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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24. 2024

중학생이 되고 싶어졌다

기대이상의 학부모 총회

아들이 들으면 기함을 할 소리다. 

독서와 글쓰기에 진심인 담임선생님을 만난 건 십여 년이 넘는 학부모 생활 중 처음이다.

큰아이가 중1 때는 근무 시간과 맞지 않아 놓쳤었는데, 둘째까지 중학생이 된 지금. 큰아이가 중3이라는 중요한(언제나 중요하지만) 시기인 지금 더욱더 학부모 총회에는 가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큰아이가 중1이 되었을 때는 중학교 관련 책을 보거나 이것저것 주워들어봐도 감이 잡히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뭔가 귀에 들어온다. 








비 오는 저녁 6시, 부랴부랴 일을 마무리하고 학교 강당으로 향했다.

전반적인 학교 일정 설명과 과정 설명, 학교 폭력 교육까지 웬일로 귀에 잘 들어온다. 

안내해 주시는 선생님들이나 발표하시는 선생님들 인상이 좋으시다. 

교내 일정이나 대회 일정을 보고 야심 찬 마음을 먹어본다. 

물론 이 부분은 아이들이 동의해야 가능하겠지마.

학부모 상담까지 신청해 놓은 터라 교실로 향했다.

3학년 교무실 바로 옆이 아들 녀석의 반이다.

일면식도 없는 다른 학부모님들과는 인사 없이 서로 쭈뼛쭈뼛이다.

교실 칠판을 보니 학부모를 위한 안내서가 붙어있고, 따로 자료까지 만들어놓으셨다.

오, 이런 건 처음인데.

결국 비 오는 금요일 밤 9시 10분 두 시간에 걸친 선생님과의 만남이 끝났다.

부장선생님이신 아이의 담임선생님은 앞서 언급했듯이 '독서'와 '글쓰기'에 진심이다.

당신이 읽으신 책부터 인덱스 한 부분을 쭉 보여주시더니 고등학교 수행해서도 문제없는 글쓰기 플랜까지 쫘악 보여주신다. 학부모 입장에선 정말 땡큐다. 불안불안 입시 열차를 탄 부모는 늘 불안하다. 이러다 사교육은 다 시킬 판이며 그러다 일만 죽어라 할 판이다. 이런 선생님이 계시다는 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들과 첫날, 교과 진도보다 마음작업을 먼저 하신 선생님.

인생 전반에 대한 계획과 의지를 다지게 해 준 피피티 자료를 보여주며 아이들과 함께한 내용들을 다 설명해 주셨고, 밤새 정리한 학생용 추천도서와 학부모용 추천도서 요약까지 준비하셔서 주신 것을 보고 모두들 놀랬다. 작년에 졸업시킨 엄마들에게 물어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도 공부법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너무나 도움을 받았던 선생님이라고 했다. 


플래너 쓰기, 독서하기, 십 년이 넘게 엄마표 공부카페 운영자이자 독서모임 운영자이기도 한 선생님의 열정에 오히려 부모인 내가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운동과 독서로 체력과 정신력을 관리하고 아이들에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주려고 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가장 늦게 불이 꺼진 3학년 교실. 다른 학부모들이 부러워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개학 첫 주에 학급 문고를 두 권씩 사 오라고 하실 때부터 독서에 신경 쓰시나 보다 했는데, 이 정도 열정을 가지셨을 줄이야. 


학교에서도 무조건 문해력과 독서를 강조하는지라 점심시간엔 15분 동안 독서를 하거나 좋은 글을 함께 읽는다고 했다. 그만큼 집에선 운동을 신경 써야겠지만 말이다. 엄마로서는 독서를 그리고 글쓰기를 학교에서 하다니 너무나 바람직하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정작 아들은 적응하느라 힘이 든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나는 나를 경영한다'를 급훈으로 정하신 선생님.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정신 차리게 된 학부모 설명회였다.

선생님의 열정에 졸업 앨범 선정위원에 지원했다. 원래 학급 대표든 급식 모니터단이든 얼른 선정해야 메인 강의로 들어갈 수 있으니, 좋은 졸업 앨범을 만들겠다는 선생님의 의지와 운영 계획에 적극 참여했다.








1) 학급대표 선정
2) 담임 소개 + 학급경영 주안점
3) 중학교 관련 책들 소개
4) 중학교 내신 공부법
5) 고입 선택 시 주의점 ( 인문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각 학교별 교육과정 분석)
6) 2028 바뀐 입시제도 + 내신 관리 중요성


순서와 절도 있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일을 책임감 있게 욕심을 가지고 한다는 것이 얼마나 타인에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지도 다시 한번 느꼈다. 본업에 충실한 자의 모습은 이렇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일을 대하는 자세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다시 한번 지난 삶들이 스쳐 지나가며 반성 또 반성모드. 담임 업무 외에 부장 교사 업무, 책 읽는 시간과 운동 시간까지 들으신 친정어머니는 체력이 참 좋으시나 보다 말씀하셨지만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참 복이고 감사하다며 마무리 멘트를 하셨다. 


나 또한 다른 이에게 이런 모습으로 비치면 좋겠다 생각해 본다.

본업을 잘해서 멋있는 사람.

야무진 사람.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 

오랜만에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교문을 나섰다. 



사진: Unsplash의 Jacqueline Munguí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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