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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19. 2024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것

무한반복의 굴레.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같다면 너무 심한 비유일까.

아이들 아침 식사 영상을 한참 보며 메뉴 아이디어를 얻다가 다이어트를 하겠다면 열심히 양배추 요리 영상만 보길 며칠째.

저녁 메뉴는 관련 자료나 영상을 보기 두렵다는.

도대체 남들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살짝 엿보는 관종 끼는 이럴 때 많은 도움이 된다.

포털사이트 '오늘의 메뉴'란을 보다 보면 오늘 하기엔 살짝궁 힘든 것도 많다.

이때야말로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뇌를 작동시킬 시간.

전두엽이라는 것이 발동한다.






반쯤 잘린 채 있는 커다란 무가 있다.

겨울 무는 몸에 좋다지(이미 절기는 경칩을 지나 봄이건만)

소고기만 조금 사서 소고기 뭇국을 끓여보자. 

겨울 무와 양파, 대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소고기는 한우스지를 사는 지혜를 발휘해 본다. 아주 저렴한 가격 혹은 가끔은 단골집 사장님에게 선물로 받기도 한다. (물론 그 이후 고기를 한 무더기 산 것은 나만의 상도덕)

소고기 뭇국이 끓을 동안 엄마에게 받아온 미나리를 뜨거운 물에 익사시켜 건져낸다.

초장에 찍어먹을 심산이다. 

미나리 하면 생각나는 게 오리 고기인지라 오리 로스는 못하고, 훈제 오리를 사 와본다.

기름이 질질 흐르는 게 흠이지만 내 친구 식기세척기에게 기름 설거지를 토스할 플랜으로 훈제 오리를 오븐에 돌린다. 

나름 채소를 챙기겠다며 브로콜리까지 미나리와 콜라보를 이루어 저녁 반찬으로 올리면 오늘도 이렇게 무사히 한 끼가 끝난다. 





저녁 메뉴는 영원히 반복되는 고민이다.

가끔 친구들에게 카톡창에서 너희는 뭐 먹니라고 묻기도 한다.

바쁜 워킹맘인 친구는 퇴근하지 7시가 넘었다며 배달 음식을 외치고, 다른 친구는 냉파를 하고 있다고 한다.

뚝딱하고 마법사처럼 맛깔스러운 음식을 차려내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쉬운 고기반찬만 하다간 가족들 성인병 대잔치 할까 싶어 늘 채소 반찬 하나씩은 추가한다.

반찬 가게에서 사 올지언정 나물 반찬을 올리고, 가끔은 엄청난 양의 숙주를 사서 반찬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사진: Unsplash의 Hotaka Saito



오늘 저녁은 냉동 새우커틀릿과 남아있는 양배추, 브로콜리로 경양식 집 흉내를 내보았다. 우리 집 진짜 요리사 남편이 새우커틀릿을 노릇노릇 튀기는 동안 양배추 샐러드를 준비했다. 

오늘도 무사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큰일을 치른 느낌이다.

사람이 인생을 사는데 먹고사는 것이 참말로 중요하고 중요하다.

특히나 나를 먹여 살리는 일.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이니까.

이렇게까지 요리를 해야 하나 싶다가도 그래도 또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간단하고 부담 없이 먹는 게 중요한 아침 식사와는 달리 저녁 식사는 가족이 모여서 하루를 잘 정리하고 토닥이는 시간이다. 오늘도 무사히 잘 무탈하게 보내고 다시 만난 가족이 더없이 소중한 존재니까. 

사랑하는 이들에게, 혹은 책임져야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로 마음을 나누는 시간.

요알못 엄마는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오늘 저녁은 또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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