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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an 14. 2024

< 라스트 버스 >

당신은 인생을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나요?





영국 최극단 존오그르츠부터 남서쪽 끝의 랜즈엔드(말 그대로 영국이란 섬의 끝단)까지 할아버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다. '티모스 스폴 '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피터 페티그루'와 <킹스 스피치>에서 '윈스턴 처칠 수상' 역을 맡았던 배우로 우리나라에선 유명하다. 런던올림픽에서도 처칠 역할을 맡은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대영제국 훈장과 런던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전미 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대배우이기도 하다. 60대인 그가 90대 노인 연기를 해도 전혀 우려하지 않았던 이유도 그의 연기력 덕분이다.


구부정한 노인의 어깨, 누구에게도 신세 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하는 마음, 고마워할 줄 알고 미안해할 줄 아는 단정한 어른을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 토마스(톰)는 얼마 전 아내 메리를 잃었다. 스코틀랜드 존오그르츠에서 메리와 살던 그는 그녀와의 약속을 위해 고향이자 메리와의 추억이 있는 랜드엔드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오로지 버스로만 그곳을 향해가는 그에게 일어나는 일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버스 한 대가 목적지까지 가는 건 아니기에 중간에 여러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가는 길에 어린아이에게 개구리를 종이로 접어두기도 하고, 정신이 이상한 여자에게 가방을 빼앗기기도 한다. 정비공이었던 경험을 살려 자동차와 버스를 고친다. 정류장에서 군입대를 앞둔 청년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무례하게 아랍 여인과 그녀의 아들 앞에서 아랍 여인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남자를 엄하게 혼낸다. 힘없는 노인이지만 결코 옳지 않은 일에 물러서지 않는다. 이 모습이 sns에 올라가면서 점점 유명세를 타고 홀로 버스를 타는 이 할아버지를 사람들이 응원하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칠까 봐 조마조마하고(실제로 버스 사고와 앓고 있는 병 때문에 다치고 병원에 가기도 한다) 자동차로 모셔다 드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과거 톰과 메리의 젊은 시절 모습과 일 년 만에 하늘나라로 떠난 그들의 딸 마가렛을 보면서 슬프기도 했다.  


톰의 목적은 다른 곳에서 지체하지 않고, 오로지 부부의 추억의 장소에 도착하는 것.

지도로 미리 버스 노선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면서 구글 지도나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나에게 또 다른 향수를 자극했다. 지도를 펼치고 출발점에서 목적지까지 굵은 펜으로 가는 길을 표시하는 그의 모습.

가는 길에 아내와 함께 갔던 B&B 식당과 미리 예약한 추억의 호텔까지 포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딸 마가렛의 묘에 들러서 가족사진을 내려놓고 '굿바이 베이비'라고 말하는 모습에선 이렇게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모습이 슬펐지만 정갈한 그의 모습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여러 번 들은 노래이지만 잘 알지 못하는 노래.

익숙한 가사이지만 뻔하다 생각한 노래를 극 중 할아버지가 부르는 모습은 경건한 느낌마저 들었다.


폐암, 간암, 신장암까지 앓고 있지만 톰은 병원에 있지 않는다.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자신의 의지로 밖으로 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그이다.

마침내 랜즈엔드에 도착한 버스.

'버스히어로' 톰이 내리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미리 나와 있었다.

모두 다 그의 여정을 응원한 사람들이다.

드디어 메리와의 추억이 있는 고향이 있는 바닷가.

그녀의 유해를 바다에 뿌리고, 꿈결처럼 젊은 시절의 메리가 버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갈까?"라고 말하는 그녀.

톰은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영원한 안식으로 접어든다.






나의 마지막 모습을 선택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떠나게 될까.

영화를 보는 내내 현실적으로 이 땅의 노인들이 과연 배려받고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작은 느려지고 몸은 늙어간다.

인생의 선배인 시니어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단정히 한다.

그들은 지혜가 있고, 매너가 있다.

과연 이런 모습의 노인이 될 수 있을까.

늘 노력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가족의 죽음, 나의 죽음까지 염두에 두고 살 수밖에 없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고, 서로 사랑한다 말하던 장소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한 톰은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산 사람이다.

죽음의 순간조차 '나답게' 선택한 주체적인 사람이다.

점점 나이 들어가고 늙어가는 것에 두려움이 많아지는 시점에 이 영화는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단순히 '오래 살아보고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수많은 인생의 추억과 아름다움'이 있는 노인으로써의 삶을 알게 해 준다. 보는 내내 스코틀랜드에서 영국까지 버스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덤이고.



#버스히어로#토마스하퍼#젠틀맨#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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