀어나온 예민함으로 가족들에게 뾰족하기도 한다.


위대한 작가에게도 작품을 위한 고심점이 있으며, 때론 작가 스스로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드러낼 수밖에 없다. 하급 관리의 아들이었지만 빚을 지고 감옥에 간 아버지 때문에 어린 나이에 구두약 공장에서 일해야 했던 찰스 디킨스. 그에게 아버지는 이제 가장이 네가 되어야 한다며 넌 신사의 아들이니 강철처럼 강하게, 얼음처럼 냉정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며 떠난다.


하지만 12살 찰스에겐 그곳은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해도 배고프고 온갖 부정적인 말들로 가득 찬 노동 착취의 현장이었을 뿐이다. 그 경험의 그의 책 <올리버 트위스트>에도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데, 그래서 그는 더더욱 가난한 사람들,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작품에 등장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구상하고, 성격을 설정하며,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을 고심하는 장면에서 이 세상의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을지 상상이 되었다. 그가 많든 캐릭터 '스크루지' 또한 영화에 함께 등장하며 서사를 완성시켜 나간다. 이기적이고 못된 구두쇠이며 가난한 사람들은 차라리 아프면 죽는 게 낫다고도 생각하는 인물.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나게 되고 소설 속에서 스크루지 직원의 아픈 아이 팀을 죽이지 말고 스크루지가 개과천선한 내용으로 바꾸면 안 되냐는 주변 지인들의 말에도 그는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그의 내면에서 스크루지는 '찰스 디킨스' 그 자신이었다. 아버지의 떠도는 방랑벽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장에서 보내야 했던 어린 시절. '스크루지는 그의 어둠, 굶주림, 영혼의 그림자, 그의 영혼은 얼룩 ' 이였던 것이다.

마지막 챕터를 완성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그는 이제는 사라진 구두약 공장의 폐허에서 자신의 어둠과 마주하고 작품을 완성한다.


스크루지는 '팁'의 제2의 아버지가 되어 수술을 도와주었고,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들의 충고를 잊지 않고 새로운 사람이 된다. 크리스마스를 돈을 못 버는 형편없는 날이 아닌 배려와 사랑, 베푸는 날임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작품이 세상에 나온 후 '윌리엄 새커리'는 인간의 사랑, 어리석음, 용서를 보여주는 위대한 소설이라며 칭송한다. '찰스 디킨스'가 호언 장담했던 대로 <크리스마스 캐럴>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완판 된다. 그리고 그는 시골로 떠나라며 종용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시 모셔와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아들과 아버지의 화해, 자신의 예민함을 받아주고 한결같이 옆에 있어주는 아내와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진짜 크리스마스를 느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두 가지 면이 있다.

'찰스 디킨스'가 여리고 다정한 면과 절대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었던 것처럼.

이 두 가지다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우린 그것을 피할 수 없다. 

과거, 현재, 미래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서 과거를 보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느끼며 이 모든 순간은 다 현재에 있다.

과거의 나와 피하지 않고 마주한 순간 새로운 미래를 맞이한 '찰스 디킨스'처럼 인간이 자기 삶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단지 나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이다.

천국의 열쇠도, 지옥의 열쇠도.

그리고 절대 세상에 늦은 건 없다. 늦는 건 없다.







작가를 꿈꾸는 당신이 봐야 할 영화.

작가가 될 우리들의 일상이 될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로 충분하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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