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돌봄 Mar 02. 2024

초등학교 앞 라면은 맛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엔 친정 아빠의 근무지 변경에 따라 

시골 이곳저곳에서 살았던 것 같다. 

학교에 입학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도시에 살면서 학교에 다녔는데

당시엔 번화가에 위치한 곳이었지만 언덕처럼 생긴 길을 올라가야 했다. 

학교에 올라가는 길 옆엔 문구점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이 우리들에겐 아방궁과도 같았다.


학교를 파하고 변변한 간식거리 없던 시절 조그마한 학교 앞 문구점에서 먹는 컵라면 맛은 어찌나 꿀맛이던지. 이상하게 집에서 끓여 먹으면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위생 상태도 그리 좋지는 않았을 텐데 문구점 앞 평상에서 면발 흘려가며, 국물 튀겨가며 친구들과 먹던 그 라면 맛을 지금은 맛볼 수가 없다. 






본격적으로 팬시전문점이라 부르는 곳이 생긴 건 중고등학교 시절.

여학교 앞에 위치한 팬시전문점은 눈이 돌아가게 예쁜 펜이나 카드 스티커가 많았다.

각종 색깔펜으로 노트 정리를 해야 공부가 잘될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 속에서 친구들과 까르르 대며 

열심히 펜을 고르고 샤프펜슬을 샀다.

우정일기를 쓰기 위한 노트를 산 곳.

크리스마스 전에 카드는 20장 넘게 산 곳도 그곳이다 


지금은 대형 문구점이 많지만 당시엔 학교 앞에서 소소하게 구입하던 게 전부인 시절이다. 

다꾸가 유행이라던데.

결혼하기 전 동생은 다꾸의 달인으로 소장한 문구류만 해도 동네 알파문구 저리 가라였다. 

서울로 이사하면서 정리한 다이어리만 해도 30권이 넘었다.

물론 다 새 다이어리였다. 






나에겐 예쁜 문구류보다는 초등학교 앞 라면을 팔던 그 문구점이 기억에 남아있다. 

꼬들꼬들 면발과 MSG의 조화.

꼬꼬마 친구들.

가끔 지나가며 보는 나의 모교 앞엔 더 이상 그런 문구점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상상 속엔 그곳이 보인다. 

그때 그 사장님, 라면 참 맛있었어요.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사랑스러운 듄친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