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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Nov 12. 2023

<톨킨>

반지원정대, 호빗의 시작

영화는 안 봤다.

<반지원정대>와 <호빗>.

기억나는 건 '리브 타이러'와 '아라곤', 그리고 '레골라스'와 '골룸'뿐.

어설픈 영문학도 시절조차 모르던 그 이름, 톨킨.

뒤늦게 빠져든(?) 영문학의 세계.

대학 교양 수업에서조차도 이 원서 책을 왜 읽어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그 매력은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즉, 뭔가 있어 보이는 그 느낌.

현재의 로맨스 드라마나 판타지 영화의 초석이 되는 19세기~20세기 작가들의 작품들.

계속 제인 오스틴만 붙잡던 어린 학생은 이제 인생의 쓴 맛을 약간 본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주목하기 시작했다. 작가에 대해서.






작품을 읽기 전 작가의 스토리는 중요하다.

소위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느냐.

시험 문제에서 그렇게도 물어보는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국어든 영어든 작가의 의도를 묻는 문제는 꼭 나온다.

정보, 설득, 재미?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라는 것은.

그것은 바로 작가의 인생이다.






영화 <톨킨>은 영국 남자배우 '니콜라스 홀트'와 영국 여자배우 '릴리 콜린스' 주연의 영화다.

BBC 투표에서 지난 천년 간 위대한 영국 작가 중 6위에 뽑힌 영국의 대문호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이하 '톨킨')의 전기 영화다.

즉, 본투비 영국 영화다.

<나니아 연대기>를 쓴 C.S. 루이스와 함께  옥스퍼드 대학 내의 문학 모임인 잉클리스를 이끌었으며, 수많은 톨키니스트(톨킨의 열렬한 팬들)들을 양산한 '톨킨'이 어떻게 판타지 문학의 대가가 되었는지는 영화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종교의 다름으로 아버지의 죽음 이후, 외가에서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한 어머니와 톨킨 형제.

하지만 톨킨의 어머니는 꿈과 보물, 환상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하며 삶에서 희망을 잃지 않게 했고

톨킨의 상상력 또한 지킬 수 있었다.

후원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에서 언어학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어릴 때부터 라틴어를 비롯한 고대어에 관심이 소질이 많았다. 처음에 반목한 친구들과 결국 친해지며 TCBS라는 일종의 클럽을 만든다. 지금의 중고등학생에 해당하는 명문학교 십 대 소년들의 문학과 예술에 대한 대화는 굉장히 다채롭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소위 이튼 스쿨 같은 명문 학교를 보면서 규율과 학문의 깊이를 진하게 느끼는데 이 영화 또한 그러하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로 이어지는 장면의 전환.

고딕 언어 교수님과의 만남으로 깊어지는 언어의 향연.

훗날 <호빗> <반지의 제왕> 속의 스토리와 요정의 언어로 이어지는 톨킨만의 상상력의 세상과 뛰어난 언어 능력은 새로운 세계관이 펼쳐지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언어 세계를 이해하는 유일한 여인이자 사랑 '이디스 브랫'과의 사랑도 남성 위주의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충분히 교감하고 서로의 장점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면모로 그려진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한 바그너 작품의 오페라 극장 앞에서, 동전을 셀 수밖에 없었던 그는 사랑하고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을 지키지 못한 순간을 다시는 겪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옥스퍼드 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가정을 안정적으로 꾸리고, 그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며 <호빗>의 집필을 시작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는 용기와 믿음을 가지고 여정을 떠나는 동지애(자신의 친구들과의 우정)가 드러나고, 고대어 공부와 유럽 여러 신화들을 공부하며 얻은 언어의 창조와 이야기를 통해 톨킨이 역사에 길이 남을 판타지 소설을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그는 친한 친구들을 잃었지만 전쟁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품을 더욱더 잘 완성할 수 있었다.


지적인 톨킨과 친구들의 대화, 치기 어린 어림도 있지만 문학에 대한 삶의 갈망이 있는 청춘들을 보면서 영문학의 획을 이루는 작가의 면모도 잘 느껴졌다. 이 땅의 모든 남자아이들이 이런 좋은 친구들을 만나 인생을 이야기하고 학문을 논한다면 정말 진정한 젠틀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톨킨'의 이야기여서 더 끌렸지만, 믿고 보는 배우 '니콜라스 홀트'의 연기도 꽤 훌륭했다.

그가 분한 톨킨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작가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만의 세계관이 있는가.

창조하고 싶은 세상이 있는지 혹은 있을 예정인지 내 마음속의 언어는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쉽사리 그 말을 찾는 것은 포기하지 않겠다.

백만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만 개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므로

나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겐 하나의 언어가 될 것이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은 그가 쓴 이야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가운데 땅 역사서>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 그의 세계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그의 세상 속으로 떠나봐야겠다.

'니콜라스 홀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함께 판타지한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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