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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02. 2024

나의 사랑스러운 듄친자

얼마나 기다렸던가.

29일 목요일의 밤을.

이미 설 연휴엔 듄(DUNE) 파트 1을 영화로 봤고,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도 읽었다.

(참고로 책은 1편이 영화 파트 1과 파트 2의 이야기이다.)

책 뒤편의 제국에 대한 각주와 용어 정리까지 열심히 공부했다. 

이해가 되지 않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유튜브에서 세계관 설명까지 들어가며 이해하려고 했더니 윤곽이 잡혔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아들들과 즐겨봤었는데 감히 말하자면 그에 비해 훨씬 매력적인 소설이자 영화이다. 

주연 배우들의 내한과 여러 소식으로 한껏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남편과 미리 영화를 예매하고 이 날만을 기다렸다. 


목요일 밤 9시 극장으로 출발만 하면 된다. 

우리가 없으면 자기들만의 세상이라며 기뻐하는 아들들을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너희만 좋냐. 나는 더 좋다. 

이때 걸려온 전화 한 통.

Are you 듄친자?

한 동네에 사는 시누가 같이 영화를 보자고 한다.

듄친자였다니. 하하. 이렇게 반가울 수가.


CGV로 향하는 발걸음.

연휴가 시작된다는 기쁨.

기다리던 영화를 본다는 설렘이 샐러드 소스처럼 범벅이 되어 도착한 극장.


응? 10시로 예약했는데 왜 여긴 9시 40분이라고 말하지?

표를 확인해 보니 다른 지점으로 예약했던 것.

거리상 금방 갈 수 있는 곳이지만 10시까지 남은 시간은 25분 정도.


"그러지 말고 예매했던 CGV A점 취소하고 여기 CGV B점으로 다시 표 사면 되지"


와우, 정말 스마트한데.

시간이 임박할수록 심장이 쪼여온다. 

남편이 빠르게 스마트폰을 열어 온라인 예매 취소를 알아본다.

이런 젠장.

마음이 급하니 찾는 게 힘들다. 나보고 멍청이라고 하더니 훗. 쌤통이네.

아니다 정신 차려야 한다. 빨리 예매 취소를 찾아본다.

이때 시누가 이런 건 직관적으로 검색해야 한단다.

'CGV 온라인 예매 취소'라는 키워드로 서치를 하니 나온다 나와.

빠르게 취소를 하고 CGV B점에서 표를 세 장 구매한다.


마지막 타임이라 직원은 안 보인다.

자기 주도적으로 바코드를 찍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갔다.

7층 씨네포레. D열.

음. 씨네포레가 어디지?

보통 숫자로 쓰여있지 않나. 

시누와 함께 상영관을 열어본다.

이런. 파묘가 상영 중이다.


남편이 부른다. 여기야 여기.

그렇다. 씨네포레는 숲 속을 테마로 꾸며놓은 CGV만의 상영관이었던 것이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관객이 우리 셋을 제외하고 5명이다.

빈백 의자에 몸을 기대어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이 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166분 동안 허리는 아팠지만 빈백소파에 철퍼덕 앉아서 듄(DUNE) 파트 2를 보는 맛이란.

어서 3편을 내놓으시오, 감독양반. 


나의 사랑스러운 듄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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