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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Dec 02. 2023

<워털루 브리지>

Waterloo Bridge

흑백의 고전 영화는 사람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슬픔을 겪고, 이야기를 소유한다.

'너무나 서글픈 마음속의 근심'이라는 뜻의 '애수'

원래 제목인 '워털루 브리지' 보다 익숙한 제목이다.

제목에서 이미 영화의 결말은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제를 듣고 나면 그 다리가 주인공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긴다. 

런던의 다리인 '워털루 브리지'에서 과연 어떤 일이 있었을까.








1940년작인 이 작품은 여주인공 '비비안리'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이후 선택한 영화이며,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인 '로버트 테일러'와 함께한 영화이다.

193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영국군 '로이' 대위는 안개가 자욱한 런던의 워털루 다리에서 하얀 마스코트를 들고 서있다. 

그는 그곳에서 20년 전 어느 한 때를 회상하는데, 바로 그의 마지막 사랑인 '마이라'를 만났던 순간이다.

영국의 명문가의 자제인 로이 대위는 잠시 휴가를 나와 워털루 다리를 걷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공습경보에 놀라 핸드백을 떨어트린 한 여성과 함께 지하 대피소로 피하게 된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이라는 로이에게 전쟁에서 행운을 줄 물건이라며 자신의 마스코트를 건네준다.

그런 마이라에게 반한 로이 대위는 그녀가 발레단 단원으로서 공연하고 있는 공연장까지 찾아가게 되고, 완고한 단장의 눈을 피해 마이라의 친구 키티의 도움을 받아 몰래 데이트도 한다. 






이때 나온 음악인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스코틀랜드 민요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이별의 노래가 아니라 다시 만났을 때의 기쁨을 노래하는 뜻이라는 반전이 있다. '석별의 정'으로 우리나라에는 알려져 있어서, 안익태 선생님이 애국가를 만드시기 전에 마치 애국가처럼 쓰였다고도 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로이의 삼촌에게 인사도 드리고 결혼도 하기로 한다. 로이 대위의 전선 복귀가 이틀이나 늦어졌기 때문에 결혼식까지 올리려고 하지만 갑작스러운 부대 복귀 명령으로 마이라와는 기차역에서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헤어지고 만다. 


발레단 단장의 말을 어기고 나간 마리아는 친구 키티와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되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가티는 매춘부의 길로 들어서고 만다. 로이의 소식만을 기다리던 마이라는 로이의 어머니와 만나기로 한 카페에서 로이가 전사했다는 잘못된 기사에 그만 기절하고, 로이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까 봐 일부러 어머니에게 차갑게 대하고 만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그녀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친구 키티처럼 매춘부가 되어버린다.


일 년 후, 여느 때처럼 자신의 몸을 살 군인을 기다리며 기차역에 있던 그녀 앞에 거짓말처럼 로이가 나타난다.

그는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며 당장 결혼을 하자고 하고, 자신의 본가로 마이라를 데리고 간다. 

명예를 중시하는 로이의 가족들을 만난 마이라는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고, 모든 전후 사정을 로이의 어머니에게 이야기한다. 다 이해한다며 말하는 로이 어머니에게 자신은 떠나겠다고 말하고, 다음 날 아침 로이에게 편지만 남긴 채 그녀는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워털루 다리에서 지나가는 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한다.


아름다운 그녀의 양심 있는 선택 혹은 슬픈 사랑의 이야기 애수, 워털루 브리지.

우리나라에서도 전쟁 중에 상영되어 많은 사람들을 한없이 슬프게 만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살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과연 자신의 첫사랑을 생각하며 로이처럼 결혼도 안 하고 추억할 남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현실적인 물음표를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영화는 영화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설렌다.

아마도 사랑에 빠진 예쁜 연인들을 보는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리라.


슬픈 결말이어서 어쩌면 더 서글프고 눈부실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번 그 연인에게 환하게 웃을 기회를 주고 싶다. 전쟁이 끝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날을 선물해주고 싶다. 

트렌치코트가 너무나 잘 어울렸던 그 연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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